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중문화 인물론③]김장훈론(金壯勳論)-"멀리 보면 인생은 희극이다"
by윤경철 기자
2008.12.24 12:25:53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인생은 가까이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 보면 희극이다"
김장훈을 처음 만난 사람들은 두 번 놀란다. 처음엔 그의 무모함에, 다음번엔 그 무모함을 실행에 옮기는 추진력에.
월세방에 살면서 40억을 사회에 몰빵한 남자. 천식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실신을 하면서까지 무대를 고집해온 가수. 그가 바로 김장훈이다. 한편으론 바보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슈퍼맨 같기도 한 인생이다. 올 한해 기부, 독도, 그리고 태안반도로 이어진 그의 선행은 해를 넘겨 더없이 찬란한 또 다른 태양을 맞고 있다.
김장훈은 애국자다. 반론의 여지가 혹여 있을 수도 있지만 필자의 눈에 비친 그는 지독할 정도로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7월10일 뉴욕타임즈에 독도 관련 전면광고를 내 화제를 모았다. 일부에서는 그의 이런 행동을 가리켜 김장훈이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폄하하는 이도 있지만 그는 자신이 가진 전재산을 사회에 쏟아 붓는 행동을 주저치 않는다. 그리고 독도 광고를 위해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던 행사까지 뛰었다.
이유는 뭘까? 김장훈의 30년 지기이자 그의 소속사 대표인 노민호 사장은 그가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을 사랑하기에 대한민국을 욕보이거나 대한민국이 불운에 처하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그의 또다른 대한민국 사랑은 전세계에 한국을 알리는 반크와 손잡고 진행하는 꿈날개 프로젝트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이 단체에 억대의 기부금을 내는 것은 물론 직접 활동도 마다치 않고 있다.
그의 이런 모습은 자신의 존재감을 국가를 통해 찾으려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부국강병해야 그 나라 사람들이 행복하다는, 지극이 당연하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을 그는 외롭지만 묵묵히 이어 나가고 있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으로 자신이 사는 이곳을 지독히도 사랑하는 그를 미워하기란 쉽지 않다.
김장훈은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강요도 안한다. 그냥 자신이 말한 것을 직접 몸소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대표적인 것이 태안 살리기다. 그는 태안반도가 기름으로 오염되자 어느날 홈페이지에 ‘태안가자’라는 말과 함께 팬 수백명을 이끌고 그곳을 방문했다. 그는 절벽타기까지 마다치 않으며 태안을 한 달에 한 번꼴로 방문하면서 바다살리기에 앞장섰다. 처음엔 그와 동행하던 자원봉사자가 수십명에 그쳤다. 하지만 김장훈의 솔선수범에 그 수는 어느덧 수천명으로 불기도 했다.
그의 태안살리기는 한마디로 무식함 그자 체다. 처음 기름떼 가득한 돌을 보고 눈물이 났다는 김장훈은 6개월로 예상했던 자신의 스케줄을 기름떼가 0%가 될 때까지로 수정했다. 횟수도 필요 없고 돈도 필요 없고 인원도 제한 없다는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사회활동을 이어갔다. 한 달에 하루 이틀밖에 쉬지 못하는 그는 일주일에 평균 4일을 서해안을 찾았고 그러기 위해선 잠도 줄여야 했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엄두도, 이해도 안되는 행동이지만 그의 이런 행동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감동을 선물했다.
김장훈은 부잣집 아들이다. 아니 아들이었다. 한때 남부러울 것 없던 그는 갑작스럽게 집이 어려워져 월세 6만원짜리 월세방을 전전하기도 했다. 이후 가출을 밥 먹 듯이 했고 수면제 200알을 먹고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다. 공항증이라는 병 때문에 지금도 밤에 불을 켜놓고 잠을 잔다고 한다.
바닥을 경험한 그는 이후 검정고시에 합격, 대학에 입학하고 자신의 길을 찾는다. 그건 다름아닌 노래였다. 그는 노래와 무대를 위한 일이라면 아낌없이 버리고 또 투자한다.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김장훈이 가장 싫어하는 것중 하나가 자선 콘서트나 수익금 일부를 자선기금으로 내놓는 거다. 그는 콘서트의 수익금은 관객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선을 하고 싶으면 콘서트가 아닌 다른 것을 통해 하라는 것이다. 뭔가를 이룰려면 그것을 위해 아낌없이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야 진정성이 담보되고, 그것을 통해 또 다른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김장훈은 올초 콘서트를 하면서 스태프들에게 큰 선물을 했다. 제주도 공연 때 스태프 가족들을 전부 불러 제주도 관광과 회식을 시켜준 것이다. 한 번 식사에 수백만원이 나갔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눈물을 보였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스태프 가족들에게 맛있는, 따뜻한 밥 한 끼를 너무 늦게 대접하게 된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그는 이날 스태프들에게 “오늘 만큼은 밥 안 먹어도 배가 정말 부르다”며 흐뭇해 했다.
그는 또한 명절이면 수천만원을 세뱃돈으로 쓴다. 자신이 아는 자선 단체를 방문해 그곳에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수백명 모두에게 세뱃돈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혈육이 아닌 또다른 가족들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의 자신이 현재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건 모두 주위 사람들의 도움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더라도 김장훈처럼 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 그의 공연이, 또 그의 선행이 다른 사람들의 그것에 비해 유독 더 밝은 빛을 내는 이유다.
김장훈은 어려서부터 승부욕이 넘쳤다. 고교시절 고스톱으로 관내 학교를 평정했고 기원에서 늦게 배운 바둑으로 동네 아저씨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었다.
김장훈의 현재는 타고난 재능에 승부욕의 발로다. 뭔가를 하면 꼭 이겨야 한다는 그만의 승부근성이 뚜렷한 결과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이런 모습은 방송이나 무대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그는 게임이나 방송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거의 지는 법이 없다. 웃기려고 일부러 질 때도 있지만 일단 시작하면 끝을 보고, 그 끝에 자신이 살아남아야 직성이 풀린다. 그는 이런 승리를 위해 몇날 며칠 밤을 고생하고 고민하고 생각한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지고 또래의 가수들보다 젊게 살고 영향력을 발휘하는 김장훈의 매력은 다름아닌 이런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 ▲ 독도 소재 다큐멘터리 영화 '미안하다 독도야' 언론시사 현장에서 가수 김장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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