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시민단체 "성폭력 방조하는 체육계 침묵 안된다" 한목소리

by이석무 기자
2019.01.10 11:27:21

1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스포츠 및 시민단체 회원들이 조재범 코치 성폭력 사건 의혹 관련 진상규명 및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 재발방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심석희의 폭로에 대해 체육·시민단체들이 “성폭력을 방조하는 체육계 침묵의 카르텔을 넘어서야 한다”고 함께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연대, 스포츠문화연구소, 젊은빙상인연대, 100인의여성체육인,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8개 단체들은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사건의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여제자 성추행 사건이 터졌고 바로 그 빈 자리에 조재범 코치가 장비 담당 코치로 선임됐다”며 “성추행 사건으로 생긴 빈 자리에 선임된 그가 동일한 범죄를 반복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체육계 성폭력이 조재범이라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동안 반복적으로 오랜 시간 학습된 소위 침묵의 카르텔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소치 올림픽을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21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맞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극한의 공포에 시달릴 정도로 끔찍한 폭행을 당했다”며 “‘폭행 사실을 알리면 선수생활 끝이다’는 협박에 국가대표 선수로서 삶에 불이익이 생길까봐 두려워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 체육회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코치와 감독, 외부 시선에서 차단된 폐쇄적인 합숙소와 훈련장, 사고 났을 때 묵인·방조 심지어 공조하는 침묵의 카르텔까지 이런 사건에 최적화한 체육계 관행과 성문화기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심석희의 용기 있는 고발이 스포츠계 미투로 들불처럼 번져 체육계 성폭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 재발방지 대책 마련 및 독립·외부기관이 주도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인 여준형 젊은빙상인연대 대표는 “내가 알고 있는 경우만 해도 대여섯 사례가 있다”며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용기를 내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고 형사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문화연구소 최동호 소장은 “대한체육회는 여태까지 모든 성폭력 사건에 대해 한 번도 사과한 적 없다”며 “이기흥 회장의 사퇴를 촉구한다. 능력, 소신, 애정도 없는 회장이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 단체는 빙상연맹, 대한체육회 등 스포츠계의 고질적인 성폭력 문제를 방관, 방조해 온 기관 책임자 사퇴와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등의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이들은 앞으로 ‘체육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하고 ‘스포츠 미투’를 응원하는 대중 캠페인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뒤늦게 대한체육회는 체육계의 폭력·성폭력에 미온적인 태도를 이어왔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부랴부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대책안을 내놓았다. 체육회는 이기흥 체육회장 이름으로 발표한 사과문을 통해 체육계 비위근절 전수조사,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관리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기흥 회장은 “선수들이 가장 보호받아야 할 선수촌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는 점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선수촌 전 종목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실시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스포츠인권 관련 시스템을 백지부터 전면적으로 재검토 및 개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