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생' 이범호 감독 선택한 KIA, 변화 대신 안정 택했다

by이석무 기자
2024.02.13 11:44:21

한국 프로야구 최초 1980년대생 사령탑이 된 이범호 신임 KIA타이거즈 감독,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김종국 전 감독의 갑작스런 이탈로 사령탑 공백을 맞이했던 KIA타이거즈가 고민 끝에 내부 안정을 선택했다.

KIA타이거즈 구단은 13일 이범호(42) 현 1군 타격 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과 연봉을 합친 총액은 9억원이다.

KIA는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김종국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는 악재를 맞이했가. 김종국 전 감독은 지난달 29일 배임수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중이다. 아직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KIA 구단은 김종국 전 감독과 더 이상 함께 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그동안 갑작스레 새 감독을 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여러 지도자의 이름이 자천타천 거론됐다, KIA 출신의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들의 이름도 수면 위로 많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KIA 구단은 ‘1980년생’ 이범호 감독을 선택했다. 이범호 신임 감독은 현재 호주 캔버라에서 타격 코치로 선수단과 스프링캠프를 소화 중이다. 현지에서 곧바로 보직을 바꿔 감독직을 수행하게 된다.

KIA가 이범호 감독을 선택한 것은 선수단에 급격한 변화 대신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기존 방식으로 선수단 운영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나타냈다.

이범호 감독은 프로 데뷔는 한화이글스에서 했지만 2011년 KIA로 이적한 뒤 2019년 은퇴할 때까지 팀의 간판타자로 활약했다. 특히 KIA가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당시 일등공신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은퇴 후에도 KIA와 계속 인연을 맺었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은 뒤 2021시즌 퓨처스 감독을 거쳐 지난해부터 타격코치를 맡았다.



KIA 구단은 이범호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1981년생인 이범호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이 됐다. 앞서 1983년생 문규현, 1988년생 행크 콩거(한국명 최현) 롯데 자이언츠 코치가 래리 서튼 전 감독 대신 잠깐 감독 대행을 맡은 적이 있고, 1985년생 김창현 키움히어로즈 수석코치가 2020년 손혁 전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잔여 시즌 팀을 이끈 바 있다. 하지만 정식 감독은 이범호 감독이 처음이다.

심지어 이범호 감독은 현재 KBO리그 최고령인 1982년생 오승환(삼성라이온즈), 추신수(SSG랜더스), 김강민(한화이글스)보다 겨우 1살 많다. KIA 선수단 최고참인 1983년생 최형우보다는 2살 위다.

다만 다른 스포츠 종목에선 프로축구 수원삼성 염기훈 감독(1983년생), 프로배구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1980년생), 여자프로농구 구나단 인천 신한은행 감독(1982년생)등 80년대생 사령탑이 여럿 있다. 심지어 외국인 사령탑인 토미 틸리카이넨 프로배구 대한항공 감독은 1987년생이다.

KIA 구단은 현역 시절 남다른 리더십을 보였던 이범호 감독이 젊은 감독답게 선수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젊고 패기있는 야구를 펼쳐주길 기대하고 있다.

이범호 신임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감독자리를 맡게 돼 걱정도 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팀을 꾸려 나가도록 하겠다”며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초보 감독이 아닌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서 맡겨 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