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준철의 스포츠시선] 스포츠 리더들의 인지부조화
by스포츠팀 기자
2024.08.31 13:38:25
[안준철 스포츠칼럼니스트]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 Cognitive dissonance)는 어려운 개념이다.
심리학에서 나온 이 개념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반대되는 새로운 정보를 접했을 때 또는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믿음, 생각, 가치를 동시에 지닐 때 개인이 받는 정신적 스트레스나 불편한 경험, 또는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와 행동 따위가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 등’을 의미한다.
확 와닿지 않는다. 여전히 어렵다. 그냥 단순하게 ‘본래 자신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 의도와 모순되는 행동으로 표출한 경우 사태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흘러 가버렸을 때 발생하는 불쾌감’ 정도로 풀어볼 수는 있겠다.
폭넓게 적용한다면 인간의 위선적인 행태를 지적할 때에도 인지부조화의 개념이 등장할 수 있다. 인지부조화는 사회의 다양한 곳에서 관찰할 수 있다. 위기에 빠진 국가지도자, 기업의 총수들을 보면 거의 인지부조화 상태인 경우가 많다.
심리적인 차원이 더욱 중요해지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그렇다. 경기의 주인공인 선수나 감독, 코치 등의 인지부조화는 경기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예를 들어서 직전 시즌 우승을 맛본 프로야구 감독이 우승이 자신의 팀 운영 때문이라고 과신하고 현실을 안이하게 바라보는 경우다. 자신의 운영적인 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선수나 코치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정 파트에서 단기간에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당 파트의 담당 코치를 빈번하게 교체하거나 선수 실수에 곧바로 벤치로 불러들이는 경우가 그렇다. 잦은 미팅 소집, 길어지는 미팅도 이런 인지부조화 상태의 감독이 보이는 행태 중 하나이다.
결과적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감독과 코치 사이의 불신 혹은 감독과 선수 사이의 불신으로 이어져 팀 전체의 사기와 응집력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과적으론 좋은 팀 성적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현장 지도자의 인지부조화만이 문제가 아니다. 행정을 담당하는 고위 관계자들의 인지부조화도 조직 운영이나 스포츠 발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2024 파리올림픽이 끝난 뒤 체육 단체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그렇다.
배드민턴 여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폭탄 발언으로 들쑤셔진 벌집이 된 대한배드민턴협회가 대표적이다. 배드민턴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엘리트 출신 인사들에 의해 제대로 된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인지부조화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와 갈등 상황인 이기흥 대한체육회장도 그렇다. 국가 예산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단법인 장이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워온 것을 돌아보기보다는 국가의 간섭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번 파리올림픽 선수단이 거둔 기대 이상의 성적에 대한 해석도 인지부조화다. 자신이 잘해서 성적을 거뒀는데, 왜 자신을 비판하냐는 인식 말이다.
인지부조화 상태는 자기합리화로 발전하기 좋은 상태이다. 분명 인지부조화와 자기합리화는 구분되는 개념이긴 하지만, 밀접하기도 하다. 현장과 행정 등 다양한 스포츠계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행태들을 보면 인지부조화나 자기합리화 현상이 만연해 있다.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은 성찰(reflexivity)과 철저한 메타인지이다. 주기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는 다양한 사람들과 열린 의사소통을 통해서 실현할 수 있다. 감독이라면 코치, 선수들과 대화하면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체육 행정을 맡은 리더도 마찬가지다. 냉정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개방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SH2C 연구소장(커뮤니케이션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