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김윤혜, "행복이란? '무한도전'보고 '군것질'하는 것"
by강민정 기자
2013.11.04 10:32:00
데뷔 12년차..행복은 '무한도전'과 '군것질'
'소녀' 만나 큰 꿈 꾸게 돼..새로운 김윤혜로 봐주길
| ‘소녀’로 관객과 만나는 김윤혜.(사진=스타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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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행복은? ‘무한도전’ 보는 것? 하하.”
소녀 감성을 벗지 못한 스물 셋 여인다운 대답이었다. 7일 개봉하는 영화 ‘소녀’(감독 최진성)로 인터뷰에 나선 김윤혜가 유독 ‘행복’이란 단어를 많이 언급했다. 그래서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하니, “별 것 아닌 소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행복은 ‘무한도전’(MBC) 보는 것? 혹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그런 것 같아요, 하하. 행복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마냥 좋을 때, 웃길 때, ‘행복해’라고 말하는 거죠. 소소하게 생각해야지, 큰 걸 바라면 찾기 힘든 게 행복인 건 분명해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다이어트 생각 안코 군것질할 수 있을 때, 행복한 거죠.”
| ‘소녀’ 속 해원의 신비로운 모습. 꽁꽁 언 호숫가를 배경으로 스케이트를 타는 해원의 이미지는 김윤혜와 꼭 어울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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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하진 않았을 거다. 11세부터 모델 활동을 시작으로 연예계 일을 했으니, 그가 겪은 풍파가 적지 않았을 터. 어린 나이에 현실을 보고, 희노애락의 맛을 봤을 김윤혜는 23세가 된 지금 세상에 맞춰 자신을 가꿔나갈 수 있는 성인이 됐다.
“올해는 정말 이상했어요. ‘소녀’를 촬영한 것도 올해, ‘소녀’가 개봉하는 것도 올해, ‘소녀’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것도 올해예요. 제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행복의 기준을 바꿔놓은 시기인 것 같아요. 이렇게 큰 행복을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죠.”
‘소녀’는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로 관객과 만났다. 개막식 레드카펫에서 한자로 쓴 ‘소녀’를 등에 타투 문신으로 보여준 김윤혜의 모습에 시선이 집중되기도 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을 때만 해도 각국에서 모인 수많은 영화 포스터를 보며 ‘이들은 참 행복하겠다’고 생각했던 김윤혜는 1년 만에 그 행복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에 무한한 감동을 느꼈다.
“‘소녀’를 만나서 힘이 됐고, ‘소녀’를 만난 건 정말 잘 한 일인 것 같아요. 생각이 많아질 시기에 ‘소녀’ 덕에 길을 찾게 됐고 방향을 정할 수 있게 됐거든요. 이 일에 더 확신을 갖고 즐거움을 알게 됐고요. 작년 생각을 하며 부산을 찾으니 정말 믿기질 않았어요. ‘소녀’를 만난 건 데뷔 후 가장 큰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열한 살의 나이로 신비로운 비주얼을 자랑하며 대중의 뇌리에 박힌 김윤혜. 그때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신비로움’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김윤혜가 된 건 그만의 특화된 매력이기도 하다.
“때론 갇혀 있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이젠 하나의 이미지가 있다는 게 좋기도 하고, 생각을 달리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이미지가 어떻든, ‘예쁘다’는 말은 별로예요. 영화나 드라마나 광고나, 뭘 촬영해도 ‘예쁘게 나온 것 같아?’라는 말은 제게 중요하지 않거든요. 매력있게 보이는 게 중요하죠. 근데 저는 어렸을 때 더 예뻤던 것 같아요, 하하.”
김윤혜는 아직도 집에 ‘잠뱅이 카달로그’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반가웠다. “흑백 사진 아니었냐!”, “아이가 찍은 것 치고 파격적이었다” 등 반응을 늘어놓으니 부끄러운 듯 웃음을 터트렸다.
| ‘이대로만 자라다오’의 좋은 예. 김윤혜의 어린 시절은 아직도 많은 팬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여전히 김윤혜의 어린 시절 사진이 올라오며 ‘모태 미인’임을 인증해주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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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찾아서 보기도 해요. 이때 어떻게 이런 걸 찍었지? 생각하기도 하고요. 화보촬영은 이제 익숙해졌죠. 스물 하나 됐을 때부터 화보 촬영장보다는 드라마, 영화 현장을 찾으면서 경험을 늘리려고 했어요. 학교 생활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만, 이 일이 너무 좋았기 때문에 지치지 않았죠. 첫 스크린 주연, 욕심도 많이 나요. ‘소녀’를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지만, 보신 분들 모두가 저를 새롭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 간절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