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 김정은 "20년 전 '부자되세요', 천박하단 반응이었지만…" [인터뷰]③
by최희재 기자
2023.12.03 17:42:00
[이데일리 스타in 최희재 기자]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그래, 돈을 이렇게 써야지’ 하는 거였어요.”
최근 서울시 한남동의 한 카페에서 JTBC 토일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 종영 인터뷰로 이데일리와 만난 배우 김정은이 캐릭터에 대해 전했다.
‘강남순’은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가 강남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신종마약범죄의 실체를 파헤치는 글로벌 쓰리(3) 제너레이션 프로젝트. 김정은은 극 중 정의감에 불타는 강남 재벌이자 강남순(이유미 분)의 엄마 황금주 역을 맡았다.
김정은은 황금주 캐릭터에 대해 “졸부라고 본인을 지칭하고 난 부끄럽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나는 돈지X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힘으로 해결하고,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돈으로 막는다는 마인드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엔 돈으로 플렉스하는 인물이 정의롭다는 게 모순적이라고도 생각했다. 정의로움이라고 하면 부와 반대되는 느낌이지 않나. 저는 오히려 이런 (가난한) 정의를 많이 연기했던 사람으로서 목마름과 답답함이 있었다. ‘가난한 정의가 대체 누구를 위한 정의지? 내가 정의롭기 위해서 남을 불편하게 하는 정의라면 그게 정의일 수 있나?’ 싶었다. 오히려 돈이 있는 사람이 돈을 쓰고 모두가 행복해 하는 게 현시대의 새로운 정의가 아니지 않나 싶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지난 2001년 열풍을 일으켰던 ‘부자되세요’ 카드사 CF다. 김정은은 “말로 옮기기 위험한 부분이 있다고도 느껴지지만, 20년 전에 제가 ‘부자되세요’를 외칠 때 그 당시 사람들은 굉장히 천박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저런 말을 대놓고 하지?’ 이런 마인드였다. 근데 제가 나와서 ‘부자되세요’ 하니까 사람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그게 사실 우리가 듣고 싶은 말 아니었을까”라고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 “황금주도 일맥상통하는 얘기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게 제가 남순이를 도와준 사람들에게 돈을 다 쓰고 다니지 않나. 내 방식대로 은혜를 갚는 방법이고 그들을 제 방식대로 기쁘게 하지 않았나. 현 시대가 요구하는 정의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감히 해봤다. 제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그래, 돈을 이렇게 써야지’ 하는 거였다”면서도 “시청자분들이 이렇게 좋아해 주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여기에 철저하게 B급 감성이 있지 않았나. 대인배긴 한데 너무 투머치고, 가족들이 보기엔 지긋지긋하고. 저는 이런 게 똑똑한 장치들이 아니지 않았나 싶었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캐릭터와 설정에 대해 “황금주가 어떤 권력의 상징이라는 느낌도 든다. 여자들이 아무래도 가정에서나 사회에서나 약자의 입장이지 않나. 강압적으로 소외되거나 희생당하거나 억압당하는 게 있는데 이걸 비틀어버리는 설정들이 있어서 연기하면서 저도 통쾌했다. 우리네 아버지상처럼 집안의 가장이고 돈을 버니까 황금주가 오히려 가부장적이게 되고, 힘 약한 남자들이 모여서 ‘독재자 또 시작이야’ 하는 게 백미경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찍으면서도 저희끼리 재밌어서 복기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작품의 소재였던 마약 범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남겼다. 세 모녀가 마약 범죄를 해결하는 이야기. 최근 여러 이슈와 맞물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정은은 “작가님 작두 탔냐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 이게 사전제작이지 않나. 이미 작년에 찍은 건데 어떤 논란이 터지면 드라마에 나오고 이러길래 저도 놀랐다. 작품에서 마약 이야기를 하니까 ‘펜타닐이 뭐야?’ 하면서 저도 공부를 좀 하려고 했다”며 비하인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작년만 해도 너무 남의 얘기였다. 남순이를 붙잡고 세상을 구하자고는 하지만 정말 와닿지는 않고 먼 얘기 같기도 했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1년밖에 안 됐는데 너무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드라마 얘기가 반영되는 게 마냥 기뻐할 만한 건 아닌 것 같다. 무섭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