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계 이단아①]골리앗에 맞서 벽을 깨다...'브아걸' 성공의 의미

by양승준 기자
2008.10.21 12:56:39

▲ 브라운 아이드 걸스 가인, 제아, 미료, 나르샤(사진 왼쪽부터, 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이렇게 뜰 줄 몰랐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이하 ‘브아걸’) 소속사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브아걸은 2006년 데뷔 당시 소속사에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그룹. 하지만 올 초 싱글 ‘러브’에 이어 두번째 미니앨범 ‘마이 스타일’ 타이틀곡 ‘어쩌다’로 가요계를 주름잡는 2008년 가요계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단순히 노래만 히트친 게 아니다. 브아걸은 ‘러브’로 올 상반기 일렉트로닉 댄스 열풍을 불러 일으켰고, ‘어쩌다’로 걸스그룹 복고 열풍을 이끌고 있다. 브아걸은 이제 가요계의 유행을 이끄는 트렌드세터 그룹으로 우뚝 섰다.

소속사 뿐 아니라 지난 2006년 데뷔 당시 브아걸의 ‘대박’을 예견한 가요 관계자는 아무도 없었다. 우선 멤버들의 외모가 다른 걸스그룹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브라운 아이즈 등 보컬 그룹을 롤모델로 삼아 ‘브아걸’이 결성됐지만 네 명으로 구성된 여성그룹이 외모의 도움 없이 노래 실력 하나만으로 가요계에서 자리를 잡기란 웬만해선 쉬운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 가요계에서 주목 받았던 소녀시대, 원더걸스 등 여성그룹을 돌이켜보면 멤버들의 외모와 춤 등 음악 외적인 요소로 먼저 대중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그만큼 여성그룹에게 있어 외모는 인기 상승의 큰 기폭제이자 필수 요건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브아걸의 음악이 다른 여성그룹의 그것에 비해 특별히 뛰어났던 것도 아니다. 브아걸의 초기 1,2집은 그룹만의 독창성을 갖기에는 부족함 면이 없지 않았다. 한 가요 프로 PD는 “초기 브아걸 앨범을 들으면 가비앤제이 같기도 하고 여자 SG워너비 같기도 해서 그들만의 색을 느끼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속사 관계자는 2집 수록곡 ‘오아시스’에서 새로운 희망을 봤다. 보컬그룹이기에 발라드 곡만을 타이틀곡으로 밀어왔는데 모니터링 결과 팬들이 ‘오아시스’라는 댄스곡에 더 좋은 반응을 보냈던 것.

소속사는 이에 브아걸을 댄스 보컬그룹으로 콘셉트를 전면 재수정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싱글 ‘러브’다. 이후 브아걸은 댄스그룹이지만 보컬 그룹으로서의 능력을 인정 받으며, 당시 가요계에서 레드 오션으로 통했던 여자 댄스그룹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렇다면 브아걸의 성공 비결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이를 ‘스왓분석’(SWOT) 분석을 통해 짚어봤다.
▲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요 프로 PD들과 가요계 관계자들은 ‘브아걸’의 강점으로 하나같이 ‘가창력’을 꼽았다. 여자 댄스 그룹이지만 ‘브아걸’처럼 보컬 실력을 갖추고 있는 팀이 없다는 것이 이들의 중론이다.

이들이 보컬과 랩 실력은 멤버들의 이력에도 오롯이 묻어난다. 그룹의 보컬을 맡고 있는 가인은 한 케이블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인 ‘배틀’에서 가창력을 인정 받으며 최종 결선에 까지 오른 재원이다.

지난 2006년 당시 이 프로그램을 맡았던 Mnet 한동헌 PD는 “당시 가인은 개성있는 보컬로 프로그램 관계자들 뿐 아니라 많은 가수 소속사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고 가인의 노래 실력에 감탄해 마지 않았다. 지금 소속사 또한 이 프로그램에서 가인의 노래 실력을 보고 당시 고3이던 그를 ‘브아걸’ 멤버로 캐스팅한 것이다. 또 다른 보컬이자 제아는 대학에서 실용음학을 전공했으며 보컬트레이너가 가능할 정도로 노래를 소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브아걸’의 또 다른 백미는 랩퍼 미료다. 미료는 힙합그룹 ‘허니패밀리’ 출신으로 그동안 뛰어난 랩실력을 인정받은 실력파. 한 가요 프로그램 PD는 미료를 두고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여성 랩퍼라며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우기도 했다.


‘브아걸’의 가장 큰 약점은 멤버들 개개인의 캐릭터가 부각되지 않은 것을 들 수 있다. ‘브아걸’은 ‘러브’로 10대 팬들에게 이름을 각인시키고 ‘어쩌다’로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며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혔으나 멤버들 개개인의 인지도는 아직 미약한 것이 사실. 하지만 그룹이 대중적인 인지도를 넘어 마니아층을 형성하려면 멤버들만의 개성을 어필 할 수 있어야 한다. 9명의 멤버를 가지고 있는 소녀시대가 멤버들의 유닛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룹 활동 뿐 아니라 멤버들의 개인 활동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이루며 전체적인 인지도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브아걸’ 소속사 관계자는 “이 부분도 물론 고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멤버들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등 여러 유닛 활동에 대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 브라운 아이드 걸스. 가인, 제아, 미료, 나르샤(사진 왼쪽부터, 한대욱 기자)

‘브아걸’이란 어떤 그룹인 것 같냐는 질문에 한 가요계 관계자는 ‘무지개’ 같은 그룹이라는 말을 전했다. 여러 장르를 그리고 너무 뻔할 것 같은 음악을 자기만의 색깔로 표현할 줄 아는게 ‘브아걸’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어쩌다’를 작곡한 용감한 형제 강동철 씨 또한 “여러 가수들에게 곡을 줬지만 그 중에는 정말 내 곡 부르지 말았으면 싶은 가수들도 있었다”며 “하지만 ’브아걸’은 노래의 포인트를 알고 누구보다 곡의 맛을 살릴 줄 아는 그룹”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또 ‘브아걸’은 실제로 1~2집 시절의 발라드는 물론 일렉트로닉 댄스, 복고풍 음악 등을 넘나들며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도전을 망설이지 않았다.

이처럼 브아걸’은 외모와 춤이 아닌 곡과 보컬 실력으로 승부해왔던 그룹이기에 어느 여성그룹보다 장수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브아걸’은 아직 마니아층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이 해결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가요계 음반 불황시기, 동방신기 같은 경우는 막강한 팬 동원력을 바탕으로 음반 판매 20만장을 돌파하며 지칠 줄 모르는 인기를 과시했다. 노래가 좋으냐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아이돌 댄스 그룹에게는 이처럼 그들을 지지해주는 마니아층이 두터워야 설사 앨범 하나가 반응이 좋지 않더라고 돔 더 쉽게 갱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