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여균동 만나 코믹 변신...김석훈 '돌+아이' 잘했다"(인터뷰①)
by김은구 기자
2008.12.04 12:34:19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여균동 감독을 만나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요.”
배우 이정재는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감독 여균동, 제작 싸이더스FNH, 배우마을)을 통한 코믹 변신의 공을 여균동 감독 탓(?)으로 돌렸다.
맵시 좋은 배우, 그래서인지 주로 강직하고 의리 있는 멋진 남자 캐릭터를 맡아왔던 이정재다. 하지만 ‘1724 기방난동사건’에서 이정재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멋’과는 거리가 먼 남루한 의상에 더벅머리, 폼을 잡기도 하지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까불다가 상대가 전설적인 검개(현재의 조폭)라는 것을 알고 몸을 사리는 등 허술한 모습도 보여주며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이정재와 절친한 친구로 역시 맵시 좋은 배우인 정우성이 영화 ‘똥개’에서 도전한 캐릭터 변신 못지않다.
그렇다고 이정재가 변신을 목적으로 이 영화에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이정재는 “이미지를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어서 선택을 한 거죠”라고 설명했다.
‘1724 기방난동사건’은 조선 경종 집권 말기, 검개(지금의 조폭)들의 세력다툼을 그린 영화다.
이 영화에서 이정재는 마포에서 ‘한 주먹’ 하는 명물로 전설적인 검개 두명 중 하나인 짝귀(여균동 분)를 운 좋게 기절시킨 뒤 억지로 그 무리를 이끌게 되는 천둥 역을 맡았다. 천둥은 짝귀의 라이벌인 한양 기방 명월향의 주인 만득(김석훈 분)과 각 무리의 우두머리로서, 또 기생 설지(김옥빈 분)를 사이에 두고 남자로서 맞붙게 된다.
의도하지 않은 변신일지 모르지만 막상 하고 보니 은근히 걱정도 되는 모양이었다. 이정재는 “관객들이 ‘쟤 연기하네’라는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두렵기도 해요”라며 약한 모습도 보였다. 영화 중반부까지 확실히 변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후반부에 남자의 의리, 우정 등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코믹 요소가 감소해 예의 멋진 캐릭터가 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과 함께 역시 코믹하게 변신한 김석훈, 도발적인 캐릭터에 도전한 김옥빈이 든든한 의지가 되는 듯한 인상도 줬다. 특히 김석훈에 대해서는 부러워하는 모습도 보였다.
| ▲ 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의 이정재와 김석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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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훈은 만득 캐릭터를 자신이 설정했어요. 완전히 ‘돌+아이’였는데 제대로 캐릭터를 잡았죠. 김옥빈은 겉으로는 너스레를 떨면서도 은근히 쑥스러워하는 면이 있어 편하게 해주려고 애를 썼는데 선머슴 같은 친구가 기생화장을 하고 춤을 추는 등 도발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했죠.”
또 하나 이정재를 안도케 한 것은 컴퓨터그래픽(CG)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 천둥과 만득의 맞장대결 장면을 격투기 게임 화면을 연상케 할 정도의 CG작업으로 완성했다.
이정재는 “CG가 워낙 많이 들어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을 했어요. CG가 제대로 안입혀지면 하지 않는 것만 못하잖아요”라며 “우려했던 것보다 잘나와 안심했죠”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