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인터뷰로 본 감독 8인8색

by박은별 기자
2012.06.12 11:39:27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경기가 끝나면 8개 구단 감독들은 저마다 경기에 대한 평가를 짧게 내놓는다. 
 
공통점은 이기면 코멘트가 다소 길어지지만 진 경기 후엔 아주 짧아진다는 것. 딱 한 마디로 간단 명료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올시즌엔 신입 사령탑이 많아지면서 "나 때문에 졌다"는 자책형 멘트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

감독들의 '8인8색' 다양한 경기 후 코멘트 유형을 정리해봤다.


이만수 SK 감독은 긍정형이다. 평소 성격대로 "이겨서 너무 좋다" 등 감정 표현도 서슴지않는다. 감독의 코멘트엔 칭찬 세례다. 김광현이 선발등판해 호투한 날에는 "김광현이 에이스답게 잘 던졌다. 정상호는 포수의 기본인 블로킹을 잘했고 김광현을 잘 이끌어줬다"고 칭찬한다.

아쉽게 졌을 때도 질책보다는 칭찬이 먼저다. "선수들이 잘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좋았고 타자들이 조금씩 살아나는 것에 위안을 가진다", "졌지만 임경완의 호투는 긍정적이었다" 등이다. 역전패를 당한 후에도 "(선발투수)마리오는 최선을 다했고 칭찬해주고 싶다"고 평했다. 좀처럼 겉으로는 아쉬운 이야기 하지 않는 이 감독이다.


한대화 한화 감독과 양승호 롯데 감독은 모범답안형이다. "누가 호투했다", "누가 잘 막아줬다", "누가 잘 쳤다" 같은 기본형식이다. 공수에 걸쳐 선수들을 두루 칭찬하는 것도 특징이다.

한 감독의 최근 멘트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유창식이 잘 던져줬고 일찍 타선이 터져서 이길 수 있었다", "박찬호가 좋은 피칭을 펼쳤다. 특히 이닝을 길게 끌고 가서 고맙다", "투타의 조화가 잘 이뤄졌다", "초반에 타자들이 찬스를 살리며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등 야구 기본을 잘 지켜준 덕분에 이겼다는 코멘트로 마무리한다.
 
연패에 빠졌을 때는 "결정적인 번트 타구 실책이 아쉽다", "실책이 뼈아팠다"등이 주요 레퍼토리였다.

양 감독도 마찬가지. 특히 졌을 경우엔 코멘트가 무척 간단명료해진다. "내일 경기 준비를 잘하겠다", "초반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기를 했다", "선발투수가 오래가지 못했고 선수들이 쫓아갔는데 추가실점한 부분이 아쉽다", "연장 끝까지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싸워줬다" 등이다.



김기태 LG 감독은 "수고가 많았다"는 멘트를 많이 남긴다. 최근 멘트를 모아보면 "전 선수단 한 주간 정말 고생이 많았다. 내일 하루 즐거운 휴일이 되었으면 한다", "관중·선수·심판 모두 수고 많았다"고 한다. 관중에 심판까지 챙기는 모습이다.

지난 달 어린이날 두산과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가져간 이후에는 "오늘 승리는 열광적인 응원을 해준 팬들의 승리다. 팬들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힘을 준 것 같다"고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누가 잘했다"기보다 "선수들이 모두 잘해줬다"는 코멘트가 많다.




김진욱 두산 감독은 진 경기의 경우, 잘못은 본인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 잘했으면 선수 공, 못하면 감독 책임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선수들은 항상 이기려고 열심히 노력한다. 다음 경기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려주고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는 멘트도 자신을 질책하는 멘트 중 하나다.

결승안타를 얻어맞은 뒤에는 "선수들의 실수가 패인이 아니라 내가 잘못해서 진 것이다. 내가 수비 시프트를 잘못 이동시킨 것이 컸다"고 자책했다. 한 이닝에 마운드에 두 번 올라 선발 임태훈을 어쩔 수 없이 교체하게 된 후에는 "선수들이 열심히 했는데 내가 경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 같다. 태훈이의 교체는 나의 실수다"고 말하기도 했다.



선동렬 KIA 감독, 김시진 넥센 감독은 투수출신답게 투수들의 평가는 잊지 않는다.  코멘트가 길든 짧든 매번 투수의 이름은 잊지않으려고 한다.

선 감독은 "선발 (윤)석민이 잘던졌다. 승리 투수가 돼서 다행이다", "선발(김진우)-중간(박지훈)-마무리(한기주) 모두 역할을 잘했다", "서재응이 연승에 대한 부담이 컸을텐데 선발 역할을 잘했다"고 말했다. 패한 경기에도 "소사는 잘던졌다", "(윤)석민이가 마운드에 있을 때 점수를 뽑지 못한 게 아쉽다"라며 투수들의 사기를 돋우는 멘트를 한다.

김시진 감독도 날선 지적들이 멘트에 전해지지만 투수 칭찬은 아끼지 않는다. "선발 김영민이 좋은 피칭을 했다. 오늘 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던진다면 앞으로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강윤구가 기대 이상의 피칭을 했다", "박성훈과 손승락도 잘 막아줬다" 등이다.

무승부로 아쉬움이 남는 경기에도 "1회 3실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투수들이 잘 막아줬다"같은 코멘트를 남긴다. 투수에 대해서만큼은 질책은 좀처럼 하지 않는 김 감독이다.



보통 감독들은 패한 경기의 경우 "누구의 호투는 희망적이다", "누가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 "내일 준비 잘하겠다" 등 미래를 바라보는 멘트들을 남긴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코멘트의 정석을 밟는다. 당일 경기의 맥만 짚어 칭찬 혹은 아쉬움이 섞인 멘트를 남긴다. 현재 지금 이순간에 가장 충실한 멘트다.

"경기는 안타는 많이 쳤지만 타선 연결이 제대로 되지 않아 득점 연결을 시키지 못했다", "선발 배영수가 초반 제구가 잘 안돼 고전했는데 나름대로 잘 던졌다. 타자들이 초반 잘 쳐서 다소 쉬운 경기를 한 것 같다", "장원삼이 최고의 피칭을 했다. 강봉규가 분위기를 바꾸는 큰 홈런을 쳐줬다. 팀 승리에 도움이 됐다", "6회와 8회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쉽게 패했다" 등이다.

최형우의 마수걸이포가 터진 날에는 "속이 다 후련하다", 마무리 오승환을 조기등판시키고 나서는 "지고 싶지 않았다" 등 감정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류 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