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셋 김종국 "여섯 번의 사랑, 연예인도 있었다"(인터뷰①)

by최은영 기자
2010.02.01 10:51:08

▲김종국(사진=원오원엔터테인먼트)

[이데일리 SPN 최은영 기자] "내 나이 서른셋, 여섯 번의 사랑, 열한 번째 음악 이야기…."

가수 김종국(33)은 투명한 유리병 같은 속내를 지녔다. 더하고, 빼는 법 없이 언제 어디서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이런 그의 모습은 사랑과 음악에서도 한결같다.
 


김종국은 사랑과 관련된 이야기에 잠시 머뭇거리며 뜸을 들였다. 조심스럽고 쑥스러운 듯 했지만 이야기에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김종국이 데뷔 후 지금까지 만난 인연은 모두 여섯. 인스턴트 사랑은 체질에 안 맞아 모두 1년 이상 교제를 했고 그중에는 연예인도 있었다고 했다. 가장 오래 교제한 시기는 5년 남짓. 그의 사랑은 조용하지만 힘이 있고 열정적이었다.

데뷔 16년간 거의 대부분 여자 친구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묻자 쑥스러운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김종국은 "지금은 정말 여자 친구가 없다"고 웃으며 "이제는 결혼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형이 겉보기와 다르게 꽤나 수수하다. 동양적인 이미지에 통통한 몸매, 무엇보다 착하게 생긴 얼굴이 좋단다. "외모 상관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라더니 "인형 같은 외모에 쭉쭉 빵빵 섹시 녀는 싫다"고 하는데 그 모습이 꽤나 진지해 ‘푸훗’ 하고 웃음이 터졌다.

그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결혼은 동갑내기 ‘절친’ 차태현의 그것이다. 초등학교 친구와 결혼한 차태현처럼 오래도록 한결같을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싶다고 했다. 자신처럼 술, 담배를 멀리하고 자기 절제가 강하며 상대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는 것도 덧붙였다.



가수 이전에 남자로 진국이다. 무엇보다 사람을 대하는 진정 어린 자세가 본받을만했다. 김종국은 결코 사람을 가볍게 사귀는 법이 없다. 한번 사귄 벗과는 평생을 가는 것도 특징이다.

그의 음악에 공감 가는 사랑 노래가 많은 것은 아마 그래서일 게다.



그는 최근 솔로 6집 '일레븐스 스토리(Eleventh story)'를 펴냈다. 김종국은 '열한 번째 이야기'라는 타이틀 아래 정확히 11곡의 새 노래를 담았다. 11이라는 숫자에 집착한 이유를 묻자 "이번이 가수로 꼭 11번째 앨범이어서"란다.

가수에게 앨범은 나이, 즉 연륜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특히 10집은 더하다. 가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것이랄까. 그런 점에서 그의 10집, 거기에 한 장을 더한 이번 앨범은 지난 시간 그가 해온 음악의 집대성이자 새로운 한 세기를 준비하며 또 한 발을 떼는 의미가 담겼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에서 김종국은 데뷔 후 처음으로 프로듀싱에 나서는 도전을 했다. 처음으로 듀엣곡도 녹음해 선보였고, 밝고 산뜻한 느낌의 팝 댄스곡 '이 사람이다'와 흑인 음악 '못 잊어'로 더블 타이틀 곡 활동도 펼치고 있다. 
▲ 김종국(사진=원오원엔터테인먼트)


모두(冒頭)에서 밝힌 것처럼 그의 음악은 솔직하다.

아이돌과 걸그룹이 강세인 상황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정면승부를 택했다.

"그 어느 때보다 부담이 컸어요. 걸그룹 주도 가요계에서 빈틈을 찾기가 무엇보다 쉽지 않았죠. 고민 끝에 대중이 좋아한 내 색깔을 찾아, 편하게 보여주자 했어요.”

그는 자신을 "대중가수"라고 소개했다. 대중가수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고집하고 강요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중이 원하고 감동할 수 있는 노래를 부르는 게 가수로 그의 꿈이자 한결같은 목표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불과 1~2년 지났을 뿐인데 대중의 평가 기준은 몰라보게 달라졌거든요. 보는 음악에 중독된 이들에게 듣기 위주의 내 노래를 어떻게 알릴 것인가가 관건이었죠. 그래서 음반 출시가 늦어졌는데 지금도 문제에 딱 맞는 정답을 찾았다고 하긴 어려워요. 그냥 부딪혀 보는 수밖에요. 제 노래를 알 수 있는 방법이라면 예능 출연에, OST 참여, 앞으로는 그 어떤 것도 가리지 않을 생각이에요. 음반으로 급변하는 시대를 따라가기 어렵다면 싱글도 낼 거구요."

다양한 시도들이 엿보이지만 이번에도 앨범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건 역시나 그의 개성 강한 목소리다. 가요계에 노래 잘하는 가수는 많다. 하지만 김종국처럼 남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목소리를 가진 이는 드물다. 때문에 그는 부침 심한 가요계에서 장수할 수 있었고, 여전히 현역 가수로 후배들의 존경을 받으며 산다.

가수 이전 인간 김종국은 대중에 더없이 친절한 그의 노래와도 일면 닮았다. 감정을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가 않는다. 기쁘고 슬프고, 때론 화도 났다가 이내 즐거워지기도 하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표정 가득 그대로 묻어난다.

방송 복귀를 앞두고 만난 김종국은 요즘 가요계에 어린친구들이 많아 걱정이라며 이런 소리를 했다.

"얼마 전 (신)승훈이 형을 방송국에서 만났는데 사전 녹화 마치고 그냥 가버렸대요. 어린 후배들 보기 쑥스럽다고요. 저도 그럴 거 같아요.(웃음)"
 
▲ 김종국(사진=원오원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