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허명행 감독 "고민했던 연출 도전, 마동석과 교류하며 자신감 생겨"[인터뷰]③

by김보영 기자
2024.01.30 13:46:22

정두홍 무술감독 제자 출신…"정 감독님도 기뻐하셔"
"액션스쿨 영역 확장 위해 10년 전부터 연출 등 고민"
"'콘유'와 공간만 공유할 뿐 전혀 다른 이야기"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황야’ 허명행 감독이 무술감독에서 감독으로 연출에 도전하게 된 계기와 마동석과의 작업을 통해 얻은 자신감과 성장 등을 전했다.

허명행 감독은 넷플릭스 영화 ‘황야’의 공개를 기념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6일 공개된 ‘황야’는 폐허가 된 세상, 오직 힘이 지배하는 무법천지 속에서 살아가는 자들이 생존을 위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국내 주요 영화들의 무술감독으로 명성이 자자한 허명행 감독이 처음 연출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다. 배우 마동석이 주연과 제작을 겸했으며, 이희준, 이준영, 노정의, 안지혜, 장영남 등이 출연했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황야’는 지난 29일 37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하며 넷플릭스 영화 글로벌 1위(28일 기록 기준)에 등극했다. 30일 오전 현재까지 ‘황야’는 정상을 유지 중이다.

허명행 감독은 스턴트 대역으로 마동석을 처음 만나 그와 20년에 걸친 끈끈한 인연을 유지 중인 든든한 파트너다. 한국 영화 액션의 기틀을 닦고 번영을 주도한 서울액션스쿨 정두홍 무술감독의 제자이기도 하다.

이미 정두홍을 잇는 무술감독으로 한국 영화 액션을 주도 중인 그가 연출로 외연을 넓힌 원동력과 계기는 무엇일까. 허명행 감독은 “사실 그 전부터 서울액션스쿨을 스턴트 사업뿐 아니라 영화산업의 성장도 같이 이룰 수 있는 곳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었다”며 “그런 점에서 영화 산업의 성장에 액션스쿨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의 개발 작업이 계속 이어져왔다. 약 10년 정도 시간을 들인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제가 오랜 기간 무술감독을 하면서 연출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하다 보니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들에 대해서도 듣고 배우며 나름대로 조금씩 성장해온 것 같다. 자연스럽게 연출 제안이 들어왔지만, 내 역량으로 연출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그러다 몇 년이 지나고 마동석 배우와 많은 교류를 나누며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마동석 배우가 자연스레 영화 ‘황야’의 시나리오를 제안을 주고 하는 타이밍이 적절히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털어놨다. 또 “주변에서도 (연출을) 해보자는 식으로 힘을 보태줬다. 그 덕분에 감히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도 고마움을 전했다.

‘황야’가 넷플릭스로 공개된 후 ‘황야’에 등장하는 빌런 양기수(이희준 분)와 봉사단의 아파트가 지난해 개봉한 영화 ‘콘크리트 유튜피아’에 등장하는 황궁 아파트와 외관이 비슷하며,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과 지적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황야’의 제작사가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제작을 맡았던 만큼 관련한 오해가 빚어진 것.



이에 대해 허 감독은 “기획 시작부터 같은 공간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세계관과 콘셉트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란 이야기가 나왔었다”며 “‘콘유’의 황궁 아파트와 양기수의 아파트는 같은 공간처럼 보일 수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다.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다른 세계관과 스토리의 기획들을 동시에 여러 개씩 개발했었다. 공간을 공유할 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출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냐는 질문에 대해선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장르의 영화인데 사실 내 개인적 취향은 리얼 현실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도 “제작자분들과 PD, 마동석 형과 회의로 스토리를 요리하며 디벨롭하는 과정이 어렵지만 재미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정두홍 무술감독님을 서포트 한 게 20년이 지났다”며 “그렇게 만난 작품들이 지금의 현장에 제가 있기까지 많은 도움을 줬다. ‘황야’를 찍으면서는 특히 배우들과 호흡이 잘 맞아 재미있었다. 특히 마동석 형은 나랑 잘 맞기도 하고 친해서 더 편하다. 코드가 잘 맞는 사람과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은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나의 목표는 영화 일을 오래하는 것”이라며 “지금도 무술감독 일은 계속 하고 있고, 연출도 경험 중이다. 정두홍 무술감독님과 액션스쿨을 (모두가) 꿈꾸는 영화제작사로 일을 해 나갈 수 있는 상황들을 만들고 싶다. 그 안에서 연출이 또 필요해지면 계속 할 것이다”라고 포부를 덧붙였다.

서울액션스쿨에서 쌓은 경험이 연출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허 감독은 “저희 액션스쿨은 현장에서 찍고 편집도 바로 할 줄 안다. 그런 배움들을 깊이 거친 게 많은 도움이 됐다”며 “현장에서 찍고 바로 편집을 거치니까 보고 싶고 그리고 싶은 그림들이 명확해지더라. 그 덕분에 여러 장면들을 찍느라 편집할 때 덜어내야 할 누수되는 장면들이 많아지는 그런 상황들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 편집할 때의 계산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그 경험 덕분이 크다”고 전했다.

첫 연출 도전을 무사히 완수한 자신을 보고 정두홍 무술감독이 크게 기뻐했다고도 덧붙였다. 허 감독은 연출로서 무술감독일 땐 몰랐던 새로운 지점을 발견한 게 있냐는 질문에 “크랭크인 날이 추웠다. 그 추운 날 열심히 일 해주시며 추위에 떨고 있는 스태프들을 보니 마음이 안 좋더라”며 “예전에는 내가 같이 추위에 떠는 입장이라 그런 걸 잘 몰랐는데 혼자 모니터 앞에 앉아있느니 미안해져서 자꾸 밖을 쳐다보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