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앤 더 시티' 그녀들, 직접 만나보니···
by최은영 기자
2010.06.02 15:52:39
|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 크리스틴 데이비스, 신시아 닉슨, 사라 제시카 파커, 킴 캐트럴(사진 왼쪽부터)이 1일 일본 도쿄 록본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한국기자단과 간담회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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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일본)=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캐리, 사만다, 샬롯, 미란다.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그녀들이 뉴욕을 벗어나 런던을 거쳐 아시아로 화려한 외출에 나섰다.
1998년 TV 드라마로 시즌 1이 방영되고 12년째 전세계 여성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지만 이들이 단체로 아시아를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5월31일과 6월1일 양일간 일본 도쿄 록본기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 일본 프리미어 행사장에는 무려 100여 개 현지 매체, 400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참석해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한국을 비롯한 대만, 홍콩 기자단도 30여 명이나 됐다.
실제 만나본 이들의 모습은? 한마디로 화면에서 툭 하고 튀어나온 듯 했다.
사라 제시카 파커(45)는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똑 떨어지는 뉴요커 식 발음으로 작품 속 캐리를 연상시켰고 킴 캐트럴(54)은 극 중 도발적이고 개방적인 사만다만큼이나 실제로도 매사에 화끈하고 정열적인 모습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극 중 변호사 미란다 홉스 역의 신시아 닉슨(44)은 "우리 작품을 정치와 엮지 마라"며 작품에 대한 소신 등을 똑부러지게 밝혔고, 좋은 아내이자 엄마이고자 하는 천생 여자 샬롯 역의 크리스틴 데이비스(45)는 "극 중 자신이 답답한 성격이라 다른 나라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했는데 보수적인 일본을 비롯해 아시아 팬들은 달라 기쁘고 감사하다"면서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실제 성격을 묻자 이들 스스로도 "네 명 모두 극중 캐릭터와 유사하다"고 답했다. "사만다가 남자를 밝히는 것을 빼곤"이라는 유쾌한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 ▲영화 '섹스 앤 더 시티2' 일본 프리미어 기자회견에서. 왼쪽부터 신시아 닉슨, 크리스틴 데이비스), 사라 제시카 파커, 킴 캐트럴, 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사진=워너브러더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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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 스포트라이트는 역시나 '캐리 브래드 쇼' 사라 제시카 파커에게 쏠렸다. 주인공은 언제나 마지막을 장식하는 법. 사라는 신시아, 크리스틴, 킴에 이어 마지막으로 무대에 섰다.
생각보다 키는 작았다.(사라의 신장은 163cm다) 하지만 결코 작거나 위축돼 보이진 않았다. 시리즈와 더불어 10년 넘게 함께해온 킬힐과 조명 없이도 빛이 나는 블링블링한 의상 덕분이었는지 몰라도. 참고로 이날 사라는 짙은 남색 컬러의 비즈 드레스에 알렉산더 맥퀸 화이트 재킷을 걸치고 붉은색의 네크리스, 골드톤의 크러치백, 청록색의 페라가모 구두로 완벽에 가까운 믹스 앤 매치룩을 선보였다.
이번 영화에서 사라는 배우에 이어 제작자로도 참여했으며, 동료들과 함께한 아부다비 클럽 신에서는 '애니' '실비아'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 무대에서 갈고 닦은 노래 실력도 유감없이 뽐냈다.
사라는 '섹스 앤 더 시티'의 놀라운 흥행에 힘입어 '할스톤 헤리지티'라는 패션 회사도 설립했는데 그녀는 이 회사의 대표이자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로도 활약하고 있다. 물론 이번 그녀의 새 영화에도 할스톤 헤리지티의 의상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극중에서처럼 실제로도 글을 쓰는 재주는 없다. '섹스 앤 더 시티' 스타들 가운데 실제 작가는 자유분방한 쾌락주의자 사만다 역의 킴 캐트럴이다. 그녀는 배우 이전에 'Being a girl:navigating the Ups & Downs of Teen Life' 등 전미 베스트셀러를 포함해 수권의 책을 집필한 작가이기도 하다.
킴 캐트럴은 이번 아시아 프리미어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한국 기자단과의 만남에서 "실제로는 니트 등 편안한 의상을 즐겨 입는다"고 밝혀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샬롯 역의 크리스틴 데이비스는 열렬한 박애주의자로 익히 알려져 있다. 국제 빈민구호단체인 옥스팜의 세계 명예대사로 활동하며 지구촌의 성과 빈곤,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신시아 닉슨은 이번 아시아 정킷에서 갈색 머리를 금발로 물들은 채 팬들과 만났는데 화면에서보다 훨씬 아름다운 외모에 현장에선 감탄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아시아 정킷에서 연출을 맡은 마이클 패트릭 킹 감독은 새 영화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며 "'섹스 앤 더 시티'를 '007'의 여성 버전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007' 시리즈에 나오는 스포츠카가 '섹스 앤 더 시티'의 마놀로 블라닉 슈즈와 같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섯 편의 TV 드라마와 두 편의 영화로 12년을 진화해온 '섹스 앤 더 시티' 시리즈에 대해 "절대 반복은 없다"며 "우리는 늘 새로운 것을 이야기 한다"고 강조했다.
2008년 1편 개봉후 2년만에 선보여지는 속편에서 그녀들은 '판타지'가 아닌 '현실'을 이야기한다.
10년 연애 끝에 미스터 빅과 결혼한 캐리는 자극 없이 밋밋하기만 한 결혼생활에 갈등을 겪고, 완벽한 어머니가 되길 꿈꿨던 샤롯은 육아 문제로 고민한다. 뉴욕 최고의 로펌 소속 변호사 미란다는 남성 우월주의자인 직장상사를 만나 괴로워하다 결국 사표를 던지고, 사만다는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폐경이라는 큰 변화를 맞아 자기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이어간다.
시리즈 전편에 걸쳐 막강한 흥행 요인으로 자리했던 그녀들의 유쾌한 성(性)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줄었다. 대신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이 한번쯤 생각하고 고민해 봤을 법한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새롭게 덧칠됐다. 어쩌면 그건 어느덧 40~50대에 접어든 이들 네 명의 자연스러운 변화를 담고 있는 건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