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70' 신민아 "화려함 즐기며 스스로를 재발견했죠"
by김은구 기자
2008.10.10 11:23:22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무척 새로웠어요. ‘나한테 이런 모습도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던걸요."
배우 신민아는 여자 주인공 미미 역을 맡아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고고70’(감독 최호, 제작 보경사)에서 스스로에 대한 재발견을 한 듯했다.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역할, 더구나 생소할 정도의 시대적 배경 속 캐릭터를 연기하며 또 다른 자신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고고70’의 미미는 대구 기지촌에서 세탁, 바느질, 주방 도우미 등 소일거리를 거들며 가수의 꿈을 안고 살아가다 상규(조승우 분)를 리더로 한 데블스와 함께 상경해 의상담당과 매니저 역할은 물론 당시로는 파격적인 고고댄스를 고안해 1970년대 밤 문화의 트렌드 리더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초반에는 촌스럽지만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로 변신을 한다.
“사실 저는 화려하게 꾸밀 줄을 몰라요. 그래서 자신을 꾸밀 줄 아는 사람이 부러웠는데 이번에는 열심히 화려한 모습에 도전했죠.”
신민아와의 인터뷰는 “영화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그런데 고고댄스는 진짜 어색하더라”라는 말로 시작됐다.
신민아의 댄스 연기가 아니라 고고댄스 자체가 지금 사람들의 눈으로 보기에 어색했다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고댄스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 춤이라기보다는 율동, 체조에 가깝게 느껴졌고 그만큼 쉬워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신민아는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춘 적은 없지만 어려서부터 춤과 노래를 좋아해 리듬감은 있는데도 고고댄스는 한동작 한동작 정확해야 하기 때문에 3개월여 간 연습을 했어요”라며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음을 털어놨다.
이와 함께 “촬영을 할 때도 한곡이 끝나면 탈진상태가 돼버렸어요. 인대가 틀어졌다고 해서 침을 맞기도 했죠”라고 고생담도 곁들였다. ‘고고70’에 쏟아 부은 신민아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열정과는 별개로 고고댄스는 각 동작에 붙는 이름이 ‘70년대스럽게’ 촌스럽고 ‘젖소댄스’라는 민망한 명칭의 동작도 있다. 이 동작을 선보이며 이름을 붙이는 장면도 있으니 당시 촬영이 순조롭게 진행됐을까?
신민아는 “그런 상황에서 제가 먼저 ‘민망하다’고 하면 저만 더 민망하고 이후 촬영장 분위기도 어색해졌을 거예요. 그래서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내색하지 않고 연기를 했죠”라며 웃었다.
‘고고70’의 코드는 복고다. 심야 통행금지가 실시되던 40여년 전, 문 닫힌 고고장(지금의 나이트클럽)에서 밤새 음악과 춤으로 청춘의 열정을 불태웠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대극이다.
시대극은 사극보다 극장 고객의 주류인 20대의 젊은 층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역사책에서도 제대로 접하지 못한 시기의 문화로 낯선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민아는 “청춘의 열정은 1970년대나 지금이나 같고 음악도 나이를 불문하고 좋아할 수 있는 장치잖아요. 당시 사회적 억압 등 시대상에 대해 ‘말도 안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요즘은 ‘과거로 돌아가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복고가 붐을 일으키고 있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또 “제 어머니는 ‘당시 어느 고고장이 유명했다. 불난 고고장은 어디다’라는 것까지 알고 계시더라고요”라며 ‘고고70’이 전 세대의 관객을 아우를 수 있는 영화임을 강조했다.
‘고고70’의 또 하나의 특징은 청춘 스토리임에도 멜로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미와 상규 사이에 멜로의 감정이 흐르는 느낌은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 정도에서 감정의 절제를 한다. 여자 주인공으로서 손해 보는 느낌은 없었을지 궁금했다.
“이번만큼 멜로가 적은 영화에 출연한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요즘 영화들이 굳이 멜로만 소재로 삼지도 않잖아요. 더구나 영화 초반 기지촌에서 미미의 모습은 여성스러운 것도 잘 모르겠고요.”
(사진=한대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