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상반기 결산①]숫자로 본 상반기 한국영화...1부터 1370만까지
by유숙 기자
2008.06.26 13:10:08
| ▲ 영화 '추격자'와 '강철중: 공공의적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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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한국영화시장은 2008년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최근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강한섭 위원장은 지금의 영화시장에 대해 “위기가 아닌 대공황”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다. 하지만 한국영화시장에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잘 만든 한국영화들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며 시장을 주도했다. 혼란스러웠던 2008년 한국영화시장을 숫자로 정리했다. (별도의 설명이 없는 통계 수치는 영화진흥위원회 집계를 기준으로 함.)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에 한국영화 시장이 어렵다고 하지만 그래도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영화는 한국영화 ‘추격자’였다. 2월14일 개봉한 ‘추격자’는 507만1506명의 관객을 동원해 6월25일 현재까지 전체 흥행순위 1위에 올랐다. 한구영화와 외화 전체를 통틀어 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도 ‘추격자’ 한 편 뿐이다.
‘추격자’는 비흥행 장르로 여겨졌던 범죄 스릴러에 18세 이상 관람가라는 한계, 주연배우들도 흥행이 보증된 스타가 아니었지만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19일 개봉한 영화 ‘강철중: 공공의 적 1-1’(이하 ‘강철중’)은 국내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제목에 ‘1-1’을 붙여 ‘공공의 적’ 시리즈의 속편으로 그 맥을 이어가고 있다. ‘강철중’은 ‘다이하드’ 시리즈와 같이 ‘무대포 꼴통형사 강철중’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를 내세운 한국형 시리즈물로 인기를 끌며 개봉 1주일 만에 20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또 ‘강철중’은 공교롭게도 11주 만에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며 외화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던 한국영화시장에 다시금 활기를 불어넣었다. 영화계에는 ‘강철중’의 힘찬 스타트가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영화 기대작들의 흥행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한국영화는 최악의 침체기를 걷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는 바로 지난 5월 한국영화 점유율이다. ‘아이언맨’, ‘인디아나 존스4: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나니아 연대기: 캐스피언 왕자’ 등이 개봉된 올해 5월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전체 영화 중 7.7%에 불과했다.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진 것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수모'였다.
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대거 개봉되며 미국 영화가 주를 이뤘던 5월 외화 점유율은 92.3%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에도 ‘스파이더맨3’,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에서’ 등이 개봉되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지만 외화의 관객 점유율은 75.4%(서울기준)였다.
한국영화시장은 성장이 잠시 멈췄지만 국내 관객들의 입맛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을 기준으로 올해 1~5월 미국영화를 제외한 유럽, 중국, 일본 등 기타 외화 개봉작들의 관객점유율은 11.6%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에 비해 3.3%포인트 증가했다.
그에 비해 한국영화의 관객점유율은 지난해 42.5%에서 올해 38.5%로 떨어졌고 미국영화 점유율은 49.2%에서 49.8%로 소폭 상승해 한국영화를 관람했던 관객들이 ‘다른 영화’를 찾으며 한국과 미국 외의 타 국가에서 제작된 영화들로 이동해 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영화가 힘을 잃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한국영화시장이 아시아를 대표할 만큼 커졌기 때문일까. 올해 상반기에는 유독 해외 유명 배우들의 내한이 많았다. 1월 ‘말할 수 없는 비밀’, ‘쿵푸덩크’ 홍보차 내한한 대만스타 주걸륜을 시작으로 3월에는 ‘삼국지: 용의 부활’의 유덕화, 홍금보, 매기큐, 오건호, 안지걸, ‘연의 황후’의 여명, 진혜림 등이 방한했다.
또 4월에는 ‘스트리트 킹’의 키아누 리브스와 ‘아이언맨’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달아 한국 땅을 밟기도 했다. 최근에는 ‘적벽대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의 양조위, 금성무, 장첸, 린즈링이 내한했다. 이처럼 해외 스타들의 내한 러시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한국이 아시아 영화시장의 가늠터(테스트 베드의 우리말 순화어)가 되고 있다는 것과 시장 불황으로 한국영화가 숨을 죽인 사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유야 어떻든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세계적인 스타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자주 주어진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시장이 어렵고 제작되는 영화도 현저히 줄었지만 올해 상반기 극장에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의 한국영화들이 걸렸다. 지난해 1월~6월 한국영화는 총 50편이 개봉됐고 올해 역시 1월부터 5월까지의 개봉작 42편에 ‘강철중’, ‘걸스카우트’, ‘흑심모녀’, ‘크로싱’, ‘무림여대생’ 등 6월 개봉작까지 50편이 넘는 영화가 개봉됐다.
이 같은 수치에는 제작을 마치고도 1~2년간 개봉 시기를 잡지 못했던 이른바 ‘창고 영화’들의 대거 개봉이 영향을 미쳤다. 상반기 개봉된 ‘창고 영화’는 ‘바보’, ‘허밍’, ‘도레미파솔라시도’, ‘방울토마토’, ‘날나리 종부전’ 등 20편에 가깝다.
한국영화의 불황은 극장가에도 한파로 작용했다. 극장가가 최대 호황을 누렸던 2006년1~5월과 비교해 올해 같은 기간에는 관객수가 1370만 명이 줄었다. CJ CGV의 집계에 따르면 2006년 1월~5월 관객수는 6973만4024명, 2007년 같은 기간에는 6055만7794명으로 감소했고 올해 같은 기간에는 5605만2117명이었다.
특히 2006년 1월에는 영화 ‘왕의 남자’의 흥행으로 총 20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극장을 찾았으나 올해에는 5월까지 개봉작들 중 500만 명을 돌파한 영화가 단 한 편에 그쳤다. 이 때문에 영화관계자들은 “한국영화든 외화든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대박 영화’가 나와 줘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