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에도 친다' 특타, 그 마력의 세계
by정철우 기자
2012.06.28 10:33:39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6월 29일자 34면에 게재됐습니다. |
 | 김성근 전 SK 감독이 선수들에게 특타를 지시한 뒤 양복도 벗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는 모습. 사진=SK 와이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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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특타의 마약 효과(?)
KIA는 지난 26일 서울 원정 숙소 인근 고등학교에서 특타를 했다. 워낙 깊은 타격 부진에 빠져 있던 상황. 언제든 특타가 실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훈련이 새삼스럽게 화제가 된 것은 시간 때문이었다. KIA 선수들이 집합한 시간은 오전 10시. 야간 경기가 끝난 뒤 새벽 1,2시에나 잠들 수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시즌 중 아침 운동은 상상하기 힘든 메뉴다. 한 KIA 선수는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아닐까. 밤새 스윙 훈련은 해봤어도 시즌 중, 아침에 스윙해 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KIA의 타격을 맡고 있는 이순철 수석 코치는 또 선수들에게 하나의 벽을 넘도록 지시했다.
효과? 결과적으로는 금새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주 6경기서 18점을 올리는데 그쳤던 KIA는 26,27일 잠실 LG전서만 16점을 냈다.
특타를 통해 최근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낸 것이나 다름 없는 SK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감독은 바뀌었지만 고비가 오면 늘 특타 카드가 꺼내진다. 훈련 이후엔 대부분 슬럼프에서 탈출했다. 한 SK 선수는 “맘껏 치다보면 마음도 정리되고 문제점도 생각난다. 한번 땀 쭉 빼주고 나가면 경기할 때 더 가뿐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타 무용론
2년전까지 롯데를 맡았던 로이스터 감독(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는 특타 무용론을 주장했던 대표적인 지도자다. 그는 주축 선수들이 타격 슬럼프에 빠지면 “차라리 골프를 한번 치고 오라”던가, “나라면 제주도에 가서 푹 쉬고 오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실제 로이스터 감독의 지시(?)를 따른 선수는 없었지만 그가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을 편하게 해주려 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야구는 멘털 스포츠다. 자신감을 잃게되면 아무리 많은 훈련을 했다 하더라도 실전에 도움이 되기 어렵다. 휴식을 통해 마음과 머리를 비우는 것이 일정 수준에 오른 선수들의 타격에는 좀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를 비롯한 특타 무용론을 주장하는 지도자들의 생각이다. 한 전임 감독은 “특타는 결국 감독이 자기 만족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폄하하기도 했다.
◇결국 바라보는 지점은 같다
양측의 입장이 전혀 다른 것 같지만 결국 바라보고 있는 곳은 하나다. 슬럼프 탈출을 위해선 마음을 가다듬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안경현 SBSESPN 해설위원은 “훈련에 앞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왜 안될까에 대한 생각이 정립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훈련도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특타의 대명사나 다름 없는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도 큰 의미에선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지옥 훈련이라 불릴 만큼 긴 시간 동안 치고 또 치게 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 바 있다. “최근 대부분 팀들이 훈련량이 많이 늘었다. 우린(당시 SK) 그 보다 더 했고...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다. 훈련량이 그냥 많기만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아, 이정도 훈련하면 되겠지’라며 스스로 타협한다. 그 한계를 넘어야 한다. 많이 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훈련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것이 있어야 한다. 내 훈련은 그저 많은 시간을 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통해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몸이 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마음이 정리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특타를 지시한다는 뜻이다. 로이스터 감독의 휴식과 원하는 지점이 얼추 비슷하다. 머리가 정리돼야 좋은 타격이 나온다는 평범한 진리까지 가는 길이 서로 다를 뿐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타를 하느냐 마느냐가 아닐런지도 모른다. 무엇은 선택하건 ‘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