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민정 기자
2015.03.13 08:32:06
[이데일리 e뉴스 김민정 기자] ‘킬미, 힐미’가 지성과 황정음의 행복한 미소를 끝으로 뜨거운 안녕을 고했다.
지난 12일 방송된 MBC 수목 드라마 ‘킬미, 힐미’ 20회에서는 ‘7중 인격’ 차도현(지성)이 마침내 인격 융합에 성공, 6개의 다른 자아들과 이별하며 ‘해리성 인격 장애’를 극복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방송은 도현과 리진(황정음)이 잔혹했던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평범한 연인으로 돌아가 행복을 찾은 모습으로 결말을 맺었다.
도현의 인격들은 어린 시절 학대당하던 리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탄생됐던 상태. 이에 두 사람이 잃어버린 기억의 퍼즐을 완성하고,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나가자 인격들은 자연스럽게 사라져갔다.
그로부터 1년 후 정신과 레지던트로 돌아간 리진과 쌍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도현은 커플링으로 굳건한 사랑을 확인했다.
두 사람의 환한 웃음 뒤로 도현은 “누구나 마음속에 어두운 지하실이 있다. 외면하고 방관하면 그 어둠이 짙어진다. 용기 내어 내려가 불을 켜야 한다. 혼자가 무섭다면 누군가의 손을 잡으면 된다. 당신과 함께라면 무섭지 않다”는 마지막 내레이션을 남겨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리진에 대한 외사랑을 아프게 접었던 리온(박서준) 또한 나름의 ‘해피엔딩’을 맞으며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했다.
도현과 리진의 이야기를 각색한 자신의 소설 ‘킬미, 힐미’의 생생한 반응을 알기 위해 나갔던 서점 암행에서 운명의 상대를 만난 것.
리온은 소설책 ‘킬미, 힐미’을 사가려는 아리따운 아가씨(권유리)에게 자신을 오메가 작가의 먼 친척으로 소개하며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아가씨는 “저는 요나예요. 안요나”라며 익숙한 이름을 꺼냈고, 리온은 질긴 운명의 고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 지난 65일 동안 웃음과 감동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쥐락펴락했던 ‘킬미, 힐미’가 남긴 것들을 짚어봤다.
‘킬미, 힐미’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무려 ‘7중 인격’을 가진 남자 주인공의 ‘힐링 로맨스’라는 생소한 이야기를 꺼내 들었던 상황. 시작 전부터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았던 색다른 소재는 뚜껑이 열린 후에는 차별성을 갖춘 회심의 카드로 작용,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해리성 인격 장애’를 앓고 있는 차도현이라는 인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배우 지성의 힘, 그 어떤 드라마에서도 찾아볼 수 없던 당찬 ‘힐링 여주’ 황정음의 활약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였던 것.
더욱이 진수완 작가와 김진만 감독은 학대당한 아이들의 아픔을 빈틈없는 스토리와 탄탄한 개연성을 갖춘 입체감 있는 캐릭터들로 깊이 있게 그려내면서 로맨틱, 코미디, 스릴러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요물드라마’를 탄생시켰다.
지성과 황정음은 ‘킬미, 힐미’를 통해 단순한 ‘주연 배우’가 아닌 믿고 보는 ‘국민 배우’로 거듭났다. 드라마 ‘비밀’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 또 한 번 절대 커플 케미를 과시하며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것.
먼저 지성은 젠틀한 본 인격 차도현, 통제불능 옴므파탈 신세기, 구수한 전라도 아저씨 페리 박, 염세주의 소년 안요섭, 천방지축 엽기 소녀 안요나, 7세 여아 나나, 미스터리를 품은 미스터 X 캐릭터까지 7개 인격의 개성을 하나, 하나 살려내며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농익은 연기력을 입증했다.
이어 황정음은 보는 이들마저 함께 울게 하는 농도 짙은 눈물 연기부터 포복절도를 자아내는 코믹 연기까지 무리 없이 소화하며 명실상부한 ‘로코 퀸’의 귀환을 알렸다.
누구보다 털털하고 밝은 성격이지만 사실은 마음속에 커다란 트라우마를 봉인하고 있던 오리진 캐릭터를 통해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