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中心이다)④초심 잃고 표류하는 韓 드라마

by김은구 기자
2010.05.27 09:58:16

[SPN 창간3주년 특별기획]아시아류, 현주소는?
- 아시아류 최고 콘텐츠의 위기
- 수출만 생각하다 무리수…새 `해법찾기`

▲ 해외에서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한국 드라마 `겨울연가`와 `대장금`

[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드라마는 한국이 아시아류의 주도권을 잡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그러나 현재 그 위상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한국 드라마들이 아시아 시장에서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 것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면서 많은 팬들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국내에서 2002년 방송된 배용준, 최지우 주연의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다.

1990년대 초반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한류가 시작됐지만 당시 드라마 수출은 그다지 수익성이 좋은 사업은 아니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한국 드라마의 회당 수출가격은 500~2000달러 수준에 불과했다.



드라마의 수출가격이 급상승한 것은 국내에서 2000년 방송된 `가을동화`부터다. `가을동화`가 회당 수출가격 2만 달러 시대를 열더니 `겨울연가`는 일본 시장에서 각종 MD 상품 판매와 출연진 초청행사 등을 포함해 지상파 방송 전 위성채널에서 방송될 때만 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2년 후 그 수익은 1000억원대로 늘어났다.

1998년부터 순차적으로 시작된 일본문화개방으로 한국시장이 일본문화에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상황은 그 반대가 됐다. 이런 자신감으로 해외를 타깃으로 한 드라마들이 연이어 기획됐다.

하지만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천국의 나무`와 `북경 내 사랑`이다. `천국의 나무`는 일본에서 인기를 끈 `천국의 계단`과 연장선상에 있는 드라마로 일본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됐지만 국내에서는 한 자릿수 시청률에 머물렀고 일본에서는 오전 1시45분에 편성돼 3~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북경 내 사랑`도 여자 주인공으로 중국의 쑨페이페이를 캐스팅하고 중국에서 촬영이 진행됐지만 국내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해외 수출을 의식해 합작 형태로 제작을 하다 보니 한국 드라마 고유의 컬러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대장금`, `내 이름은 김삼순` 등 `겨울연가` 이후 해외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들은 국내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고 그 소재도 음식, 동양의학 등 보편적인 것이었다. 이 드라마들은 애초 해외 시장을 겨냥하지도 않았다.
 
특히 `대장금`은 한국 역사를 다룬 사극인 만큼 해외에 수출될 때만 해도 성과를 자신할 수 없었지만 `겨울연가`를 뛰어넘어 세계 각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내 이름은 김삼순`도 김선아와 현빈을 한류스타로 떠오르게 했다.
 
그러나 `대장금`과 `내 이름은 김삼순` 등과 달리 해외 시장을 타깃으로 한 드라마의 제작은 계속됐다. 남자 한류스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면 일본에서 거대 자금을 투입해 현지 방영권을 선구매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듯한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다.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과 맥을 같이 하는 멜로드라마들이 한류스타들을 내세워 지속적으로 선보였고 해외 판매도 나름 꾸준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실제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의 팬들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관계자는 “아줌마 팬을 상대로 한 스타 중심 마케팅의 한계로 애착이 여전한 아줌마 팬들을 제외하면 `한국 드라마는 그게 그거다`라는 인식까지 생겼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지우, 신현준이 일본 드라마 `윤무곡-론도`에 출연한 것을 비롯해 한류로 떠오른 국내 스타들이 일본과 중국의 드라마에 캐스팅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이 경우도 제작한 나라에서만 반향을 일으켰을 뿐 아시아를 아우르는 콘텐츠가 되지 못했다. 

물론 지금도 스타 중심의 멜로드라마들이 적잖이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대만과 일본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꽃보다 남자`가 한국적 정서를 삽입해 국내에서 제작되는 등 변화의 시도도 꾸준하다. 한국의 `꽃보다 남자`는 아시아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또 고구려 광개토대왕을 주인공으로 한 `태왕사신기`, 남북 특수요원들의 대결을 다룬 `아이리스` 등 한국적 소재를 다룬 블록버스터급 드라마의 제작도 이뤄지고 있다. 이 드라마들은 `태왕사신기`의 경우 배용준, `아이리스`는 이병헌과 김승우 등 대표적인 한류스타들을 캐스팅해 투자를 이끌어내면서도 한국적 진정성을 갖췄다.
 
그러나 투자 대비 수익성 측면에서는 물음표가 달린다. 제작비는 `태왕사신기`가 430억원, `아이리스`는 200억원으로 각각 알려져 있다. 과연 드라마 수출과 MD 상품 판매 등으로 제작비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지 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태왕사신기`와 `아이리스`가 위축되는 한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게 정답인지는 수익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