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정철우 기자
2008.01.25 12:24:46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유격수 니시오카(등록명 츠요시)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 중 일부다. 이 글에는 야구에 대한 그의 진솔한 생각이 담겨 있어 화제가 됐었다.
니시오카는 자신이 던진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프로야구는 많은 볼거리를 줘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지금 선수들이 흘리고 있는 땀은 TV 하이라이트에서나 볼 수 있는 멋진 플레이를 위해서가 아니다. 그 어떤 선수도 멋지게 몸을 날려 공을 잡을 수 있도록 훈련하지 않는다.
안타성 타구를 어떻게 하면 편하게, 좋은 자세에서 잡아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땀을 흘린다. 공이 가는 곳으로 빠르게 가 잡을 준비를 할 수 있는 훈련을 지겹도록 반복한다.
지난해 국가대표 상비군 코치를 맡았던 이순철 전 LG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왜 다들 박진만을 최고라고 하는건가요."
그는 이렇게 답했다. "수비 훈련하며 펑고를 쳐보니 확실히 알겠더라. 공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에 대한 대응이 빠르다. 첫 바운드에 이미 머릿속에 그려지니 그 자리를 찾아가는 동작이 빠르다."
실제로 그렇다. 박진만의 플레이는 크게 화려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잘 맞은 타구가 외야로 빠져나가려는 순간 어느샌가 그의 글러브가 닿아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 편안하게 1루로 공을 던져 주자를 잡아낸다.
박진만은 이에 대해 "수비수의 기본은 공을 잡는 것이다. 던지는 걸 먼저 생각하면 실책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타구를 잘 쫓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훈련을 했었다. 신인 시절엔 방망이는 별로 잡아 본 기억도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박진만은 타구가 어디로 갈지 미리 예측하는 능력도 빼어나다. 타자별 성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공부해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8개구단의 스프링캠프가 한창이다. 니시오카나 박진만의 말 처럼 어려운 타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잡아내기 위해, 150km가 훌쩍 넘는 공도 멈춰놓고 칠 수 있기 위해 많은 선수들은 오늘도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공 3개만으로 세 타자를 잡아내 1이닝을 막아내는 장면을 떠올려 보자. 투수나 그 팀에는 이보다 더 효과적인 일이 없다. 그러나 보는 입장에선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이런 야구를 재미있게 보려면? 답은 간단하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치고 달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흘리고 있는 땀에 의미를 부여하고 관심을 가져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