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지드래곤 표절 법적절차? 두렵지 않다"(전문)

by양승준 기자
2009.09.24 14:03:08

▲ 양현석 대표와 지드래곤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추후 원작자들의 요청이 있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 YG는 성심성의껏 임할 것이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소속 가수 지드래곤과 2NE1을 둘러싼 표절 의혹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양 대표는 24일 낮12시28분께 소속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글을 남겨 소니ATV뮤직퍼블리싱 한국지사(이하 소니)의 YG 소속 가수와 작곡가들에 대해 저작물 무단이용에 대한 통지서를 발송한 것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소니 측은 법무법인을 통해 지난 17일 YG 소속 작곡자 및 편곡자들을 대상으로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가 플로 라이더의 '라이트 라운드'와, '버터플라이'가 오아시스의 '쉬즈 일렉트릭'과 그리고 빅뱅의 '위드 유'가 조의 '라이드 위트 유'와, 마지막으로 투애니원의 '아이 돈 케어'가 라이오넬 리치의 '저스트 고'와 상당부분 유사하다며 경고장을 발송한 바 있다.

하지만 양 대표는 "소니 ATV에게 전하는 YG의 처음이자 마지막 제안은 부디 원작자의 조속한 답변을 YG측에 전달해 주시고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언론 보도를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며 "추후 YG에게 문제를 제기한 네 곡들이 원작자 또는 법원에서 표절이 아니라는 판결날 경우 무참히 짓밟혔던 YG의 꿈틀거림도 대비는 하셔야 할 것 같다"며 강력하게 대응할 뜻을 피력했다.


안녕하신지요. 양현석 입니다.

지난 몇 달간 YG에 관련된 오해와 소문들이 주변에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 할일도 제대로 못하는 YG가 많은 소문들에 관해 일일이 반응하고 해명한다는 것이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판단되어 그동안 말을 아껴온 것이 사실입니다만, YG의 오랜 침묵이 팬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어버린 것 같아 죄송한 마음에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우선 표절시비의 진위여부를 떠나 음악을 사랑하는 대중의 한사람으로서 대중음악 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음반 제작자의 한사람으로서, 유쾌하지 않은 논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그동안 YG와 지드래곤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유는 담당 퍼블리싱 회사에서 원작자에게 곡을 전달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기에 원작자의 의견을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사자가 아직 아무런 의사를 밝히지 않았는데 YG가 먼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순서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 그룹 투애니원


먼저 소니가 경고장을 YG에게 보낸 것인지, 방송에 보도하기 위해 보내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하는 일마다 공식 입장이라며 언론에 공론화 하는 그들의 행동에 강한 불쾌감을 전합니다.

표절이란 단어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있어 최대의 불명예와도 같은 단어입니다. 추후에 원작자들이 표절이 아니라고 밝혀도, YG가 법적으로 이긴다고 해도 당사자들에게는 큰 상처 자국으로 남을 일입니다.

논란의 중심이 된 '하트 브레이커'의 경우, 90%의 저작권 지분을 가진 다른 퍼블리싱 회사들이 말을 아껴 왔던 것에 반해 10%를 지닌 소니만의 공식 입장 이라며 자신들의 입장을 언론에 발표해왔습니다.

며칠 전에는 소니의 변호사가 MBC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하여 YG에게 경고장을 보냈다는 내용을 인터뷰 하였는데 YG가 걱정하고 있는 점은 방송을 본 대중들은 아무런 법적 효력이 없는 경고장을 마치 원작자가 YG를 고발한 것처럼, YG가 크게 손해배상이라도 당해야 하는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의 걱정과는 달리 소니 ATV가 보낸 경고장은 하루에 백통도 넘게 보낼 수 있는 형식적인 서류에 불과 합니다. 방송을 위해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듯한 부실한 경고장에는 기다리던 원작자의 입장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한 소니 측의 사람은 변호사뿐 아니라 소니 측의 대표 격인 허영아 씨도 있었는데 그가 소니 측의 대표임을 감추고 '한국 음악 출판사협회 이사'라는 이름을 달고 인터뷰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논란이 시작된 지난 한 달 동안 YG는 단 한 번도 소니 측에게 잘 봐달라는 부탁이나 협의를 요청한 적이 없었습니다.뒷거래를 통한 해결을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추후 원작자들의 요청이 있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 YG는 성심성의껏 임할 것이며 그것에 관해 조금도 두려운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무서운 존재로 비춰졌던 소니 측의 직원이 두, 세 명이라는 말을 전해들은 후로 조금 불안해 진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이들이 원작자들과 직접 연락이 가능한 사람들인지? 원작자가 그들의 의견에 관심이 있기나 한 건지? 한 달이 되도록 원작자의 답변 한마디 못 듣고 있는 상황인지라 괜한 의구심마저 듭니다.

소니 측이 YG로 보낸 경고장에는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와 '버터플라이'외에도 2NE1의 '아이 돈 케어'와 와 빅뱅의 일본 곡인 '위드 유'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갑작스런 새로운 소식에 놀랐지만 지드래곤만 으로는 불리할 것 같다는 소니 측의 새로운 전략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아이 돈 케어'와 '위드 유' 경우 YG의 메인 프로듀서들인 테디와 페리의 작품입니다.



테디의 경우 10년, 페리의 경우 15년의 오랜 경력을 지닌 프로듀서들로서 그동안 그들이 작곡한 곡들은 수백 여곡에 이르는데 부족한 잦대와 기준으로 문제를 삼는다면, 그중 몇 곡이 의심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지난 10년간 이렇다 할 만한 논란을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들의 경우 수억 원에 이르는 주변의 스카웃 제의에도 불구하고 12년째 YG에 남아있는데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곡은 절대 만들지 않아왔던 음악적 자존심이 강한 친구들인지라 이번 소니 측의 서툴고 섣부른 언론보도로 인해 그들이 받은 상처와 자존심은 쉽게 회복될 수 없는 상태이며, YG 역시 표절 작곡가 집단으로 여론몰이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들이 저작권자인 동시에 유명인들이다 보니 소니가 이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니는 '쉬즈 일렉트릭'과 지드래곤의 '버터플라이'가 일정 부분 유사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한 한 실용 음악가는 이 두 곡이 비슷한 부분은 두 마디로서 5초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주선율이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함께 전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며칠 전 유튜브에 머라이어 캐리의 신곡 '스탠딩 O'가 공개되었는데요.

이곡의 유사성은 2마디가 아니라 8마디입니다. 5초가 아니라 24초이며 주선율인데다가 반복이 많아 비슷한 부분의 총시간을 모두 합하면 1분입니다.

이곡에 대한 소니 측의 입장은 어떠신지요?

모르긴 몰라도 3개월 전에 발표한 2NE1의 '인 더 클럽'이라는 곡을 머라이어 캐리가 표절했다는 말은 쉽게 못하실 것 같습니다. 소니가 말하는 표절 기준보다 훨씬 더 길고 훨씬 더 정확한데도 말입니다.

만일 '이 음악이 지드래곤의 음악이었다면...정 반대의 상황 이였다면 어땠을까?'라는 무서운 상상을 해봅니다.

창피한 얘기지만 '아이 돈 케어'의 경우, 소니에서 제시한 음악은 곡을 만든 작곡자들 뿐 아니라 저 역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입니다. YG 사람들이 즐겨듣는 성향의 음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소니의 기준대로, 비슷한 일부분을 억지로 짜 맞추려 노력한다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음악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저작권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소니의 업무라면 다른 저작권자들에 대한 인격과 권리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니의 성급한 언론보도로 인해 YG와 지드래곤은 그동안 더 많은 비난과 비아냥거림을 받아야 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YG는 소니를 향해, 또는 언론을 통해 단 한마디도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상대를 존중해서이지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소니에게 전하는 YG의 처음이자 마지막 제안은 부디 원작자의 조속한 답변을 YG측에 전달해 주시고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언론 보도를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추후 YG에게 문제를 제기한 4곡들이 원작자 또는 법원에서 표절이 아니라는 판결날 경우 무참히 짓밟혔던 YG의 꿈틀거림도 대비는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룹 빅뱅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논쟁과 의견대립은 처해진 환경에 따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또는 인식과 개념에 따라 서로의 판단기준이 다르다고 보기에 저 역시 ‘이곡이 표절이다, 아니다. 영향을 받았다 안 받았다'는 식의 개인적인 사견은 털어놓지 않겠습니다.

다만 논란의 중심이 된 '하트 브레이커'의 경우 정확히 말하자면 1절의 랩플로우가 비슷하여 생긴 논란인데 플로 라이더의 '라이트 라운드'의 경우 해외 음악에 관심 있는 요즘 젊은 세대들이라면 거의 다 알만한 너무 유명한 곡인데다가 더욱이 얼마 전 국내가수가 번안 곡으로 불러 공중파 방송까지 출연 했던 곡인지라 지드래곤과 YG의 동료들이 '이곡을 몰랐다거나 또는 대중들이 잘 모를테니 몰래 표절하자'는 식의 발상은 성립 자체가 되질 않는다고 봅니다. 세상 한구석에 숨겨진 사소한 비밀도 모두 밝혀지는 요즘 같은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의견들 중에는 '지드래곤이 굳이 왜 그랬을까? 랩과 가사를 만드는 래퍼들에게
랩 몇 소절 수정하여 다시 녹음 하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양현석과 테디, 페리, 쿠쉬 등 그의 선배들은 왜 지드래곤에게 왜 이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적지 않았습니다.

대중을 속이려다 생긴 논란이 아니라 그 반대로 생각했다가 생긴 논란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더욱 안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12년간 수많은 소속가수들과 음반작업을 함께 해온 총책임자로서, 논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저에 책임은 지드래곤에 비해 수십 배, 수백 배에 이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 미안합니다. 혼자 무거운 짊을 안고 있는 지드래곤에게... 그의 팬들에게...


우선 YG는 그런 생각을 할 만큼 머리가 좋지 못합니다. 또한 지드래곤의 경우 유명 그룹의 리더이자 첫 솔로앨범발표인지라, 유별난 전략을 고민해야 할 만큼 홍보가 절실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방송 활동도 자제하고 있는 마당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