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스페셜①]보고 듣는 이중의 재미...클래식의 향연
by김은구 기자
2008.10.01 12:42:38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안방극장이 매주 수, 목요일 밤 클래식 음악의 향연에 빠지고 있다.
클래식 음악, 이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소재로 한 MBC ‘베토벤 바이러스’가 치열한 수목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서 선두로 나서며 안방극장을 장악할 태세다.
방송 관계자들도 방영 전 ‘베토벤 바이러스’가 새로운 수목드라마 경쟁 판도에서 수위를 점할 것이라고 자신 있게 예상하지는 못했다. 그만큼 ‘베토벤 바이러스’의 선전은 올 하반기 안방극장의 대형 이변으로 꼽아도 무리가 없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평가절하 됐던 이유는 소재가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게 받아들여질 법한 클래식 음악이라는 점이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면 학창시절 음악수업 시간에 들어본 게 거의 전부일 정도로 클래식 음악은 시청자들과 거리가 있는 소재다.
그동안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대중음악이었고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다는 선입견도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에 대해 마니아 드라마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던 것도 그래서다.
MBC ‘조선 여형사 다모’, SBS ‘패션 70s’로 인기를 끌며 스타 PD로 입지를 다진 이재규 PD가 ‘베토벤 바이러스’의 연출을 맡았고 연기력에서 검증받은 김명민을 비롯해 이지아, 장근석, 이순재, 박철민, 송옥숙 등 화려한 캐스팅을 갖췄지만 경쟁작들의 진용도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KBS 2TV ‘바람의 나라’는 시청률 보증수표로 자리매김한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사극이고 SBS ‘바람의 화원’은 역시 사극으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조선시대 두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이 주인공인 만큼 경쟁작들이 ‘베토벤 바이러스’보다 시청률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이 같은 당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있다. 비록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는 시청률 선두로 뛰쳐나가며 수목드라마 경쟁을 평정할 교두보를 마련했다.
‘베토벤 바이러스’는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틈틈이 긴장감 있는 에피소드를 집어넣어 시청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꿈을 잊고 전업주부로 살다 20여년 만에 첼로를 다시 집어 들고 프로젝트 오케스트라에 합류한 정희연(송옥숙 분)이 연주를 앞두고 남편에게 끌려 집에 돌아가다 다시 도망쳐 연주회장으로 돌아오는 장면과 강건우(장근석 분)가 땀을 흘리며 간신히 시간을 맞춰 연주회장에 도착하는 장면 등등.
또 말 한마디 한마디에 정이 뚝뚝 떨어지는 지휘자 강마에를 연기하는 김명민을 비롯해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뚜렷한 개성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캐릭터는 드라마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이를 기반으로 클래식 음악마저도 시청자들에게 갈수록 친숙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베토벤 바이러스’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 드라마를 보고나서 클래식에 푹 빠졌다. 이렇게 감동적일 줄 몰랐다” 등의 글이 적잖이 올라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극중 연주장면에 대해서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를 동시에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