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파란만장 2018시즌도 마감...잔류? 이적? 거취 관심
by이석무 기자
2018.10.29 13:20:59
| 한국인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선발 등판이라는 큰 역사를 쓴 LA 다저스 류현진. 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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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LA 다저스가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서 고개를 숙였다. 파란만장했던 류현진(31·LA 다저스)의 2018시즌도 아쉬움 속에 막을 내렸다.
다저스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보스턴 레드삭스에 1-5로 패했다.
이로써 다저스는 시리즈 전적 1승4패로 보스턴에게 끝내 무릎을 꿇었다. 2017년 월드시리즈에서 휴스턴에 3승 4패로 밀렸던 다저스는 2년 연속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1988년 이후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겠다던 꿈도 물거품이 됐다.
반면 보스턴은 1903, 1912, 1915, 1916, 1918, 2004, 2017, 2013년에 이어 통산 9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뚫고 86년 만에 정상에 오른 뒤 2000년대 들어서만 4번째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류현진의 6차전 등판도 무산됐다. 류현진은 지난 25일 2차전에서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발로 나와 4⅔이닝 6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이후 6차전 선발을 준비하며 설욕의 칼을 갈았다. 하지만 시리즈가 5차전에서 끝나는 바람에 기회를 잃고 말았다.
한국 최고의 투수로 군림하다 2013년 포스팅시스템을 거쳐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류현진은 올해 처음으로 월드시리즈라는 큰 무대를 경험했다.
지난해도 다저스는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정작 류현진은 시즌 막판 부진으로 인해 포스트시즌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류현진으로선 부상에서 회복해 건강하게 한 시즌을 마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올해는 달랐다. 전성기 시절 구위를 되찾으면서 더욱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컷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로상대 타자들을 괴롭혔다.
시즌 도중 왼쪽 사타구니 부상을 당하면서 3달 넘게 공백기를 가졌지만 부상에서 돌아온 뒤 호투 행진을 이어가며 다저스 선발진의 핵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 여부가 달린 시즌 막판 3경기에서 19이닝 1자책점이라는 압도적인 투구로 연속 승리를 따내 ‘빅게임 피처’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심었다. 류현진의 활약이 없었다면 다저스의 가을 야구도 없었을지 모른다.
7승 3패에 1점대 평균자책점(1.97)로 정규리그를 마친 류현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빛나는 모습을 보였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 에이스인 커쇼 대신 1차전 선발로 나와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큰 경기에서 강한 류현진의 진가가 제대로 돋보인 경기였다.
하지만 이후 류현진의 투구는 아쉬움이 남았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2차전과 6차전에 선발로 나섰지만 모두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일찍 마운드를 내려왔다. 2차전은 4⅓이닝 동안 2실점 한 뒤 승패 없이 물러났고, 6차전에선 3이닝 5실점이라는 최악의 부진을 드러내 패전 투수가 됐다.
다저스는 7차전 접전 끝에 NLCS 승리로 장식하고 월드시리즈 진출을 확정 지었다. 류현진은 김병현(2001년), 박찬호(2009년)에 이어 한국인 선수로는 세 번째로 월드시리즈 무대를 밟는 선수가 됐다.
류현진은 아울러 25일 월드시리즈 2차전 선발로 나오면서 한국인 선수 최초의 월드시리즈 선발투수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하지만 그 경기에서 4⅔이닝 동안 4실점 하는 바람에 또 패배를 안았다.
4회까지는 단 1점만 내주며 2-1로 앞서 승리투수를 기대케 했다. 하지만 5회말 2아웃을 잡은 뒤 2사 만루 위기에 몰리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이후 구원투수 난조로 류현진이 내보낸 주자 3명을 모두 홈에 들어오는 바람에 류현진의 자책점이 4점으로 늘었다.
이후 다저스는 5차전 만에 보스턴에 무릎을 꿇었고 류현진의 첫 월드시리즈도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제 관심은 류현진이 과연 내년에도 다저스에 잔류할 것인가에 쏠린다. 류현진은 월드시리즈를 끝으로 다저스와 맺은 6년 3600만 달러 계약이 막을 내린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한 류현진은 다저스에 잔류할 수도 있고 다른 팀으로 이적을 물색할 수도 있다.
미국 언론은 다저스가 월드시리즈 후 FA 자격을 얻는 류현진에게 ‘퀄리파잉 오퍼’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퀄리파잉 오퍼는 구단이 FA 자격을 얻은 소속 선수에게 빅리그 고액 연봉자 상위 125명의 평균 연봉을 제시해 1년간 팀에 묶어놓는 제도다. 2019시즌 퀄리파잉 오퍼 금액은 1790만 달러(약 204억원)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다저스가 실제로 퀄리파잉 오퍼를 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나이와 부상 전력 등을 감안해 특별한 제안 없이 FA가 되도록 놔둘 가능성도 있다. FA 시장에서 류현진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일부에선 연봉 총액 최대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초대박 계약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잦은 부상 전력 탓에 몸값이 10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온다. 올해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가 더욱 흥미로운 이유다.
류현진은 월드시리즈 일정을 모두 마친 뒤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다저스와 함께 한 6년은 굉장했던 것 같다. 6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계속 올라갈 만큼 강했다”며 “개인적으로는 부상이 많아서 안타까웠지만 팀으로서는 굉장했다. 매년 포스트시즌에 갈 수 있는 팀이 늘 있는 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다만 FA 선언 여부에 대해선 “그건 지금 생각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알지 않겠나”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