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언젠가는 같이 칠 수 있을 것”

by주영로 기자
2019.07.03 14:34:23

지난 6월 29일 청와대 초청 트럼프 美 대통령 만나
LPGA 투어 활동 시절 여러 번 라운드했던 인연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에 관심 많고, 스윙도 좋아"
9월 강원도 양양에서 레전드, 현역 스타와 빅매치
"다시 골프채 잡으니 현역 때의 욕심 생길까 두려워"

24일 서울 중구 소동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설해원 레전드 빅매치’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세리 골프 국가대표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세마스포츠마케팅)
[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언젠가는 같이 칠 수 있겠죠.”

박세리(42) 골프 국가대표 감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약속을 언젠가는 지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감독은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오는 9월 열리는 ‘설해원 레전드 빅매치’ 기자회견에 참석해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던 뒷얘기를 들려줬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며 “예전부터 인연이 있었던 분이라 그날 반갑게 맞아 주셨고 ‘언제 골프 한번 같이 치자’고 제안하셨는데,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골프광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에 약 20개의 골프장을 소유하고 있으며, 휴가 때마다 골프장에서 라운드해 왔다. 특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활동 중인 렉시 톰슨(이상 미국) 등과 매우 절친한 관계로, 이따금 만나 골프를 치며 여가를 즐긴다.



박세리 감독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을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감독은 “정확하게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번 뵀다”며 “미국 플로리다주에 트럼프 대통령 소유의 골프장에서 LPGA 투어가 열린 적이 있는데, 그때 함께 라운드했던 것 같다”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연을 기억했다. 이어 “골프는 굉장히 잘 치셨던 걸로 기억한다”며 “체격이 크시다 보니 거리도 많이 나갔던 것 같다”고 추억을 더듬었다.

이날 만남에서도 박 감독과 트럼프 대통령은 주로 골프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박 감독은 “저와 대화하면서 주로 골프에 대한 얘기만 했다”며 “미국 선수들이 한국 선수들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선 굉장히 궁금해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 후 현재 제 활동 모습을 보고도 좋다고 하셨다”고 덧붙였다.

2016년 은퇴한 박세리 감독은 골프와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그동안 골프채를 내려놓고 비즈니스 활동과 주니어 육성 등에 관심을 둬왔던 박 감독은 오는 9월 강원도 양양의 설해원에서 옛 동료이자 경쟁자였던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줄리 잉스터(미국),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등 여자 골프의 전설 그리고 현재 여자 골프를 평정하고 있는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과 에리야 쭈타누깐(태국), 렉시 톰슨(미국) 등을 초청해 이벤트 대회를 개최한다. 이를 준비 중인 박 감독은 그동안 잡지 않았던 골프채를 다시 꺼내 연습을 시작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선수로 생활하는 동안 모든 걸 쏟아 부었고, 은퇴할 때 미련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며 “그래서인지 은퇴를 하고 난 뒤에는 골프가 그립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시 골프채를 잡은 박 감독은 “막상 골프채를 잡으니 예전 선수 때만큼의 욕심이 생길까 걱정된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지난 4월 남자 골프의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앞두고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오거스타 내셔널 여자 아마추어 대회에서 여자 골프의 전설들과 시타자로 참석했다. 그날 박 감독과 함께 소렘스탐, 오초아 그리고 낸시 로페즈(미국)이 함께 했다. 박 감독은 “현역 때 경쟁했던 선수들과 다시 만나니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그날 골프채를 잡는 순간 선수 때의 기대감과 긴장감 그리고 설렘이 다시 들었다”고 들떴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선배와 후배가 함께 모여 경기할 수 있다는 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이번 대회가 골프의 발전에 기여하고 자선활동에도 참여하는 계기가 되는 또 다른 역사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이틀 동안 열리는 이 대회는 첫날엔 레전드와 현역 스타가 짝을 이뤄 2인1조 팀 매치 경기를 하고, 둘째 날 현역 스타들이 홀마다 상금을 내건 스킨스 게임을 한다. 상금은 강원도 산불 피해 이재민들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골프 국가대표 여자팀을 이끌고 있는 박세리 감독은 1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에 대해서도 철저한 준비를 약속했다. 박 감독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다. 당시 후배 박인비(31)가 금메달을 획득하는 순간 함께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박인비는 1998년 IMF 금융위기 때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을 발휘하며 우승을 차지한 모습을 보고 골프를 시작한 ‘세리키즈’다.

박 감독은 “올림픽까지 1년 정도 남았는데 선수들의 어깨에 큰 무게가 올려 있다”며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무게를 덜어줄 수 있어야 하는 데 그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고 감독으로서의 책임감을 밝혔다. 이어 “어떻게 하면 선수들을 편하게 해줄 수 있을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선수들은 시즌을 치르느라 시간이 부족한 만큼 미리 코스를 답사하고 준비하는 것도 감독이 해야 할 일이다”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