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영화제, 허문영 위원장 성희롱 의혹 사과…"진상조사, 재발 방지"

by김보영 기자
2023.06.15 10:32:00

피해자에게 사과…"직장 내 성희롱으로 진상조사"
허문영 사표 수리 과정, 피해자 의사 확인 못해 죄송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부산국제영화제(BIFF) 측이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성희롱, 성폭력 의혹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혔다. 영화제 측은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입장 발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이런 일을 재발하지 않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약속했다.

15일 부산국제영화제는 이용관 이사장 명의로 공식입장을 통해 “지난 5월 31일(수) 보도를 통해 알려진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해 먼저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사건에 대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입장 발표가 있었던 점 또한 뒤늦게나마 사과드린다”고 고개숙였다. 아울러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권고 절차에 따라 내부 조사에 성실히 응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의 요구사항에 대한 영화제 측의 답변 내용도 공개했다. 피해자는 의혹 발생 당시 ‘개인 문제가 제대로 밝혀질 때까지는 복귀를 기다리기로 하고 사표 수리는 그때까지 보류한다’고 밝힌 부산영화제 측의 입장 발표를 지적하고, 사무국 책임 하의 진상 규명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영화제 측은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을 개인의 문제로 표현한 부분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영화제는 향후 책임 있는 자세로 해당 사건은 물론 영화제 전 직원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도록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다만 “사실 여부가 확실시 되기도 전 ‘복귀를 기다린다’는 입장문은 본 피해 사건과 별도로 2023년 5월 11일 자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한 입장이었다”고 해명하면서도, “피해자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지 못했습니다.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사표 수리 과정에 대한 설명과 해당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를 재차 확인하지 않은 점을 사과하기도 했다. 영화제 측은 의혹 발생 뒤 며칠 만에 돌연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표 처리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수리한다’고 추가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영화제는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의사만을 존중하며, 피해 당사자에 대한 영화제 차원의 사과와 진상조사에 대한 언급도 없는 일방적인 보도내용에 관해 피신고인이 5월 11일 사임 의사를 밝힐 당시 5월 31일 사퇴하겠다는 기한을 명시한 사임서를 제출한 건으로 이미 사임의 효력이 발생한 상황이었으나 영화계 및 영화제의 요청으로 수리가 되지 않았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건은 피해자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영화제의 산적한 문제와 맞물려 신고 이전에 이미 진행됐던 피신고인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이 역시 피해자 의사를 확인하지 않는 잘못을 범했다”며 “영화제가 피해자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은 채 서둘러 사직 수리를 함으로써 피해자에게 상처를 준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당면한 영화제 준비에 중점을 두고 절차의 진행에 신경을 쓰다보니 피해자의 의사를 미처 물어보지 못했다며 과오에 통감했다.



영화제 측은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 잡을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검토해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사직을 수리한 상태에서 성폭력 의혹 때문에 다시 의결 절차를 사직 수리를 철회하는 방안도 고려해봤으나, 법률자문상 위법이라는 소견을 받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영화제 측은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직 수리로서 사건 진상조사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없다”며 “반드시 사건 진상 조사를 하고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6월 2일(금)부터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직 효력이 발생했고, 사직 수리 철회는 위법하여 번복할 수 없기에 거듭 피해자의 의견이 사전 존중되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사과 말씀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 측에도 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권고에 따라 안내 및 사건 처리 절차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임직원 모두의 성인지 감수성 향상을 위한 예방교육을 더 철저히 하겠다고도 다짐했다.

해당 사건을 영화제 재직 도중 발생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사건’ 명목으로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외부 진상조사단을 지정해 조사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또 “영화제는 현재 조직 쇄신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영화제의 특성을 반영한 직장 내 성희롱, 성폭력 예방 매뉴얼로 보완할 것이며, 현재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의 예방 및 대처 가이드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하여 게시하했다. 이와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제도적 장치를 추가적으로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제 개최를 불과 5개월 여 앞두고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사퇴 의사를 표명하면서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영화제 이사회를 비롯한 영화 각계 단체들이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복귀를 촉구하며 영화제의 정상 개최를 위해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복귀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중 그가 영화제 내부 직원에게 성폭력 및 성희롱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매체 보도로 제기되면서 영화제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됐다. 영화제 측은 당초 이사회 긴급회의를 통해 개인의 문제가 밝혀지기 전까지 복귀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며칠 만에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의사를 존중해 사표를 수리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