'비운의 GK' 박호진, 100경기 출전이 더 값진 이유
by이석무 기자
2011.08.24 14:02:55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광주의 수문장 박호진(35)이 프로 데뷔 12년만에 100경기 출전 고지를 밟는다.
광주FC는 골키퍼 박호진이 오는 27일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 2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 프로통산 100번째 출장에 나선다고 24일 밝혔다.
올 시즌 수원에서 광주로 이적한 박호진은 개막전을 시작으로 정규리그 모든경기(22경기)에서 출전하며 늦은 나이에 100경기 고지에 서게 됐다. K리그 선수로서 100경기 돌파는 흔한 일이지만 박호진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1999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수원 삼성을 통해 데뷔한 박호진은 비운의 골키퍼였다. 기량은 출중했지만 언제나 이운재(현 전남 드래곤즈)의 그늘에 가려있었다. 구단 역시 박호진의 능력을 인정하고 11년간 한솥밥을 먹었지만 이운재의 공백이 생기지 않는 이상 좀처럼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2005년까지 7년간 44경기 출전에 그친 박호진은 이듬해 이운재가 독일월드컵에 출전하면서 생긴 공백으로 주전 자리를 확보했고, 25경기에서 19실점하며 수원의 준우승을 이끌었다. 그 해 시즌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에 선정되는 영광도 누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07년 왼쪽 발등뼈 골절 부상을 입은 뒤 다시 벤치 신세를 져져야 했고 결국 올해 광주로 둥지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새 둥지 광주에서 최고참으로서 갓 프로에 입문한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만개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100경기 출전을 앞둔 박호진은 "늦은 기록이긴 하지만 나에게 축구는 여전히 새롭다. 맏형으로써 후배들과 함께 팀을 이끌어 가고 싶다"며 "열심히 노력해 광주 팬들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박호진은 올 시즌 22경기에 출장해 31골을 실점했다. K리그 5라운드와 14라운드에서는 각각 주간MVP에 선정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