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룡 감독과 딥토크 3] '영국 연수? 1년은 너무 짧았다'
by김삼우 기자
2008.04.17 14:46:27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장외룡 감독은 지난 해 가졌던 영국 연수의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홈 구장 아랍에미레이트 스타디움에서 구입했다는 수첩에는 그가 직접 찾은 경기장 티켓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페이지마다 그가 분석한 내용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장 감독은 영국에 있으면서 작성한 수첩 두 권을 보여주면서 ‘보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국 연수에 대해선 뜻밖에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언어 탓이라고 했다.
“연수? 1년은 짧다. 10개월 반 정도 있었는데 순식간이다. 연수를 제대로 하려면 일단 언어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했다고 할 수 없다 .나도 마찬가지다. 통역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구단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밀착하는지, 어린 선수들은 어떻게 육성하는지 등 주제도 다양했다. 하지만 스스로 의사소통을 할 수 없으면 대충 아는 수준으로 끝나는 것 같다. 더 정확하게 하려면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대포도 한잔하면서. 제대로 하려면 5년 정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장 감독은 영국에 있는 동안 현지에서 만난 한국 취재진을 통해 영어 공부 삼매경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 감독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예의 ‘공부론’이 나왔다.
“영어? 열심히 하긴 했는데 안되더라. 국어 공부를 제대로 못했으니까. 자기 나라 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남의 나라 말을 할 수 있겠느냐. 어순도 틀리고. 최소한 중학교 수업까지는 일반 학생들과 같이 해야 한다. 그래야 사회 적응도 할 수 있다. 프로에 가거나 대표 선수가 되는 선수들은 한정되어 있다. 프로에도 가지 못하는 선수들은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장 감독은 일관된 클럽 시스템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어린 선수들 수업 다 받고 하루 1~2시간 정도 훈련하면 족하다. 필요한 연령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다. 영국은 프로 구단과 정식 입단 계약을 하기 전에는 연령별 아카데미에서 운동 한다. 아카데미는 프리미어리그는 물론 프로 1, 2, 3부리그 아마추어 등 모든 클럽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일단 아카데미에 들어가면 프로 선수로서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선수들은 연령에 따라 일주일에 두 번, 또는 세 번씩 훈련할 뿐이다. 프로 계약을 하고 고등학생 정도 나이가 되면 매일 훈련한다. 이 규정은 모든 클럽 팀에 적용된다.
아카데미에서도 프로에 진출하지 못했을 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준다. 어느 구단은 교사를 고용해서 컴퓨터 등 별도 수업을 시켜주고 지도자 자질을 보이면 코칭 스쿨에 위탁 교육을 보내기도 한다. 프로에 진입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사회적으로 보살펴 주는 분위기다.“
장 감독은 한국의 경우 잉글랜드보다는 일본을 벤치마킹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 구단들이 잉글랜드처럼 할 수 있을까. 학원 스포츠와 클럽시스템을 병행하는 일본의 모델은 어떤가. 학원에서 수업을 다 시키면서도 운동을 하고, 방과 후 활동식으로 축구팀을 운영해도 지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가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처럼 수업도 제대로 하지 않고 훈련만 한다고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지도자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하지 않을까.”
장 감독은 영국에 1년 가까이 있었다고 크게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알렉스 퍼거슨, 아르센 웽거, 조제 무리뉴 등 국내 팬들도 잘 아는 프리미어리그 명장들에 대해서도 차이점을 발견할 만큼 잘 알지 못한다고 했다. 직접 이야기를 못해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등 '빅포 클럽‘과 토트넘의 경기를 많이 봤다. 지도자들의 선수 및 벤치 관리, 코칭스태프 관리, 매스컴과의 관계 설정, 이겼을 때와 졌을 때의 자세등을 연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대화도 못해 봤고, 그저 겉에서만 본 것이다. 짧은 기간 국내 지도자와의 큰 차이점을 찾기도 힘들었다. 많은 시간을 두고 직접 대화를 했더라면 이런 저런 차이가 있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었겠지만.
다만 아스널의 웽거 감독과는 30분 정도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일본에 있을 때부터 좋아했던 분이다. 어린 선수들을 육성, 팬들이 즐거워하는 소위 ‘아트사커’를 구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자 웽거 감독은 유망주를 발탁할 때 지능적인 면을 가장 먼저 본다고 했다. 체력적인 부분 등은 나중에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센스와 감각을 중요시했다. 스피드의 중요성이야 현대 축구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것이고.
다만 선수 관리는 비슷하게 한다고 느꼈다. 단 팬들에 대한 배려 등은 몸에 배어 있더라. 본인들이 의식적으로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선수 교체를 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예의를 갖춰주고, 기자 회견장에서도 취재진을 배려해주는 모습 등이 인상 깊었다.
퍼거슨 감독은 인상은 할아버지 같지만 지성이에게 들으니 트레이닝장이나 라커룸에서 굉장히 다혈질이라고 하더라. 벤치만 보면 선수들이 워낙 좋으니 알아서 하겠거니 하지만 이들이 그라운드에 나가서 한 팀으로서 경기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게 그의 능력같다.“
장 감독은 K리그를 잉글랜드 프로리그와 비교하려는 시도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했다.
“120년 역사와 20년 역사가 비교가 되는가. 다만 프리미어리그와 차이가 있다면 왜 그렇게 됐는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호날두나 루니 등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는 뛰어난 선수들은 20대 초반이 많다. 그 정도 나이에 최고의 레벨에 올라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기까지 밑에서부터 그들이 받았던 교육을 주목해야 한다. 그것, 그 과정을 전해줘야 한다.
그들은 유소년부터 확실하게 다져서 탄탄한 기본 베이스를 갖춰 나간다. 가끔 루니나 호날두가 나이트가서 말썽부리고 했다는 기사가 나오곤 하지만 그 다음날 그들은 그라운드에서 최고의 플레이를 한다. 기본 베이스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구단도 선수들이 그런 것을 컨트롤 할 수 있도록 계약을 하면서부터 유도하고 지도한다.
한국 선수들도 어려서부터 그들과 같은 시스템에서 교육과 훈련을 받고 프로로서 생활을 했으면 그럴 수 있다. 그 정도 소질은 있다. 팬들도 K리그를 우리 수준에 맞춰 볼 필요가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