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in] 명암 엇갈린 박주영과 이근호의 지난 1년 8개월
by김삼우 기자
2008.07.28 14:25:00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핌 베어벡 전 감독이 처음 올림픽대표팀을 소집했던 2006년 11월, 대표팀에 합류하던 이근호(대구)는 나름 주눅이 들어 있었다고 기억한다. 올림픽 대표로 발탁된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 1군이었던 반면 그는 인천의 2군에서 뛰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박주영(FC 서울)은 올림픽 대표팀은 물론 K리그 최고의 스타 가운데 한명이었다.
박성화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 대표팀이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을 가진 27일 수원 월드컵 경기장.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기 직전 그라운드 미팅을 하는 한국 팀에서 이근호가 열심히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말한 뒤 와일드카드 김정우가 마무리하는 모습이 보였다. 옆에서 이들의 말을 듣는 박주영(FC 서울)은 요즘 박성화 감독의 고민거리다.
불과 1년 8개월여 사이에 엇갈리고 있는 이근호와 박주영의 명암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젠 이근호가 올림픽 대표팀의 간판 해결사 노릇을 하고 있는 반면 박주영은 좀처럼 득점포를 가동치 못해 박성화 감독이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이날도 그랬다. 이근호는 경기 시작부터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비며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고, 1-1로 맞서던 후반 18분에는 결승골까지 터트렸다. 최종 엔트리를 확정하기 위해 치렀던 지난 16일 과테말라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결승골을 뽑은 것이다.
박주영은 이날도 침묵했다. 이전보다는 몸놀림이 가벼워보였으나 전반 19분 때린 회심의 프리킥과 후반 28분 날카로운 중거리슛이 상대 골문을 살짝 벗어나거나 GK의 선방에 막혔다. 박주영은 올림픽 대표팀 출범후 가진 첫 경기였던 2006년 11월 14일 일본전(1-1)에서 선제골을 넣은 뒤 코트디부아르전까지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2월 예멘과의 올림픽 아시아 2차 예선 1차전에서 ‘배치기 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 받은 징계와 이어진 부상 탓이 크다.
K리그에서도 이근호와 박주영의 명암은 올림픽 대표팀에서 처럼 갈라진다. 박주영은 프로에 데뷔한 2005년, 18골을 몰아넣으며 신인왕과 통합 득점왕을 한꺼번에 차지, 단번에 K리그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으나 2006년 8골, 2007년 5골 등으로 급격하게 하락세를 탔다. 이번 시즌 또한 지난 4월 6일 2호골을 넣은 뒤 4개월 가까이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근호의 행보는 박주영과 정반대다. 박주영과 같이 2005년 프로에 입문했지만 그는 2006년까지 인천에서 주로 2군 무대에 나섰다. 1군 기록은 2005년과 2006년 각각 5경기, 3경기 출장이 고작이다. 골은 물론 어시스트도 없었다. 하지만 대구로 둥지를 옮긴 지난 해 물만난 고기처럼 살아났다. 27경기에 출전, 국내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10골(3어시스트)을 기록하며 국내파를 대표하는 골게터로 떴다. 올 시즌 또한 정규리그에서 8골을 넣으며 득점랭킹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둘 사이에 나타나는 가장 큰 차이는 자신감이다. 이근호는 대표팀과 K리그를 오가면서 자신감을 쌓아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플레이도 한결 여유가 있어졌고, 강한 크로스를 방향만 살짝 돌려 기록한 코트디부아르전 결승골과 같은 감각적인 득점력까지 발휘하고 있다.
박주영은 코트디부아르전에서 전반 38분 단독 찬스를 맞고도 잠시 주저하다 슛을 날린 것처럼 자신감 부족으로 번번이 골을 놓치고 있다. 자신감 결여가 순간적인 판단력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골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박성화 감독은 “득점 문제를 자꾸 이야기하면 선수가 오히려 심리적으로 더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박주영은 실력에 관한한 여전히 그 나이 대에선 최고로 꼽힌다. 이근호도 “주영이는 스피드 슈팅 드리블 능력 등 장점이 많다. 주영이가 잘하는 것은 같이 뛰어보면 느낀다”고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박 감독 또한 박주영의 그런 힘이 되살아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관건은 자신감 회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