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한화 문동환 '책임감+노련함'으로 천금같은 완투승
by정철우 기자
2007.05.02 21:14:39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2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한화전. 한화 선발 문동환은 스타트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140km가 넘는 공을 별반 구경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체인지업,슬라이더 등 변화구가 주종을 이뤘고 직구는 130km대 후반의 투심 패스트볼이 대부분을 형성했다. '혹시 몸이 안 좋은가...'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3회엔 올시즌 단 한개의 홈런도 없던 신명철에게 체인지업을 던지다 좌월 투런 홈런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문동환은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았다. 주자는 제법 내줬지만 실점은 투런 홈런 뿐이었다.
홈런을 맞은 뒤 3회 2사 1,2루서 심정수를 상대하는 장면은 초반 승부의 백미였다. 3-2로 쫓겨 한방이면 흐름을 뺏길 수도 있는 상황. 문동환은 연신 변화구로 심정수를 유인했고 결국 6구째 슬라이더로 심정수를 유인해 3루 땅볼로 솎아냈다.
6회 이후엔 더욱 무섭게 변했다. 최고 143km의 직구는 초반의 패턴과 맞물려 더욱 위력적으로 느껴졌다. 느린 타이밍에 익숙해져 있던 삼성 타자들의 방망이는 좀처럼 타이밍을 맞히지 못했다.
이후 문동환은 탄탄대로를 달렸다. 6회 이후 단 한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으며 4이닝을 퍼펙트. 8회에는 3번 양준혁과 4번 심정수를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모두 문동환의 계산 속에 이뤄진 피칭이었다. 현재 한화는 마무리 구대성이 부상으로 빠져 불펜에 과부하가 걸려 있는 상황. 에이스로서 자기 몫을 다해내는 것은 최대한 오래 마운드에서 버텨주는 것이라는 판단 아래 오래 던질 수 있는 패턴을 택했던 것이다.
문동환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부터 오래 던지겠다는 목표 뿐이었다. 3회 홈런은 어쩔 수 없었지만 심정수를 잡아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며 "대성이 형이 돌아오기 전까지 보다 책임감을 갖고 임할 생각이다. 앞으로 팀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화는 문동환의 호투에 힘입어 삼성에 6-2로 승리를 거뒀다. 3번 크루즈는 4회 스리런 홈런을 때려내며 문동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삼성은 이날 패배로 최근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팀 승률도 딱 5할(10승10패)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