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자살, 이유는 없다?` 박용하 사망 의문 몇가지
by김영환 기자
2010.07.01 10:15:47
[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고(故) 박용하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명확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을 분위기다. 사건을 맡은 경찰도 그 이유를 파헤치거나 알릴 의지가 없어 보여 의문만 증폭되고 있다.
더구나 지인들 역시 평소 박용하의 행실로 미루어 자살을 택할 리 없다는 진술을 일관적으로 하고 있어 그 배경에 더욱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우선 자살 이유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없었는지 여부가 관심이다. 일부 연예인의 경우 많은 벌이만큼 큰 씀씀이로 일반인의 생각과는 다르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있다. 혹은 사업 실패 등으로 빚을 지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일단 박용하의 자살에 대해 "경제적인 이유는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그 근거가 석연찮다.
경찰은 박용하의 채권·채무를 질의하는 질문에 "고인의 사생활이기 때문에 수사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밝혔다. 결국 경찰이 경제적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기획사와 가족들의 진술이 전부였다.
박용하의 한 지인은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았지만 빚이 있지도 않았다"고 박용하의 경제적 상황을 전했다.
실제로 박용하가 거주했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P아파트는 이데일리SPN 취재 결과 아버지 명의로 2008년부터 전세로 살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박용하는 최근 일본 투어 콘서트를 개최하고 드라마 촬영을 준비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왔다.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돼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박용하가 평소 우울증을 앓아왔는지도 의혹이다. 자살 사건의 경우 대부분 우울증이 주요 원인이 된다. 심신이 쇠약해진 상태라면 우울증의 유혹에 빠져 그릇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엇갈린 진술이 나오고 있어 진실 규명이 어렵다.
일단 경찰은 "건강상의 문제, 우울증 등 병력은 없다"고 단정했다. 지인들도 박용하의 언행에서 우울증의 징후는 찾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용하는 지난해 모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 생활이 길어지고 한류스타로 인기가 높아지는 만큼 우울증과 자괴감이 커진다"며 우울증을 앓았음을 고백한 바 있다.
박용하의 한 이웃은 "부모님이 함께 손을 잡고 동네를 다닐 정도로 화목한 집안이었다"며 "그러나 최근 아버지 병세가 급격히 나빠지면서 고민이 컸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주변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도 박용하가 아버지의 병환과 사업·연예 활동을 병행하는 데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만큼 복잡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용하가 수면제를 복용해온 사실도 의문을 더한다. 경찰 측은 "박용하가 수면제를 복용해왔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사건 당일 복용했는지 여부는 사망 원인과 관계 없어 확인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자살 이유는 부친의 투병, 사업과 연예활동을 병행하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발생한 충동자살이었다.
그러나 세 가지 이유 모두 설득력이 약하다. 먼저 효자로 알려진 박용하가 투병 중인 아버지를 뒤로 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건 이해가 어렵다. 평소 주변인들에게 아버지 건강에 대한 걱정을 많이 털어놓던 고인의 성품이라면 더더욱 아버지 간호에 매진했어야 옳다.
연예활동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펼쳤기 때문에 연예 활동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여부도 미지수다. 박용하는 최근 드라마에 캐스팅 되고 일본 콘서트 투어를 성황리에 치르는 등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지인에 따르면 캐스팅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출연을 논의 중인 영화도 있었다고 전해진다.
사업상 어려움을 겪었다고 보기에도 무리는 있다. 경찰은 고인이 지인 안 모씨와 추진 중이던 요식업에 대해 "구상 단계였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기보다는 가능성을 검토하던 단계였다. 박용하가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아도 빚은 없는 상태였기에 사업활동에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다고도 보기 힘든 상황이다.
고인이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으로 주변에는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가족이나 매니저 등 최측근에게는 속내를 털어놓았던 것으로 보인다. 자살 직전 만났던 안 모씨가 고인에게 "힘들어 보인다. 힘내"라고 문자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유족을 포함해 사망 전 만난 매니저 이씨와 안 모씨는 이유에 대해 함구하고 있어 의문이다. 매니저는 현재 고인의 사망 충격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이고 안 모씨 경찰 브리핑 자료에서 나이, 성별 등 기초적인 신상조차 언급되지 않아 의문을 낳았다.
박용하가 자살한 이유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망인은 말이 없다. 가족 등 지인들도 박용하의 자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박용하의 자살 원인은 끝내 풀리지 않을 미스테리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