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우, "앞으로 10년? 지금만 같기를···"(인터뷰)

by최은영 기자
2010.06.28 14:34:26

-'아이리스' 전 2~3년간 침체기 "경제적 어려움도"

▲ 김승우

[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우정출연이 애정출연 됐죠"

영화 '포화속으로'에 출연한 배우 김승우(41)의 말이다. 2006년 '해변의 연인' 이후 4년만에 선보이는 영화. 욕심을 낼 법도 한데 김승우는 우정출연, 애정출연 운운하며 자신을 바짝 낮추고 봤다.

"영화에서 전 주연이 아녜요. 게다가 비중도 작죠. 그런데 왜 출연했냐구요? 우정출연이 애정출연 된 거죠."



그러면서 `껄껄` 큰 웃음을 짓는데 대인배의 카리스마가 절로 느껴졌다. 김승우의 통 큰 배포는 이후 행보에서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무대인사 등 각종 영화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작품 홍보에 발벗고 나선 것. 김승우 정도의 이름값 있는 스타가 주연도 아닌 영화에 무대인사까지 돌며 작품 홍보에 앞장 서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김승우는 드라마 '아이리스' 종영 이후 거의 휴식없이 영화 '포화속으로' 촬영에 돌입했다. 그것도 북한 호위부 작전공작원에서 국군의 엘리트 장교로 국적과 소속만이 바뀌었을 뿐 닮은 점이 많아 위험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말이다. 김승우도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배역을 맡아 연기하는데 고민이 많았었다고 했다.

"나라를 향한 애국심, 선이 아닌 각의 연기를 요하는 부분 등 배역상 유사한 면이 많았어요.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적과 소속, 그리고 전작에서 박철영이 전쟁터가 아닌 곳에서 전쟁을 치르는 사람이었다면, '포화속으로' 강석대는 전쟁터에서 더 치열하게 드러내놓고 싸우는 인물이라는 것 정도요? '아이리스' 때와는 분명 달라야 한다는 고민이 컸어요. 그래서 대사 처리 등에 각별히 신경을 써서 변화를 줬구요."

영화는 1950년 북한의 침공으로 시작된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맞서 싸우다 희생된 71명 학도병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낙동강 전투를 위해 포항에 학도병을 남겨둔 채 철수하는 국군 장교 강석대. 나라를 위해 대를 선택하지만 학도병과의 약속 또한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아버지 같은 군인이다.

김승우는 비중이 작은 역할이라면서도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톰 행크스 같은, 전쟁영화에선 없어서는 안될 정의로운 군인"이라며 맡은 배역에 강한 애정을 보였다.

또 함께 출연한 후배 연기자들 칭찬에도 신바람을 냈다. '포화속으로'는 전작 '아이리스'에 이어 태원엔터테인먼트가 제작에 참여한 영화. 북한군 유격부대 대장 박무량 역의 차승원과는 '라이터를 켜라' 이후 10년만에 재회했고, 사실상 이 영화의 주연인 빅뱅의 탑과는 '아이리스'에 이어 연달아 한 작품에서 만나는 각별한 인연도 이었다. 또 소년원에 끌려가는 대신 학도병에 자원한 구갑조 역의 권상우도 평소 절친했던 후배다.

김승우는 "한마디로 최고의 조합이었다"며 "친숙한 이들과의 작업이 최고의 효과를 이끌어냈다"고 팀워크를 자랑했다. 특히 학도병 중대장 오장범 역을 맡은 탑의 연기는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맞춤옷을 입은 양 배역에 정확히 녹아들었다는 게 그의 평가다. 김승우는 "승현(탑의 본명)이가 가수 아닌 배우의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포화속으로'는 하늘이 내린 기회가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  
▲ 김승우
 




그렇다면 정작 그에게는 '포화속으로'가 어떤 의미일까. 직접 답을 구하진 않았지만 느낌으로 전해지는 것은 분명 있었다. 본격적인 부활을 알리는 몸풀기 혹은 예고편 같은 작품이랄까.

1990년 영화 '장군의 아들'로 데뷔해 올해로 배우인생 20년째. '늘 한결같이 정상에 머물 수 있었던 비결'을 물으니 모르는 소리 말라며 손사레부터 친다.

"얼마전에도 어떤 후배가 '형은 늘 그 자리에 있었잖아' 하던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만 생각하죠? 지난해 '아이리스'로 복귀하기 전 2~3년 간 대중과 떨어져 살았던 시기도 있었는데 말예요. 당시 우리 와이프(김남주) 둘째 낳고 작품활동 안 하니 광고도 죄다 끊겼죠, 금전적으로도 얼마나 힘들었게요."

뜻밖이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 커플이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은 적이 다 있었다니 말이다. 의외의 말에 놀란 표정을 지으니 "겉으로 티만 안냈을 뿐 배우로의 위기감은 1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한술 더 떠 이야기한다.

"10년전부터 해마다 연초가 되면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이 영화 혹은 드라마가 내가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마지막 작품이 아닐까' 그러다 살짝 위기가 오는 듯 하더니 드라마 '아이리스'로 제자리를 찾고, 그렇게 근근히 연명하게 되더군요. 저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 점에서 겸손해져야겠단 생각도 하구요."

김승우의 배우인생은 화려했다. '장군의 아들'로 데뷔후 '고스트 맘마' '꽃을 든 남자' 등 작품이 잇따라 성공하며 요즘 그가 진행하는 TV 토크 프로그램의 이름처럼 한마디로 배우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다 이후 '불어라 봄바람' 등의 작품이 연이어 흥행에서 저조한 성적을 내며 위기를 맞는 듯도 보였다.

그런 그에게서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해부터다. '아이리스'에서 폭풍간지로 불리며 재기에 성공한 그는 뮤지컬, 예능프로그램, 영화를 넘나들며 톱스타로 다시 서기 시작했다. 불혹을 넘기며 중심에서 살짝 비껴난 듯은 해도 폭이 한층 넓어진 느낌이랄까? 적잖은 배우들이 나이 마흔에 캐릭터의 한계를 느껴를 좌절하고 방황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김승우는 향후 10년 배우로의 인생계획을 묻는 질문에 "지금 이대로만 같기를···"이라고 답했다. 궃이 애써 손 흔들지 않아도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이 있는 지금에 만족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