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깊은 까칠남' 전성시대

by장서윤 기자
2010.01.25 11:59:13

▲ 장혁, 이선균, 최다니엘(왼쪽부터)

[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겉으로는 냉정한 듯 하지만 이면에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속깊은 까칠남'들이 브라운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KBS 2TV 수목드라마 '추노'의 장혁,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최다니엘, 월화드라마 '파스타'의 이선균 등이 바로 그 주인공.
 
이들은 차갑고 쌀쌀맞은 겉모습 이면에 사려 깊은 면모를 드러내며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나름의 유머코드도 가미한 현실적인 인물로 시청자들의 공감대 획득에도 성공하고 있는 것.

우선 '추노'에서 도망간 노비를 쫓는 '추노꾼' 대길 역으로 분한 장혁은 일에 있어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것에 거침없는 캐릭터지만 이면에는 따뜻한 피가 흐르는 인물이다.
 
그는 세인들 사이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추노꾼'으로 불리지만 실은 야밤을 틈타 사로잡았던 모녀 노비를 놓아주며 훔친 패물로 도망 자금까지 마련해주는 인간애를 보인다.
 
'파스타'의 이선균도 마찬가지다. 소신 뚜렷한 요리사 최현욱 역을 맡은 그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맡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멱살잡이까지 하는 불같은 성격을 지녔지만 길가에 버려진 금붕어 한 마리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정심도 충만한 인물. 
 
유난히 감성 지수(EQ)가 낮아 타인의 모습엔 도통 관심 없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의사 이지훈(최다니엘)도 가정부인 세경(신세경)과 여자친구 정음(황정음)에게 만은 사려깊은 속내를 내비친다.
 
이같은 캐릭터들은 연기자 본연의 유머 코드와 결합돼 더 사실감 있는 인물로 진화하고 있다.
 
달아난 노비 송태하(오지호)를 눈앞에서 놓치고도 하늘 높은 자만심만은 꺾지 않는 '추노'의 대길이나 간간이 바람둥이의 면모를 내비치는 '파스타'의 현욱, 무심한 모습 사이로 장난기 어린 표정을 감추지 않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지훈 등의 모습이 극의 현실감을 살리고 있다. 
 
이에 대해 '지붕뚫고 하이킥'의 연출자 김병욱 PD는 "지훈 역은 원래는 무심하고 까칠한 캐릭터가 당초 방향이었으나 개구쟁이의 면모를 많이 지닌 최다니엘의 실제 성격과 어우러져 좀 더 귀여운 인물로 표출되고 있다"며 "최근 시청자들은 이처럼 연기자의 본 모습과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내는 복합적인 캐릭터에 더 공감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2008년 선보인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이후 전성기를 맞은 '까칠남'들은 한층 입체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연기자 특유의 스타일과 결합돼 더 매력적인 스타일로 진화중인 '속깊은 까칠남'들의 인기가 브라운관에서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