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랫말도 '리얼리티' 열풍...'눈물, 땀, 사랑 모두 내 얘기'

by양승준 기자
2008.11.27 12:01:55

▲ 가수 비와 이효리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요즘 가요계에는 ‘리얼리티’ 열풍이 거세다. 더이상 '리얼리티'는 TV 예능 프로그램에만 국한되는 트렌드가 아니다.

가요계에 부는 리얼리티 바람의 진원지는 다름아닌 노랫말. 최근 발라드 음악과 댄스 음악 등 가사들을 보면 비유나 은유 같은 문어체적인 느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일반 사람들이 일상에서 흔히 듣고 사용하는 구어체적 가사가 늘고 있는 것. 원더걸스의 “난 너무 예뻐요”와 동방신기의 “넌 내게 빠져” 등의 가사가 대표적이다.
 
가사의 화법은 어찌보면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는 기술적인 수단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최근 가수들은 자신의 개인적 체험이나 연예 활동을 함에 있어 겪었던 고충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노랫말에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가수의 ‘리얼 스토리’는 듣는 이로 하여금 곡의 몰입도를 높이고 음악 팬들과 노래를 통한 더욱 끈끈한 공감대 형성을 가능케한다. 노래를 통해 그간 접하기 힘들었던 가수의 사적인 부분까지 알게 되면서 가수와 팬들 간 친밀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난 나의 길을 가고 싶었어/나는 어렸을 적에 굶주림 속에 살았네/세상은 등을 돌리고 나는 스스로 날 지켜냈어/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위해 나는 달렸지’

위 가사는 비가 자신의 정규 5집 ‘레이니즘’에 실은 ‘마이 웨이(My Way)’의 일부다. 비는 이 노래를 통해 연예계 데뷔 전 힘들었던 자신의 생활과 데뷔 후 지난 6년간 자신이 연예계를 위해 헌신했던 노력 등을 진솔하게 풀었다. 이 외에도 5집의 또 다른 수록곡 ‘러브스토리’와 ‘9월12일’에서는 자신의 자전적인 사랑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 내 음악 팬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비에 따르면 ‘9월12일’은 가사 속 주인공과 처음 만난 날이고 ‘러브스토리’는 그녀와 헤어진 후 심경을 고백한 노래다.

비는 이처럼 자신의 개인적인 부분을 노래에 담은 것에 대해 “앨범 타이틀이 ‘레이니즘’인만큼 자신의 모든 것을 팬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일종의 고백”이라고 답했다.

‘유 고 걸’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이효리도 3집 ‘잇츠 효리시’ 앨범에서 ‘인간 이효리’에 대한 고백을 서슴지 않았다.

‘저기 멀리 나를 보는 화려한 차림 속에 웃는 내 얼굴/ 때론 나조차 그 모습에 익숙해져 잊고 살진 않았을까/(중략) 난 노력했지 단 한 순간도 기댈 수 없는 연예계란 바닥에서’란 가사의 ‘이발소 집 딸’이란 노래와 ‘미칠것만 같던 시간들/ 독이 되어 날아온 말들/ 바보처럼 웃고만 있는 내 모습이 초라했어/잔인하게 뱉어버리는 현실과 거짓 속에 상상/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엉망이 된 나의 모습’이란 내용의 ‘돈 크라이’가 그것.



이효리는 이 노래를 통해 스타가 되기 전 자신의 평범했던 유년시절과 주위의 가시 돋힌 말에 생채기를 입었던 힘든 연예계 생활에 대한 자조 섞인 고백을 했다.

이효리는 이와 같은 노래에 대해 “데뷔 10년, 상당 기간 스타로 살아왔지만 방송에서 보여지는 쿨하고 당당한 모습 뒤에 있는 평범한 여자 이효리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연예계 10년의 생활동안 언론의 독을 품은 기사와 주위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흘린 눈물을 고스란히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가수 윤종신과 이수영





최근 정규 11집 ‘동네 한 바퀴’를 내고 3년 여만에 가수로 컴백한 ‘예능 늦둥이’ 윤종신도 노랫말 리얼리티 열풍에 동참했다. 윤종신은 ‘오 마이 베이비’란 노래를 통해 자신의 한 살배기 아들 라익에 대한 부정을 오롯이 담아냈다.

‘내 손가락 움켜쥐던 니가 내게 했던 첫인사인 것 같아/ 힘든 하루 엄마가 된 너의 엄마와 난 그득히 고인 눈물이 첫 인사/ 밤새 아파 울음을 그치지 않는 날은 한 없이 타들어가고’의 가사는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새내기 아버지로서의 인간 윤종신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윤종신은 이 노래에 대해 “아이가 엉금엉금 기어 다니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며 “라익이가 이 가사를 알아들 때쯤 이 노래를 들으면 얼마나 좋아할까,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동안 ‘잠행설’에 시달렸던 이수영도 지난 13일 발매한 미니음반 ‘원스’에서 데뷔 9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첫 사랑 이야기를 노래에 실었다.

‘기억 나니 고1 수학 여행 때 노래하던 소녀에게 너 맘에 들었어 당당했잖아/나와는 너무도 달랐던 네 모습에 어쩔줄 몰랐던 쑥맥 어설픈 첫사랑이 시작된거야/(중략)1996년 내 어릴 적 만난 첫 사랑 그 아이는 무얼 할까’라는 내용의 ‘첫 사랑 그 아이’에 대해 이수영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 노래를 들으면 그 아이가 분명 자기 이야긴지 알 것”이라며 수줍어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