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확률 45.9% K골프, 쇼트 게임과 강철 멘탈로 日압도
by김인오 기자
2015.12.03 08:45:04
이보미, 골프 한류 열풍의 중심
신지애-안선주-이지희, 상금랭킹 톱5 자리
전인지, 초청 선수 출전으로 메이저만 2승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는 한류 바람으로 뜨거웠다. 이보미(27)를 필두로 한 한국 선수들은 한 수 높은 기량으로 일본 선수들을 제압했고, 한국은 가장 많은 우승컵을 수집한 국가로 일본 골프 역사에 기록됐다.
한국에선 ‘신바람’, 일본 입장에선 두 번 다시 떠올리기 싫은 ‘굴욕’. JLPGA 투어 2015시즌을 정리했다.
◇우승 확률 45.9%..“두 경기당 한 번은 태극기”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은 역대 최다승인 15승을 합작했다. 일본의 ‘K골프’ 바람은 더 거셌다. 지난달 29일 끝난 시즌 최종전 리코컵까지 올해 치러진 JLPGA 투어 37개 대회에서 무려 17승을 한국 선수들이 거뒀다. 2012년 16승을 넘어선 최다승 신기록이다.
그 중심에는 이보미(27)가 있었다. 시즌 초반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던 이보미는 5월 호켄노 마도구치 레이디스를 시작으로 거의 매달 우승컵을 들어 올리더니 우승 숫자를 7까지 늘렸다.
각종 타이틀도 모두 이보미의 몫이었다. 상금왕, 다승왕은 물론 최우수선수상인 메르세데스 포인트 랭킹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그뿐 아니라 평균타수(70.191타), 평균 퍼팅(1.758개)까지 모두 휩쓸며 2015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이보미가 올 시즌 벌어들인 순수 상금으 2억3049만7057엔(약 21억7100만원). JLPGA 투어 역사상 시즌 상금 2억엔을 넘어선 것은 이보미가 처음이었고, 역대 일본 남녀 프로골프투어를 통틀어 최다 상금이었다.
이보미와 동갑내기 친구이자 한때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던 ‘지존’ 신지애(27)도 JLPGA 투어 공식 데뷔 2년 차인 올해 3승을 거두며 우승 가도에 불을 붙였다. 특히 마지막 대회이자 메이저대회인 리코컵에서 6타 차 완승을 거두며 ‘제2의 전성기’를 예약했다.
여기에 베테랑 이지희(36)와 안선주(28)가 2승으로 이름값을 했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왕인 전인지(21)는 초청 선수 자격으로 3차례 출전해 2승을 거두며 일본 열도를 공포에 빠뜨렸다. 2승 모두 메이저대회라 일본 골프의 자존심은 땅에 떨어졌다. 올해 JLPGA 투어에 데뷔한 김하늘(27)도 우승으로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日 “역사적인 참패이자 굴욕”
시즌 최종전 리코컵이 신지애의 우승으로 막을 내리자 일본 유력 스포츠전문지 닛칸스포츠는 “올해 일본 선수는 JLPGA 투어가 4대 메이저대회를 운영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전부 외국인에게 내줬다”며 “게다가 상금랭킹 톱5를 외국 선수가 모두 차지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역사적인 참패다”고 비판했다. 또 스포니치 아넥스는 “일본인에게 굴욕을 안겨준 시즌이 됐다”고 꼬집었다.
올해 일본은 15승을 챙겨 승률 40.5%에 그쳤다. 승률 50%를 넘기지 못한 해는 2012년과 지난해에 이어 세 번째다. 게다가 상금랭킹 상위 5위에 단 한 명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자손심에 상처를 입었다. 이보미가 압도적인 격차로 상금랭킹 1위를 차지했고, 신지애(1억1486만1293엔)가 3위, 안선주(1억520만4082엔)와 이지희(1억112만7369엔)가 4~5위에 자리했다. 2위는 테레사 루(대만)다.
‘K골프’에 안방 무대를 내준 일본 골프계는 자성에 들어갔다. 상금랭킹 6위로 일본 선수 중 순위가 가장 높은 와타나베 아야카는 “시즌 상금 1억엔을 넘어섰지만 이보미는 나의 2배 이상이다”며 “한국 선수들의 아이언 샷은 세계 최강이며 쇼트 게임과 퍼트까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리코컵에게 신지애에게 역전당한 오야마 시호는 “한국 선수들은 특히 메이저대회에 강하다. 샷은 큰 차이가 없지만 멘탈은 확실히 강하다. 중요한 순간에 퍼트를 잘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은 “일본 선수들은 기술, 체력, 정신력, 관리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약점을 극복하지 않으면 한국을 넘기 어렵다”며 분발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