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성에 웃고 우는 '천사의 유혹'과 '열혈 장사꾼'

by김은구 기자
2009.11.19 12:23:50

▲ KBS 2TV '열혈 장사꾼'과 SBS '천사의 유혹'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편성에 따라 드라마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편성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좌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편성으로 가장 큰 덕을 보고 있는 것은 SBS 월화드라마 ‘천사의 유혹’이다. SBS는 기존 오후 10시대에 방송되던 월화드라마를 ‘천사의 유혹’부터 오후 9시로 1시간 앞당겨 방영하기 시작했다.

월, 화요일 오후 9시에 KBS 1TV와 MBC는 메인뉴스, KBS 2TV는 월요일 ‘위기탈출 넘버원’, 화요일 ‘1대100’이 각각 방송된다.

기존 이 시간대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던 프로그램은 KBS 1TV ‘9시 뉴스’였다. 하지만 ‘천사의 유혹’은 최근 들어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9시 뉴스’를 위협하고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천사의 유혹’은 17일 18.5%의 시청률을 기록, 19.1%인 ‘9시 뉴스’에 0.6%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오후 9시대로 월화드라마 편성이 변경된 이후 타 방송사의 뉴스를 시청하지 않는 시청자들을 ‘천사의 유혹’이 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구나 ‘천사의 유혹’은 편성변경으로 시청률 고공비행 중인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과의 맞대결도 피했다. ‘천사의 유혹’이 이러한 자리이동이 가능했던 것은 SBS의 메인뉴스가 오후 8시 방송되기 때문이다.

반면 잘못된 자리 탓에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드라마가 지난 9월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도다’와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열혈 장사꾼’이다.



‘탐나는도다’는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작품성에서는 인정을 받았지만 시청률 경쟁에서는 실패했다. ‘열혈 장사꾼’도 호평은 받고 있지만 시청률 경쟁은 힘겨운 분위기다.

‘탐나는도다’의 경우 주말 오후 8시대에 방영됐고 ‘열혈 장사꾼’은 토요일 오후 10시15분과 일요일 오후 10시25분에 각각 방영된다.

문제는 이 시간대에 이들 드라마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탐나는도다’가 방송된 시간대는 전통적인 가족드라마 시간대였다. 주말 저녁 밥상을 물린 뒤 남녀노소가 두루 앉아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간대로 가족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드라마가 많이 방영됐다.

그러나 ‘탐나는도다’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퓨전사극으로 주연도 서우, 임주환, 황찬빈 등으로 젊었다. 내용도 17세기를 배경으로 제주도에 표류한 영국 귀족 윌리엄(황찬빈 분)이 불량잠녀 장버진(서우 분)과 만나 제주도 동반 탈출을 시도하고 귀양을 온 박규(임주환 분)가 이들과 엮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판타지적 요소까지 겸했다.

그러다 보니 편성 당시에도 이 시간대에 ‘탐나는도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많았는데 결국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5% 안팎이었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이나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방학 시즌 수목드라마로 방영됐다면 시청률이 높았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그만큼 젊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할 요소를 갖췄지만 걸맞지 않은 자리 탓에 손해를 봤다는 것이다.

‘열혈 장사꾼’ 역시 마찬가지다. ‘열혈 장사꾼’은 남자 주인공 하류(박해진 분)를 중심으로 자동차 세일즈맨들의 치열한 삶은 그린 드라마다. 이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는 자신을 실제 영업현장에서 뛰고 있는 세일즈맨이라고 밝힌 시청자들이 내용에 공감한다며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시청률은 일요일 10%를 간신히 유지하는 정도다.

‘열혈 장사꾼’이 방송되는 시간대는 기존 KBS 정통 사극이 차지하고 있었다. 정통 사극의 타깃 시청층은 주로 연령대가 높은 시청자들이다. 반면 ‘열혈 장사꾼’은 젊은 층을 겨냥한 드라마다. 시청률이 상승하려면 젊은 층에서 먼저 입소문을 타야 한다. 그러나 주말 밤, 특히 토요일에는 젊은 시청자들을 TV 앞에 불러 모으기 쉽지 않다. 전작의 시청자들을 이어받기에도 무리가 있고 새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기도 어려운 시간대이니 시청률 상승은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이 드라마가 월화드라마 또는 수목드라마로 편성됐다면 성적표는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