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윤아 "'공조' 터닝포인트…연기 자신감 생겼죠"(인터뷰)
by김윤지 기자
2017.09.20 08: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윤아는 단점이...(꼽기)어렵네요.” 지난달 방송한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소녀시대 편에서 수영의 말이다. 결국 수영은 윤아가 체중이 늘었다고 자랑할 때 얄밉다고 귀여운 투정을 부렸다.
그렇다. 2007년 소녀시대 멤버로 데뷔한 윤아는 10년 동안 늘 정상에 있었다. 개인의 흥망성쇠가 그 어디보다 빠른 연예계다.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는 것 자체가 도전이다. 노력과 운 등이 더해져야 가능한 일이다. 윤아는 예나 지금이나 건강한 이미지와 예쁜 외모를 자랑하는 아이돌 스타로 사랑 받고 있다.
지난해부턴 배우로서 성취도 얻었다. 연기는 일찌감치 시작했지만, 한동안 아이돌 출신이란 편견에 얽매여 있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THE K2’부터 달라졌다. 정치인의 병약하고 예민한 딸 역을 통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올초 개봉한 영화 ‘공조’에선 깜찍한 취업준비생으로 분해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를 선보였다.
19일 종영한 MBC 월화 미니시리즈 ‘왕은 사랑한다’(극본 송지나, 연출 김상협)은 ‘배우’ 윤아의 진일보를 보여줬다. 극중 거부의 딸이란 신분을 숨기고 사는 당찬 성격의 은산 역을 맡아 선머슴 같은 면모와 액션, 애틋한 삼각관계 등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윤아는 “다양한 감정을 연기한 작품이었다”면서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삼각로맨스, 현실은 사이좋은 삼총사
극중 임시완(왕원 역)과 홍종현(왕린 역) 두 남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시청자들은 두 파로 나뉘어 각 커플을 응원했다. 윤아는 그런 반응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그 또한 결말을 몰랐기 때문에 은산의 감정이 헷갈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제작진과 대화를 나누며 답을 찾아갔다.
“왕원에 대한 은산의 감정은 우정이 더 컸어요. 왕원은 외로운 사람이잖아요. 애틋한 감정은 있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좋아했다고 생각해요. 왕린에게 좀 더 마음을 열었다고 봐요. 힘들 때마다 나타나 구해주고 든든하게 지켜봐줬으니까요.”
극중에선 팽팽한 삼각관계였지만, 현실에선 사이좋은 삼총사였다. 윤아는 “두 남자배우의 챙김을 받았다. 좋은 업무 환경에서 촬영을 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때문일까. 윤아, 홍종현을 포함한 ‘왕은 사랑한다’ 출연진은 최근 임시완 면회를 다녀왔다. 인원만 13명. 매니저도 동행하지 않았다.
“ 스마트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이 있어요. 날짜를 투표로 정하고, 회비를 모아 버스를 대절하고 음식을 준비했죠. 힘이 될지 모르겠지만 소녀시대 사인 CD를 가져갔어요. (웃음) 임시완 오빠는 여전히 멋지고 씩씩하게 잘 지내는 것 같았어요.”
◇자신 닮은 캐릭터에 애정 듬뿍
송지나 작가는 윤아의 실제 성격을 캐릭터에 녹여냈다. 드라마 초반 은산이 털털한 여장부로 그려진 이유다. 그는 “은산은 성숙하고 씩씩하지만, 여린 면도 있다.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 응원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쑥스러운 미소를 짓던 그는 “누구나 다 그런 면이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잠시 생각을 고른 후 “예전이라면 ‘나와 닮았다’는 말도 못했다. 걱정이 많았고, 자신감이 좀 더 있었으면 했다. 스스로 바꾸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마냥 ‘꽃길’만 걸어온 것 같은 윤아였기에 의외였다.
“인지도 때문에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쉽게 주어진 부분은 있어요. 열심히 했기 때문에 부끄럽지 않아요. 다만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시선이 있었죠. 어떤 수준에 올라야 좋게 봐주실까 생각하기도 했어요.”
윤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음악 만큼 좋아하는 연기를 놓지 않았다. “남들이 뭐라해도 해보고 싶었다. 끈기있게 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편견에 갇히는 대신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모색했다. 시작은 캔디로 대표되던 배우 윤아의 이미지 탈피였다. 전략은 유효했다. 외유내강은 윤아와 은산의 공통점이었다.
◇터닝포인트 ‘공조’...“전문직 캐릭터 해보고파”
인터뷰 내내 ‘10년차 배우’란 단어가 나오면 윤아는 부끄러워 했다. 소녀시대 데뷔와 맞물려 일찌감치 연기를 시작했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는 자기 반성이었다. 그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이라고 강조했다.
“‘공조’가 터닝포인트가 됐어요. ‘THE K2’가 먼저 공개됐지만 촬영 순서상 ‘공조’가 먼저였어요. ‘공조’는 기존에 해오던 작업과 다른 방식이었어요. 전에는 주변에 의지를 많이 했어요. ‘공조’ 촬영에 앞서 2년 정도 연기 공백기가 있었는데 ‘공조’를 하면서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참 많이 했어요. 함께 호흡하고 만들어간다는 느낌이었죠. 그런 작업들이 자신감을 줬던 것 같아요.”
그렇게 윤아는 성실하기 자신의 필모그라피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 바탕에는 10년차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소녀시대와 팬들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그는 활짝 웃었다. 그는 “소녀시대 멤버들이 있어 가수로서 좋은 기회를 좀 더 빨리 얻을 수 있었다면, 연기는 혼자 하는 일이기에 상대적으로 더딘 것 같다”고 말했다.
“제게 어울리는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있다면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단발로 헤어스타일을 바꿨는데, 팬 분들이 로맨틱 코미디를 권해주셨어요. 그리고 그동안 직업이 없었어요 (웃음) 전문직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