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페이퍼]보스턴 스카우트 존 킴 "강정호·류현진 공통점은 꾸준함"
by정철우 기자
2016.02.26 08:27:57
|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선수들을 살펴보는 모습. 왼쪽 모자 쓴 이가 존 킴이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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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존 킴 보스턴 국제 담당 스카우트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재미교포 2세로 얀 텔렘 등이 속한 유명 에이전트사에서 공인 에이전트로 메이저리그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뒤 스카우트로 변신해 활동 중이다.
에이전트 시절에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선수들을 담당해 왔다.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사에 여러 분야에 걸쳐 연관됐던 인물인 셈이다. 이승엽과 심정수의 에이전트였고 마쓰이 가즈오가 뉴욕 메츠에 입성하는 데 힘을 보탰다. NBA에서도 활약했다. 한국인 최초 NBA리거가 됐던 하승진의 에이전트로 한국 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에 힘을 보탰다. 2009년부터는 보스턴 레드삭스의 국제담당 스카우트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게 메이저리그가 한국 야구에 주목하는 이유와 전망을 물어봤다.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다. MLB가 한국 선수에 주목하게 된 이유는.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선전과 베이징 올림픽 우승, 2009 WBC 준우승 등 메이저리거들이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이전까지 메이저리그는 한국 야구에 대해 무지했다. 아마추어 원석들을 스카우트해서 키우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KBO리그가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고 이후보다 세심하게 한국 야구를 살피게 됐다.
-올 시즌 붐을 이뤘는데.
△류현진이 우선 투수로서 이미지를 좋게 만들었다. 타자들은 강정호 효과를 빼놓고 말할 수 없다. 강정호가 파워 면에서 통한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그다음 선수들이 진출하기가 수월해졌다. 이치로와 마쓰이 이후 성공작을 내지 못한 일본과 차이다. 일본의 타자들은 파워 면에서 메이저리그서 통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강정호는 홈런은 줄었지만 장타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한국 선수들의 파워가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선수들에게선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 메이저리그를 원하는 선수라면 반드시 알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 김현수 박병호, 그 이전의 강정호 류현진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KBO리그에서 꾸준한 성적을 남겼다는 점이다. 1,2년 반짝하는 성적으로는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어렵다. 스카우트가 왜 갑자기 잘하게 됐는지를 발견해야 하는데 큰돈을 지불할 만큼의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꾸준함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실력만 좋다고 되는 문제는 아닌 듯 하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메이저리그서 좋은 성적을 낸 용병 선수가 한국에 왔다. 하지만 성적이 나빴다. 기술이 모자라서인가? 아니다. 한국 야구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에서 아무리 잘해도 메이저리그서 통하지 않을 선수들이 있다. 스카우트는 그런 부분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프로 선수 스카우트는 바로 성적이 나야 한다. 기다려 줄 시간이 없다. 그래서 더 어렵다.
-시계를 앞으로 좀 돌려보자. 이승엽과 심정수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는데 실패했다. 그때와 차이가 있는가.
△정확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물론 WBC 등의 영향으로 분위기가 바뀐 건 있다. 하지만 이승엽과 심정수도 충분히 메이저리거가 될 가능성이 있었다. 이승엽은 타이밍이 나빴다. 가장 관심을 갖고 있던 LA 다저스가 하필 그 시기 매각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많은 돈을 쓸 수 없었다. 시애틀은 금액은 좋았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결국 조건이 더 좋았던 일본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심정수는 한 구단이 깊은 관심을 보였지만 삼성행이 먼저 결정됐다.
-아시아권 투수들이 부상으로 한 차례씩 고비를 맞았다. 이후 투수 진출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대부분 선수들을 아마추어 때부터 관찰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정보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영향이 없지 않겠지만 더 중요한 건 미국에서 어떤 몸 상태를 보이느냐다. 다만 한국과 일본이 차이가 있는 점이 있다. 일본은 포스팅 했을 때 메디컬 결과를 오픈해야 한다. 한국은 아직 그 부분이 안돼있다. 아무래도 한국 선수들에 대해선 의구심을 더 가질 수 있다고 본다.
-박병호와 김현수는 메이저리거가 됐지만 손아섭 황재균은 포스팅에 실패했는데.
△완전 FA가 아닌 선수에 대해 평가하는 건 탬퍼링이다. 다만 메이저리그를 가겠다는 뜻을 너무 늦게 밝히면 정보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좋은 금액을 제시받기 위해선 스카우트들이 꾸준히 체크해야 하고 높은 사람도 직접 봐야 한다. 시간이 필요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어떤 기준으로 선수를 평가하나.
△메이저리그의 구단마다 기준이 다르다. 보스턴 기준은 비밀이다. 대신에 기본적인 것은 말할 수 있다. 타자는 힘, 발, 어깨, 수비 센스, 유니폼을 벗었을 때의 인성 등을 알아본다. 예를 들어 타자가 몸쪽 공에 약하다고 하면 그에 대한 리포트를 올려야 한다. 몸쪽 공을 못 치는 이유가 뭔지 찾아내야 한다. 스카우트들이 많은 경기를 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반대로 몸쪽을 잘 치는 타자가 있다고 치자. 메이저리그는 평균 구속 92마일(148km)로 빨라졌다. 한국 프로야구는 88마일(142km) 정도다. 88마일 정도의 몸쪽 공에만 강한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공도 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스카우트는 그걸 찾아내야 한다. 투수의 관점에서 봤을 땐 투구폼이 일정한지, 속도는 어떤지 제구력은 어떤지, 주자가 있을 때 제구력이 떨어지는지, 게임이 타이트 했을 때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는지 등이 중요하다. 팀이 중간 계투 투수를 필요로 하는데 선발 요원을 뽑아선 안 된다. 선발을 오래 했다 해도 불펜이 어울린다고 하면 선수의 동의까지 얻어낸 뒤 스카우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