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바스' 헤로인①]이지아, 채찍질로 자신을 완성시키는 악바리(인터뷰)
by김은구 기자
2008.10.08 13:40:53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실수를 하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신인인데 주위에서 그렇게 봐주지를 않거든요.”
그녀는 행운아다. 이제 겨우 두 번째 드라마 출연을 했을 뿐이지만 모두 여자 주인공을 맡았고 시청률에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지난해 말 방송된 MBC ‘태왕사신기’를 통해 데뷔했고, 현재는 같은 방송사의 수목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 중인 이지아가 그 주인공이다.
여자 연기자로는 다소 늦어 보이는 26세에 연기 데뷔를 했지만 이지아는 분명 남들의 부러움을 살 만큼 순탄한 행보를 하고 있다. ‘시청률 보증수표’라 불릴 만도 하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는 그게 부담이 된 모양이었다. 아직 배워야 할 게 더 많은 시기인데 주위의 기대치는 신인에 대한 것 이상으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주위 상황이 이지아가 더 빨리 정상에 한발이라도 더 가까이 가도록 하는데 계기가 되는 것은 분명한 듯했다. 여유 대신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을 선택하도록 만들었으니 말이다.
1년여 만에 다시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이지아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판타지 사극인 ‘태왕사신기’에서는 극중 시대적 배경과 캐릭터에 첫 연기라는 점까지 겹쳐져서인지 연기가 투박하게 느껴졌는데 이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는 표현력이 한층 세련돼졌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만족스럽지 못한 듯 보였다.
“저한테 화가 많이 났어요.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안따라가는 것 같으니 말이죠. 남들이 괜찮다고 해도 제가 만족을 못하니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이 들지만 집에 가서 누워도 잠을 못잘 때가 있어요.”
‘아직 내 연기를 모니터할 때는 쑥스러워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본다’고 신인 티를 못벗은 모습을 보이면서도 넘치는 욕심, ‘악바리’로 불려도 부족할 게 없을 것 같은 근성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사실 ‘태왕사신기’와 ‘베토벤 바이러스’는 많은 상황이 바뀌었다. 장르의 차이는 물론 ‘태왕사신기’는 방송 전 1년 넘게 촬영을 한 데 반해 ‘베토벤 바이러스’는 이제 촬영을 시작한 지 3개월여가 됐다. 그만큼 여유는 사라졌는데 컷은 많아졌다.
뿐만 아니라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하고 있고 이지아는 바이올리니트스 두루미 역을 맡은 만큼 매회 대본이 나올 때마다 새로 들어가는 음악 연주 연습도 해야 한다. 연기하랴, 연주 연습 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니 3일 밤을 새우기도 했다. 감정 몰입도 벅찬 신인인데 이런 시스템 때문에 초반에는 많이 헤맸다는 게 이지아의 설명이다.
더구나 극중 두루미는 대사는 낮은 톤으로 하더라도 속의 감정은 극대화돼 있는 상황이 많은, 연기하기 어려운 캐릭터다.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이재규 PD는 ‘태왕사신기’에서 이지아의 연기를 보고 두루미의 복잡한 감정 연기도 잘 소화할 것으로 판단해 캐스팅을 했지만 솔직히 이지아는 ‘베토벤 바이러스’ 시놉시스를 보고 이재규 PD에게 “자신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베토벤 바이러스’에 출연하며 이지아의 연기가 한계단 더 올라섰다는 것이다. 자신은 “부족한 점 투성이”라고 스스로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지만 스스로도 말했듯이 이제 겨우 두 번째 드라마에 출연하고 있는 신인이다. 이지아는 그렇게 스스로를 독려하며 연기자로서 자신을 완성시켜가는 중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이지아가 연기하는 두루미는 실제 이지아와 비슷한 점이 많은 캐릭터다.
극중 두루미는 청력을 상실할 수 있는 메니에르 병 진단을 받고 음악을 그만둔 뒤 공무원으로 살다 자신이 낸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기획안이 채택되면서 다시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는 인물. 다혈질 적이고 의리가 있으며 매사에 솔직, 담백, 낙천적이다.
이지아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많이 먹으면서 풀고 큰일과 맞닥뜨렸을 때 담담해지는 면, 다혈질이지만 밝고 장난도 잘 치며 정도 많은 점 등이 나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가끔 자신을 차가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게 이지아의 설명이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가끔 말꼬리를 잡고 농담을 던지며 크게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는 모습에서도 이지아의 실제 성격은 그대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지아는 두루미에게서 절대 이해되지 않는 면도 있다고 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자와 어떻게 손을 잡을 수 있어요? 저는 이성을 사귈 때 오래 지켜보는 편인데 두루미는 너무 헤퍼서 적응이 안될 때가 있어요.”
(사진=한대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