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딩동, "심장이 뛴다. 고난 속에서도 나는 설렌다"(인터뷰)

by김영환 기자
2010.04.06 11:23:28

▲ MC 딩동


[이데일리 SPN 김영환 기자] MC 딩동은 자리에 앉자마자 명함을 하나 건넸다. `딩동 해피 컴퍼니 대표이사 MC 딩동`. 연예인이 직접 판 명함을 받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사무실도 없고 직원도 없이 웹상에서만 존재하는 회사지만 MC 딩동은 당당했다. 명함 뒷면에는 `딩동이벤트 대표`, `허용운 인생상담소 소장`, `레크리에이션 1급 강사` 등 약력이 소개돼있다.

"명함은 계속 업그레이드 되고 있습니다. 저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이에요. 지하철에 꽂아놓기도 하고, 길거리에서 사람들 나눠주기도 해요. 그런데 정말 이벤트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맡은 행사 중 기억에 남는 게 교회행사였다. 불교 신자였지만 새 운동화를 신고 싶은 열망과 삼겹살을 향한 식욕이 그를 교회로 이끌었다. 당시 제의받은 출연비가 운동화를 사고 삼겹살을 먹을 가격과 꼭 들어맞았다.

"`할렐루야`, `주여`를 외치면서 이렇게까지 서울에서 버텨야 하나 싶었어요. 그 때 목사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이 어떤 사람을 절벽으로 모는 이유는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라 날개있음을 알려주려 하는 것이라고요. 감동받았지만 그래도 개종은 하지 않았습니다."

명함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생뚱맞게도 불교 행사를 섭렵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교회 행사만 해 원래 종교인 불교에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불교 앨범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타이틀 제목도 나왔어요. 부처님이 잘 생기셨다는 의미에서 `부처핸섬`이에요."

`부처핸섬`은 흔히 공연장에서 가수들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할 때 쓰는 `Put your hands up`(손 들어)이라는 말을 발음이 비슷한 점을 착안해 익살스럽게 바꾼 것이다.

MC 딩동은 행사 MC로 첫 발을 내디뎠다. 군대에서 레크레이션을 한 후임병을 만난 게 인연이 됐다. 보초를 함께 서며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은 후임병에게 반했다. 실력을 쌓아 SBS 9기 공채 개그맨이 된 후에도 자잘하다고 여겨지는 행사까지 가리지 않고 진행을 하는 이유는 공연에 대한 열망 때문이다.

"꿈이 공연 기획이에요. 개그맨들도 MC를 무척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행사에서는 MC가 없으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닥치는 대로 행사 진행을 하고 싶어요. 9만9900원에 어느 행사든 찾아가는 서비스인거죠. 단, 서울 외 지역은 대중 교통비를 추가로 받습니다."



더불어 행사 비법을 UCC로 퍼뜨릴 꿈도 갖고 있다. 결혼식이나 송년회, 칠순 잔치 등에서 재미있게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전하고 있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결혼식 사회 보는 법이죠. 어딜 가나 사회자가 빠지는 경우는 없어요. 이 뿐만 아니라 틈새 시장 공략도 노리고 있습니다. 회식에서 인기 얻는 법, 나이트클럽에서 부킹 잘 하는 법, 노래방에서 히트 치는 법 이런 것들이요."
 
▲ MC 딩동


MC 딩동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인터뷰를 했다. 조금이라도 빈틈이 보이면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었다.
 
그런 그에게도 아픔의 시간은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케이블 연예정보채널 Y스타의 전신인 YTN스타를 통해 얼굴을 알릴 수 있었다. 그러나 8개월 간 지속되던 전속 VJ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지나친 일정이 이유였다.

"방송은 이름을 알리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생활에는 도움이 안 됐습니다. 업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목소리가 잠겨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방송일이 바다로 갈 수 있는 강이라고 생각했는데 버텨내지 못한 거죠. 다시 지하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못 견디겠더라고요."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망가진 목으로 찾아간 곳은 전라남도 영광군의 안마도라는 섬이었다. 이 곳 보건소에서 먹고 자면서 마을 주민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했다. 20가구 정도 되는 자그마한 마을에서 다시 의욕을 찾았다.

"화장실 가다 넘어진 할머니가 계속 누워계시기만 해서 욕창이 생기지 않게 몸을 돌려드리는 일을 했어요. 할머니는 TV도 안보고 계속 집 안만 내려다 보셨습니다. 그래서 뭘 생각하시냐고 여쭸더니 할아버지 모습, 자식들 뛰는 모습들이 떠오르신다고…. 추억을 보고 계신거였죠. 그런데 전 추억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당당한 추억을 만들고 싶어 섬을 나왔습니다."

현재 MC 딩동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사전 MC를 하고 있다. 일명 바람잡이로 불리는 방청석 정리 역할이다. 알음알음 이름이 알려지면서 KBS `1대100`, `열린음악회` 등에서 사전 MC를 맡았다.

SBS `찾아라 녹색황금`에는 보조 MC로 출연 중이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김환 아나운서가 갑작스레 출연을 할 수 없게 돼서 제가 그 공백을 메우게 됐죠. 원래 1주만 메우는 거였는데 김환 아나운서가 일정이 생겨 3주를 나가게 됐습니다. 포털사이트에 뜨는 제 모습을 현수막으로 제작해 가기도 하고 자체로 자막도 만들었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던지 3주째 나가면서 고정이 됐어요."

케이블 방송에서부터 방송활동을 해온 지 5년째. 그간 이뤄놓은 게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좌절하지도 않는다.

"재능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한 분야에 오래 있었는데 이룬 게 없다고 하면 억울할까봐 열심히 하려고요. 대개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핸드폰 시계를 보잖아요. 저는 왼쪽 가슴을 만집니다. 심장이 뛰어요. 오늘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항상 설렙니다."

▲ MC 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