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리포트]칸이 숨죽인 99분, ‘짐승룡의 표적’이었다
by강민정 기자
2014.05.23 10:09:18
[칸(프랑스)=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칸의 해는 길다. 오후 9시가 되도록 지지 않는다. ‘표적’이 첫 공식 상영을 갖던 날 밤도 그랬다. 해가 쨍하던 날씨도 갑자기 흐려져 폭우가 내렸다. 쏟아지는 빗속에 명진빌딩 전경을 보여주며 시작되는 ‘표적’의 오프닝과 꼭 어울리는 자정이었다.
22일 자정(현지시각) 제 67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출품된 영화 ‘표적’이 베일을 벗었다. ‘표적’이 상영되길 기다리는 르뮈에르 극장 안은 마치 트럭 밑에서 적들이 지나가길 숨죽여 기다리던 ‘짐승룡’의 모습처럼 긴장돼보였다. 그 긴장감은 1시간 39분을 쥐고 짜는 배우 류승룡의 존재감으로 채워졌다.
국내 개봉 당시에도 류승룡에 대한 평가는 훌륭했다. 한 마리의 짐승으로 표현됐던 여훈 캐릭터는 류승룡의 원초적인 연기 본능으로 완성됐다는 극찬도 쏟아졌다. 40대에 도전한 액션이었지만, 날렵하고 세련된 이들의 액션이 아닌 묵직하고 애처로운 싸움이 오히려 여운을 남겼다는 반응이었다.
일찌감치 ‘표적’의 류승룡을 두고 한국의 로버트 드니로와 같은 배우라는 호평을 보냈던 칸. ‘표적’이 프랑스 원작 영화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했다는 사실에 더욱 관심이 높았고 그 덕에 류승룡에 대한 전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영화 상영 중간 ‘표적’은 관객의 웃음과 박수를 유발했다. 특히 류승룡은 얼굴이 피범벅이 돼 유준상을 상대로 혈투를 벌이는 장면, 동생을 구하지 못한채 뜨겁게 눈물을 흘리는 장면 등 감정이 폭발하는 신에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분위기였다. 영화가 끝난 뒤 관객들은 3분이 넘는 시간 동안 박수를 보냈다. 국내 영화 촬영 일정으로 칸에 찾지 못한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표적’은 칸 영화제 필름마켓에서 독일, 터키, 스위스 등 유럽 3개국과 중동, 남미 지역에 수출됐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중동과 남미 지역 수입사는 이 지역 전체에 영화를 배급하는 대형 회사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30일 개봉돼 26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한달째 접어들었지만 입소문과 칸 영화제 출품 등 희소식이 겹치면서 박스 오피스 상위권내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감독은 300만 관객이 넘을 경우 칸에서 선보여진 영상과 같은 무삭제판 ‘표적’을 국내에서도 선보일 방법을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