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100회③]최대 수혜자 박명수, 변화무쌍한 '하찮은 거성'

by유숙 기자
2008.04.11 11:15:08

▲ 개그맨 박명수(제공=iMBC)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100회를 채우는 동안 여섯 명의 ‘무한도전’ 멤버들 중 가장 큰 수혜자는 누가 뭐래도 ‘거성’ 박명수다.

‘무한도전’이 MBC ‘강력추천 토요일’의 한 코너였을 즈음, 박명수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호통 개그로 데뷔 10여년 만에 뒤늦게 빛을 봤다. 2006년 5월 ‘무한도전’이 ‘강력추천 토요일’에서 분리돼 독립 프로그램이 됐던 1회 때가 이 늦깎이 스타가 늘 부르짖는 ‘제8의 전성기’의 시작이었다면 100회를 맞는 지금은 ‘제8의 전성기’의 완성으로 볼 수 있다.


‘무한도전’의 ‘1인자’ 유재석이 시종일관 반듯한 이미지를 지키는 훈남의 대표주자라면 자칭 ‘2인자’ 박명수는 항상 불만 가득하고 잔뜩 심통이 난 듯한 표정으로 투덜거리며 호통을 치기 일쑤다. 함께 출연하는 멤버들은 물론이고 다른 곳에서는 극진한 대접을 받을 만한 게스트들에게도 호통은 계속된다. 그렇게 그는 못된 캐릭터를 유지하며 ‘악마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스스로 ‘거성’이라 부르며 안하무인의 거만한 개그를 일삼는 박명수에게 돌을 던지지 않는 이유는 ‘개그맨 박명수’ 자체가 누군가에게 호통을 치거나 비난하기에는 허점이 많은 캐릭터라는 것을 시청자들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게임에서 진 후 승자의 음식을 뺏어먹으면서도 고고한 채 하거나 이종격투기 선수 효도르에게 감기에 걸렸다며 엄살을 부리고 침을 흘리는 모습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훈남 유재석이 가끔 욱 하는 성질을 보여줄 때만큼 색다른 재미를 느낀다.

이 때문에 박명수는 어느 순간부터 ‘거성’, ‘악마의 아들’ 외에도 그의 약점을 드러내는 별명들을 얻게 됐다. 고생 많이 하신 아버지 같다는 의미의 ‘아버지’, 숱 적은 머리의 필수품 ‘흑채’, 하찮은, 편찮은, 귀찮은 등 각종 안 좋은 ‘찮은’은 모두 그의 수식어가 될 수 있다는 뜻의 ‘찮은이 형’ 등이 대표적이다. 결국 악마 같은 성격이지만 쇠약해진 아버지 같기도 하고 '하찮은+거성'이라는 점이 박명수와 같은 호통 개그의 달인 이경규와의 차이이고 박명수만의 매력인 셈이다.
 
▲ MBC '무한도전'에 출연한 축구선수 티에리 앙리 앞에서 다소곳해진 박명수(제공=iMBC)





박명수는 올해 초 반장 선거에서 1등을 해 유재석을 제치고 1인자 자리에 올랐으나 2개월 만에 물러나야 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메인MC로 등극했던 몇 개의 프로그램도 막을 내려야 하는 불운을 겪었다.

박명수가 반장으로 ‘무한도전’을 이끌어가던 때에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았던 것은 동네 하찮은 형이 괜찮은 MC로 거듭나 우리 곁을 훌훌 떠나버릴까 불안했던 시청자들의 욕심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찌 보면 1인자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2인자 캐릭터가 박명수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는 과거 이데일리 SPN과의 인터뷰에서 “박명수는 늘 ‘인기는 언제든 떨어질 수 있다’며 매주 긴장을 풀지 않고 어떻게 웃길지 진지한 고민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무한도전’ 내에서 박명수는 가장 변화무쌍하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멤버다. 그의 캐릭터는 ‘무한도전’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일관되지만 그가 자신의 캐릭터 안에서 파생시킬 수 있는 웃음은 무한하다. 그가 캐릭터를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옆에서 리액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나머지 다섯 멤버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하지만 그의 끊임없는 고민과 긴장이 100회 만에 박명수만의 고유한 캐릭터를 갖게 한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항상 박명수가 또 어떤 ‘거만하면서도 하찮은’ 모습으로 웃겨줄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