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거물의 추락…'미투' 촉발 하비 와인스타인 징역 23년형 [종합]
by김보영 기자
2020.03.12 08:20:40
"남은 생 감옥에서 보낼 것"…실질적 종신형이란 분석
와인스타인 측 항소 방침 밝혀
[이데일리 스타 in 김보영 기자]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 ‘미투(Me Too·나도 말한다)’ 운동을 촉발시킨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7)이 징역 23년형으로 실질적인 종신형을 선고 받았다.
11일(현지시간) CNN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 뉴욕 맨해튼의 뉴욕 1심 법원은 이날 선고 공판에서 와인스타인의 형량을 23년형으로 확정했다.
이는 그의 1급 범죄 혐의(성폭행)로 20년형, 3급 혐의(강간)로 3년형을 각각 선고한 것으로 형은 연속 집행될 예정이다.
선고에 앞서 와인스타인의 변호사가 처벌수위를 5년형으로 낮춰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 서류들을 제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법원이 이를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1심 형량을 선고 받은 와인스타인은 모든 것을 잃은 멍한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원고인들을 포함한 그의 피해자들은 선고 결과를 듣고 함께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들은 이번 선고 결과가 검찰이 구형한 최고 처벌 수위인 29년형보다는 낮았지만 와인스타인의 나이를 감안했을 때 실질적인 종신형을 선고 받은 것이나 다름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고 결과를 두고 “67세인 하비 와인스타인은 건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는 남은 생을 보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판결 당시 휠체어에 앉아있던 와인스타인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법원은 “이것은 첫 번째 유죄 판결이지만 첫 번째 범죄가 아니다”라며 “다수의 여성과 관련한 성폭행 사건의 정황 증거가 있고 형법 내용을 합법적으로 고려해 내린 판결”이라며 양형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와인스타인은 선고 직전 법원 출두 당시 취재진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상당한 회한을 느낀다”며 “고소인들과의 관계는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인스타인의 변호사는 선고 결과에 불쾌한 심경을 드러내며 항소 방침을 밝혔다. 와인스타인의 변호사는 “(미투 피해자들) 모두 그들이 주장하던 성적인 모욕과 업무상 위계에 의한 신체적 접촉 이후에도 와인스타인과 상호 합의한 관계를 지속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선고는 그의 TV 프로덕션 보조원이었던 미리암 헤일리와 배우 지망생이었던 제시카 만 등 피해자 2명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적용한 판결이다. 두 사람은 각각 2006년 2013년 와인스타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주장하며 그를 고소했다. 이번 선고는 피해자 2명의 피해에 대해 내린 판결이지만 와인스타인은 이들 외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90명이 넘는 여배우와 여성 스태프들에게 성폭력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게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한 여배우들 중에는 기네스 팰트로, 우마 서먼 등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도 포함돼 있어 세간에 충격을 줬다. 이같은 사실이 지난 2017년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전세계를 발칵 뒤집었고 미국의 미투를 시작으로 전세계 미투 운동이 확산할 계기를 마련했다.
한편 와인스타인은 ‘펄프 픽션’, ‘굿 윌 헌팅’, ‘셰익스피어 인 러브’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이자 와인스타인 컴퍼니를 설립한 수장이다. 이번 일이 알려지면서 그는 와인스타인 컴퍼니에서 해고당했고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자격도 박탈당하는 등 사실상 할리우드 퇴출 수순을 밟았다.
| 11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1심 법원에서 열린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혐의 선고 결과를 전해 듣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와 그의 변호사. (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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