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정의 톺아보기]관찰예능 3연차..'Different Maketh New'
by강민정 기자
2015.03.21 08:30:25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유행이다.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명대사다.
사회 곳곳에서 적용되는 말이다. 변형된 말로, 요즘 예능가에선 ‘Different Maketh New’라는 말이 화두다. 다름이 새로움을 만든다는 뜻이다.
어느덧 ‘관찰 예능 3년 차’다. 2013년 1월 MBC ‘일밤’의 ‘아빠 어디가’와 KBS2 ‘인간의 조건’, 3월 MBC ‘나 혼자 산다’, 7월 케이블채널 tvN ‘꽃보다 할배’, 11월 KBS2 ‘해피선데이’의 ‘슈퍼맨이 돌아왔다’까지.
2013년 그 후 현재 예능 시장은 육아, 여행, 연애 등 인간의 삶과 맞닿은 주제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들여다보는 데 집중했다. 이젠 시류에서 틈새를 찾기도 힘들다. 시청자의 피로감도 높아진다. 변화가 필요하다.
| SBS ‘아빠를 부탁해’(위), JTBC ‘내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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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차는 지나갔다
최근 정규편성을 확정한 SBS ‘아빠를 부탁해’. 초등학생이 대학생으로, 초보 아빠에서 어깨 쳐진 가장으로 바뀌었을 뿐 한창 유행한 육아 예능과 다를 게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예능 개편이 절실했던 SBS 입장에서 설특집 파일럿 예능프로그램 중 성적이 가장 좋았던 ‘아빠를 부탁해’는 ‘막차’와도 같은 반가운 카드였다.
봇물처럼 터졌다. ‘꽃보다 할배’는 시즌1,2,3을 거듭했고 ‘꽃보다 누나’와 ‘꽃보다 청춘’까지 내놨다. 그 사이 하루 세끼 밥 지어 먹는 ‘삼시세끼’라는 예능도 히트를 쳤다. 새로운 가족을 꾸려 정을 쌓아가는 프로그램은 SBS ‘룸메이트’에 이어 최근 KBS2 ‘용감한 가족’으로도 등장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에선 ‘비정상회담’ 멤버들로 달리 구성한 여행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내놨다.
언급하지 않은 프로그램이 더 많다. 방송가에선 ‘관찰 포맷도 막차가 지나갔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한다. 현재 인기리에 방송 중인 프로그램을 연출 중인 한 PD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사실 이 인기가 어디까지 갈지 회의감을 갖고 프로그램을 만들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장 사람들이 좋아하니까 한 회 한 회 제작하고 있지만 ‘트렌드’라는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기도 한다”며 “게다가 그 트렌드가 꽉 채운 2년 동안 흘러왔으니 육아, 여행, 이런 소재의 관찰 예능은 ‘끝물’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 tvN ‘삼시세끼’ 어촌편(위), MBC ‘아빠 어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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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시작됐다
해가 바뀐 2015년. 관찰 예능 트렌드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지상파 콘텐츠에 비해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시청률 면에서 아쉽지 않은 재미를 보고 있지만 서로가 서로의 이슈에 묻히는 ‘혼재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 외주제작사 프로듀서는 “요즘은 예능을 본 방송은 물론 DMB나 다시보기 등 콘텐츠를 직접 이용하며 소비하는 대중도 많지 않다”며 “오히려 기사를 읽고 블로그에 올라온 후기를 접하며 방송을 보는 양상도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이 방송이 저 방송 같고, 이 출연자가 저 출연자처럼 보이는 부작용도 생길 것이다”면서 “그럴수록 프로그램의 색깔은 잃기 마련이고 대중에게 특별한 재미, 그만의 개성을 어필하기도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예능은 빈익빈 부익부에 시달리고 있다. 연애 상담을 하고, 육아 고민을 나누고, 여행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관찰 예능은 수두룩하지만 대중의 진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곳은 몇 안 된다. ‘삼시세끼’나 ‘꽃보다’ 시리즈에 집중된 관심이 이를 방증한다.
|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왼쪽), JTBC ‘나홀로 연애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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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파구를 찾아라
2013년으로 시계를 돌리면 2015년의 답을 해결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 듯 2013년은 새로운 예능의 르네상스와도 같은 시기였다. 야생 버라이어티, 리얼 버라이어티, 토크쇼 등으로 이어진 예능 트렌드에 누군가 새로움을 시도했고, 성공했다. 반 발짝 빨리, 살짝 비튼 발걸음의 방향이 전체 예능 판도를 바꾼 발판이 된 셈이다.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세상에 아주 새로운 건 없지만, ‘아주 조금’ 다른 뭔가는 존재할 수 있다”며 “‘아빠 어디가’, ‘진짜 사나이’ 등 프로그램이 지구 상에 처음 등장한 포맷은 아니었음에도 토크쇼 일색, 버라이어티 일색이었던 시장에서 출연진의 성장기를 이끈 관찰 콘셉트는 시청자도 몰랐던 새로움에 대한 갈증을 해결한 시작이었다”고 되돌아봤다.
역시 ‘다름’이 ‘새로움’을 만든다. SBS ‘썸남썸녀’, ‘아빠를 부탁해’ 등 본격적으로 첫 방송도 시작하지 않은 관찰 예능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 가운데 변화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도 있다. 작위적으로 연출된 스튜디오라는 공간을 탈피한 예능이 다시 ‘인 하우스’를 찾고 있다. 요리사가 예능인으로 뜨고 스튜디오가 부엌의 형태를 빌리게 된 것이 첫 번째 변화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요리하다의 ‘쿡(Cook)’과 방송의 ‘방’을 합친 말)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스튜디오의 파격도 새로운 변화다.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익숙한 가상의 시대, 눈을 맞춘 대화보다 메신저가 편한 SNS 시대를 읽은 결과다. 인터넷 생방송 대결을 펼치는 1인 방송 대결 프로그램을 표방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1인칭 시점에서 찍어둔 VCR 속 여성과 스튜디오에서 가장 데이트를 해보는 프로그램인 JTBC ‘나홀로 연애중’이 대표적인 예다.
tvN의 한 관계자는 “2013년부터 지속 된 예능 트렌드는 이미 몇 번의 뜨고 지고를 반복했다”며 “이제 다시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요즘 시대가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다음 세대가 즐거워할 것을 찾아내야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