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20대의 눈물에 주목하라

by정철우 기자
2012.12.24 11:34:57

고 이두환.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경사가 참 많았던 한국 야구의 연말. 한 유망주의 죽음은 들떠 있던 야구계에 무거운 숙제를 안겨줬다.

두산에 입단, KIA에서 꿈을 이루려 노력 중이던 故이두환은 이제 갓 스물 네살의 청년이었다. 그의 죽음은 한국 야구가 이제라도 야구에 인생을 건 청춘들의 삶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운동 선수는 건강의 상징이나 다름 없다. 피부가 찢기고 뼈가 부러지는 일은 다반사지만 늘 땀을 흘리며 몸으로 말하는 선수들의 생명력은 그 누구보다 단단하다. 하지만 신체적 건강이 모든 것을 막아줄 수는 없다.

이두환의 병명은 골육종. 원인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알 수 없는 병이었으니 예방할 수는 없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도 되는 것일까.

이두환의 빈소를 다녀 온 한 선수는 “야구를 선택한 선수들 중에선 이미 세상을 떠난 선수들이 적지 않다. 내 동기 중에도 자살을 택한 아이가 있었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지 못해 방황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 죽음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말했다.

20대의 죽음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사회의 자살율, 특히 20대 자살율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충격을 준 바 있다.

야구 선수들도 이들과 다르지 않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것이 고달프고 힘든 건 야구를 하는 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큰 짐을 안고 있다. 이미 고등학교 선수의 월간 회비는 보통 직장인의 월급 수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취업문은 너무도 좁다. 프로야구 선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은 10%를 밑돈다.



하루 아침에 야구를 그만두게 되면 절망 그 자체인 세상에 갑자기 내쳐지게 된다. 야구 외엔 접해보지 못한 세상. ‘야구를 했다’는 경력은 오히려 짐이 될 뿐이다. 야구 하느라 빚만 늘어난 탓에 책임져야 할 무게는 더욱 버거울 수 밖에 없다.

프로에 입문했다 해도 성공하는 확률은 또 10% 정도에 불과하다. 겉으로만 좀 더 나아졌을 뿐 가슴을 옭죄는 생존의 압박은 계속된다. 이두환도 늘 “꼭 성공해서 고생하신 부모님께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는 최고 유망주 중 하나였지만 병원비에 허덕이는 가난한 젊은이이기도 했다.

모든 병의 근원은 마음에서 온다고 했다. 야구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은 야구로 꿈을 꾸던 선수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밖에 없다.

세상은 이제 조금씩 패자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도약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 야구도 마찬가지다. 한국프로야구 선수협회는 이두환의 죽음을 계기로 정관 변경에 나서기로 했다. 현역 선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아무런 대비책이 없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끝이어선 안된다. 프로야구 선수의 실업 안정망 구축은 물론 실업 야구의 활성화, 아마추어 선수들을 위한 사회화 교육은 더 이상 미래 비젼이 아니라 현실의 당면한 숙제라는 인식이 필요한 때다.

프로야구의 양적 질적 발전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커진 그늘에 대한 관심도 절실하게 필요하다. 스스로 이겨내라고 주문하기엔 사회의 장벽이 너무나도 높게 솟아 가로막고 있다. 우리의 관심과 사랑으로 벽을 허물어주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많은 젊음의 안타까운 이별 소식을 접하게 될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