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우 "날 위해 쓰인 작품, '하류인생' 이후 처음...자식같은 느낌"
by유숙 기자
2008.09.22 11:26:26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듣자마자 심장이 벌렁거리더라고요.”
‘1970년대 록밴드 영화’라는 영화 ‘고고70’(감독 최호, 제작 보경사)의 콘셉트를 듣자마자 배우 조승우는 심장이 마구 뛰었다고 한다. 조승우는 이때부터 1970년대 최고 인기그룹 데블스의 리드보컬 상규로 살았다.
조승우는 20일 서울 삼청동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OST가 ‘후아유’인데 그 영화를 함께 했던 3인방(최호 감독, 방준석 음악감독, 보경사 심보경 대표)이 다시 모여 ‘70년대 록밴드 영화’를 하려고 한다는 말에 심장이 벌렁거렸다”며 “기대했던 바였고 구미가 당겼다. 보통은 시나리오가 다른 배우들을 돌다가 오는 경우가 많은데 처음부터 날 위해 쓰인 작품은 ‘하류인생’ 이후 처음이라 더 애착이 가고 자식 같다”고 캐스팅 제의를 받았을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조승우가 연기한 상규는 최호 감독이 “조승우가 아닌 다른 배우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을 정도로 그에게 딱 맞아 떨어진다. 그는 뮤지컬에서도 명성이 널리 알려져 있을 만큼 연기력뿐만 아니라 노래 실력까지 뒷받침 되는 몇 안 되는 배우들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조승우는 이 같은 평가에 대해 “노래 잘 하는 배우들은 많지 않나. 나밖에 상규 역을 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면서 “노래에 대한 부담은 갖지 않으려고 했다. 내가 아무리 잘 불러도 제임스 브라운이나 윌슨 피켓처럼 부를 수는 없다. 대신 젊음이 있으니 풋풋함을 내세웠다. 스스로 즐겨야 관객도 즐겁다는 펑크록, 로큰롤 정신으로 연기했다”고 답했다.
이번 영화를 위해 홍대 공연 문화를 알게 됐다는 조승우. 영화에 함께 출연한 차승우가 속한 밴드 문샤이너스의 공연을 시작으로 그들의 열정을 사랑하고 빠져들게 됐다.
조승우는 “홍대에서 음악하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고 돈이 안 되는 일인데도 고집과 열정으로 음악을 계속하는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면서 “보통 20대 초반에 술 먹고 밤새 얘기 나누고 클럽에 가서 춤도 추고는 하는데 그걸 못 해봤었다. 이번에 그동안 안 해봤던 것을 20대 끝물에 다 해봤다. 5년간 먹을 술을 이번에 다 마신 것 같다”고 말하며 즐거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조승우는 노브레인의 리더였고 현재는 문샤이너스의 기타리스트인 ‘홍대의 스타’ 차승우와 상당히 친해졌다. 두 사람은 ‘승우’라는 이름을 비롯해 닮은 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조승우는 차승우에 대해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많다. 살아온 환경도, 이름도 같고 사는 동네도 비슷하다. 게다가 내 사촌형의 중학교 친구이기도 하다”며 “자유분방하고 고집 있는, 스타가 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의 노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모아 공연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이제는 친형 같이 느껴져 든든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차승우의 연기에 대해 “자극 수준이 아니라 충격이었다. 나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고 차승우의 연기는 진짜였다. 그것을 보며 내 집중이 흐트러질 정도였다”면서 “그런 충격이 지금 찍고 있는 영화(‘불꽃처럼 나비처럼’)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나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 현장의 기운을 몸으로만 느껴보려고 하고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와 뮤지컬을 오가며 쉴 새 없이 새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조승우는 “열흘만 쉬어도 심심해 죽을 것 같다”면서 “나는 연기가 직업이기는 하지만 내가 좋아서 하고 있기 때문에 내 마음 안에서 연기가 100% 직업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떠한 외부 조건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작품에만 출연해왔다는 그는 “그렇게 고집을 부렸기 때문에 뮤지컬이든 영화든 내 작품들을 돌아보면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답했다.
5년 안에 직접 노래를 만들어 소규모 밴드 공연을 해보고 싶다는 조승우는 마지막으로 “군대에 갔다 오면 한 작품 정도 끝내고 밴드 공연도 한 후에 나에게 포상 휴가를 주고 싶다. 스페인 등 평소 가보고 싶었던 나라를 한 달 정도 여행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