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심정수가 찾은 정답과 코치의 역할
by정철우 기자
2008.12.18 11:21:50
김용달 LG 코치는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타격 이론가다. 현대 코치 시절 빛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김재박 감독과 함께 LG로 옮겨오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이유다.
그러나 LG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박용택의 경우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박용택의 잠재돼 있는 폭발력을 끌어내 줄 적임자라 여겨졌기 때문이다. 박용택은 오히려 김 코치 부임 이전보다 성적이 떨어졌다.
LG 선수들에게 그 이유를 물은 적이 있다. 답은 간단했다. "그대로 하면 좋다는 건 알겠는데, 너무 어려운게 문제죠."
한마디로 '수학'과 같다는 이야기다. 풀어내면 좋은 건 알지만 좀처럼 정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수많은 수험생이 그랬듯 차라리 포기하는게 쉽고 맘은 편해진다.
김 코치 역시 고민을 갖고 있다. 리액션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김 코치는 "내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고 의견을 물으면 그냥 "좋은데요"라고만 한다. 좋으면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 아니면 왜 안 좋은지 이야기 하질 않는 선수가 많다"며 답답함을 털어놓은 바 있다.
17일 전격 은퇴를 선언한 심정수(삼성)는 현대 시절 김 코치의 지도를 받은 바 있다. 그는 은퇴 후 인터뷰서 "새벽에도 방까지 직접 찾아와 타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김용달 코치님께 감사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실제로 심정수는 현대로 팀을 옮긴 뒤 홈런 타자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기마자세에 이어 엉거주춤 다리를 오무리는 폼까지 변화를 거듭하며 조금씩 완성의 길로 나아갔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한가지 있다. 심정수의 타격 폼이 김용달 코치의 지시에만 의존해 변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심정수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이렇게 하라"고 해서 한 것이 아니라 "이러면 어떨까"라는 대화 속에서 선수 스스로 길을 찾았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김 코치는 타격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누구에게든 길을 묻는다. 심지어 다른 팀 선수라 할지라도 체면 불구하고 직접 찾아가 대화를 나눈다. 올 초엔 이성렬(현 두산)을 삼성 양준혁에게 데려가 타격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기도 했다.
심정수는 끊임없는 공부와 실험으로 자신만의 타격폼을 완성한 선수다. 심정수와 김용달 코치는 서로에게 매우 좋은 대화상대였던 것이다.
타격엔 정답이 없다고 말한다.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와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타격 코치로 꼽히는 찰리 로의 이론이 정반대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이론을 아무 저항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답을 찾아가는 것은 아닐까. 반대로 내게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해서 귀를 닫아버린다면 그 역시 발전에는 장애가 될 것이다.
비단 LG만의 문제가 아니다. 타격 코치, 혹은 감독과 다른 타격 이론 탓에 괴로워하는 선수는 부지기수로 많다. 대화는 그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또 난해하기 그지 없는 타격의 정답도 그 속에선 조금쯤 속살을 내비쳐 줄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