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가 감동과 희망을 전하는 방식

by김용운 기자
2010.09.11 22:16:59

1년 장기프로젝트 프로레슬링 특집 11일 방송으로 마무리

▲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편(사진=MBC)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정형돈이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저희 경기가 최고는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난 8월19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으로 펼쳐진 `도전 WM7 프로레슬링` 대회. 마지막 3번째 경기를 마친 정형돈의 얼굴은 땀과 눈물이 뒤엉켜 있었다.

정형돈뿐만 아니었다. 한 팀이었던 정준하, 상대 팀이었던 유재석과 손스타. 그리고 하하, 길, 박명수, 노홍철 등 레슬링 특집을 위해 1년간 피땀을 흘린 멤버들 모두의 얼굴이 그러했다. 이들의 표정은 환하지 않았지만 눈빛만큼은 감격과 환희로 들떠 있었다. 이들은 끝내 서로 부둥켜안고 울먹였다. 체육관을 꽉 채운 관중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지난해 여름 `무한도전` 1년 장기프로젝트로 기획된 프로레슬링 특집이 11일 오후 방송으로 마무리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지난주에 이어 8월 장충체육관에서 펼쳐진 `무한도전` 레슬링 경기를 보여주며 하이라이트인 정형돈 정준하와 유재석 손스타의 태그매치가 중점적으로 전파를 탔다.

시합 전 허리부상으로 병원 응급실에서 진통제를 맞은 정준하, 구토 증세로 컨디션이 최악이었던 정형돈은 막상 링에 오르자 실제 프로레슬링 선수처럼 고난도의 기술을 선보였다. 손스타와 유재석도 사력을 다해 둘을 상대하며 그동안 갈고 닦은 프로레슬링의 기술을 원 없이 펼쳤다.

`무한도전` 사상 최장기 프로젝트로 기획된 프로레슬링 특집은 `무한도전`의 첫 번째 이름이었던 `무모한 도전`처럼 무모해 보였다. 링 위에서 구르고 뛰어오르고 힘으로 상대방을 넘겨야 하는 프로레슬링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고도의 기술과 체력, 그리고 근력이 수반되어야만 가능한 격투기다. 또한 상대 선수와 철저하게 합을 짜야 하는 거대한 쇼라 그렇다.



▲ `무한도전` 프로레슬링 특집편에서 화려한 기술을 선보인 정형돈과 유재석(사진=MBC)


주변의 우려에도 `무한도전` 멤버들은 지난 1년간 운동 스케줄에 따라 꾸준히 프로레슬링을 연마했다. 낙법조차 모르던 이들은 하나씩 기술을 익혀갔다. 그 과정의 고됨은 10여 차례의 프로레슬링 특집을 통해 공개됐다. 결국 이들은 마지막 시합에서 예상치 못한 고난도의 멋진 기술과 지치지 않는 투혼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시합이 끝나고 `무한도전` 멤버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몇 십분 밖에 되지 않은 시합을 위해 1년 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서였을 것이다. 또한 그 힘들고 꾸준했던 과정이 쌓여 자신들도 모르게 고난도의 기술을 펼치고 관중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것에 스스로 대견스러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댄스스포츠 특집`과 `봅슬레이 특집` 및 `에어로빅 특집`을 통해 체험한 것을 재차 확인 했을 것이다. 불가능하고 어려워 보이는 목표일지라도 여럿이 힘을 합쳐 계획을 세우고 한 계단씩 최선을 다해 서로 격려하며 오르다 보면 그 과정 자체가 이미 결과보다 더 큰 감동을, 그리고 희망을 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것이 바로 `무한도전`이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는 방식이다. 또한 `무한도전`이 웃음과 재미에만 집중하는 예능프로그램의 한계를 스스로 뛰어넘는 방식이기도 하다. `프로레슬링 특집` 역시 이를 다시 한 번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킨 계기가 됐다.

비록 `프로레슬링`이 짜고 하는 쇼라 할지라도 수많은 시청자들이 프로레슬링 특집편을 보며 감동을 하고 희망을 품을 수 있던 것은 과정의 소중함을 놓치지 않았서 였다. 링 위에 올라 아픈 내색을 하지 않던 정형돈과 정준하. 그러나 그 위에 오르기 까지 어떤 고통고 인내가 있었는지 `무한도전`은 가감없이 보여줬다. 그들의 도전은 거짓이 아니라 진짜였고 결과가 아니라 과정 그 자체였던 까닭이다.  
 
`무한도전`이 단순한 예능프로그램을 넘어 우리 사회 하나의 아이콘이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결과지상주의에 매몰되어 과정을 등한시 여기는 우리 사회에 대한 대중의 염증이 투영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만에 하나 우연이었다면 그것은 이 시대 시청자에게 하늘이 내린 행운이자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