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허정무호', 한국 축구 희망을 쏜다...6일 투르크메니스탄전

by김삼우 기자
2008.02.05 12:23:41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허정무호’가 설 연휴 첫날인 6일,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을 향한 첫 걸음을 내딛는다.

이날 오후 8시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투르크메니스탄과의 아시아지역 3차예선 1차전(MBC 중계)이 무대다. 투르크메니스탄전은 국내 지도자로선 7년 만에 국가대표 사령탑에 오른 허정무 감독이 치르는 실질적인 데뷔전이기도 하다. 지난 달 30일 칠레와 평가전(0-1패)을 갖기는 했지만 이는 실전 감각을 높이기 위한 오픈게임의 성격이 컸다.

이번에는 본게임이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처럼 의미도 크다. 투르크메니스탄을 무난하게 제칠 경우 3차 예선을 순항할 수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허정무호’는 초반부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팬들은 '허정무호'에서 한국 축구의 희망을 보고 싶어한다. 그러나 상황은 좋지 않다. 허정무 감독이 의욕적으로 새로 구성한 대표팀은 칠레전을 통해 ‘갈 길이 먼', 미완의 모습을 드러내면서 정조국 김병지 등 주전 요원이 부상으로 중도 탈락하는 어려움까지 겹쳤다. 특히 스트라이커진은 허정무 감독이 ‘전멸’이라는 표현을 쓸 만큼 자원 부족에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허 감독은 믿는 구석이 있다. 잉글랜드에서 가세한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설기현(풀럼), 이영표(토트넘) 등 ‘프리미어리거 3총사’의 활약이다. 이들은 허 감독이 새로 구성한 대표팀의 중심축 노릇을 할 것으로 기대해 온 존재들로 공수에서 대표팀 전력의 절반 이상의 몫을 해 낼 수 있다. 이들의 합류로 대표팀은 칠레전때와는 전혀 다른 '허정무호'를 선보일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은 스트라이커 부재다. 정조국의 부상과 대타로 발탁한 조재진의 컨디션 난조로 믿을만한 정통 스트라이커 요원이 없는 탓이다. 허 감독은 이 같은 난국을 박주영 카드로 타개할 계획이다. 박주영은 날개 또는 처진 스트라이커가 원래 포지션이지만 남다른 감각과 순간 스피드 등은 골게터 역할을 하기에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표팀의 에이스 박지성과 설기현을 좌우 날개로 가동, 공격라인을 구성하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박주영 대신 설기현을 원톱 요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투르크메니스탄전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대표팀의 4경기 연속 무득점 기록의 지속 여부다. 대표팀은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끌었던 2007 아시안컵 본선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전에서 김정우가 전반 34분 골을 넣은 뒤 칠레전까지 무려 506분 동안 골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 축구 사상 A매치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무득점을 기록하기는 처음이다.

박지성-박주영-설기현의 스리톱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여기에 박지성은 “공격진은 물론 미드필드 수비 등 팀 전체가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골은 단순히 공격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표팀 전체가 ‘한번 해 보자’는 마음으로 똘똘 뭉치면 무득점의 수모는 쉽게 털어 낼 수 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8위로 한국(41위)보다 한수 아래다. 시드를 받아 3차 예선부터 나서는 한국과 달리 아시아 지역예선도 1차부터 치렀다. 하지만 쉽게 볼수 만은 없다. 한국은 투르크메니스탄과 처음 맞붙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예선리그에서 2-3으로 패한 바 있다. 1994년 아시아 축구연맹(AFC)에 가입, 뒤늦게 나타난 복병에 덜미를 잡힌 것이었다.

당시 한국 사령탑도 허정무 감독이었다. 허 감독으로선 대표팀을 맡은 뒤 공식 대회 첫 패배였고, 이 때 부진이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그의 중도사퇴의 빌미가 됐다. 허 감독으로선 이번이 설욕의 기회이기도 하다.

박지성 등 프리미어리거는 투르크메니스탄전을 마치자 마자 잉글랜드로 돌아가 리그 경기를 대비한다. 박지성은 10일 밤 10시30분(이하 한국 시간) 맨체스터시티와 '맨체스터 더비'를 벌이고 설기현은 9일 자정 이동국(미들즈브러)과 맞대결이 예정되어 있다. 이영표는 9일 자정 더비카운티전 출격을 기다린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에 진출한 김두현(웨스트브롬)이 9일 자정 반슬리전을 데뷔전으로 치를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