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 가수들..가요계 높은음자리
by조우영 기자
2011.10.25 11:21:22
| |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포클로버스, 김동률, 유희열, 타블로, 버벌진트, 성시경, 이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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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조우영 기자] 시대가 변하면 음악도 변한다. 한 시대의 문화적 흐름에 대한 정서와 현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가장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매개체가 노래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거침없는 혹은 그러한 것을 에둘러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을 고루 갖춘 싱어송라이터라면 시대에 따른 음악적 변화는 더욱 눈에 띈다. 이러한 측면에서 가요계 고학력 가수들은 늘 주목받아 왔다.
물론 음악적 역량과 학력은 별개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더 잘나갈 수 있었던 길`을 포기하고 연예계에 뛰어든 그들이 학력만 내밀고 실력이 없는 게 결코 아니기에 대중은 그들의 메시지에 더욱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고학력 가수로 가요계 1세대를 주름잡았던 4인방은 1963년 결성된 `포 클로버스`의 최희준, 유주용, 박형준, 위키 리다. 주류 대중음악이 트로트였던 1960년대에 이들은 다양한 장르의 노래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고 `세시봉 세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당시 이들이 많은 관심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모두 명문대학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네 사람은 각각 서울대 법대와 문리대, 외국어대, 서라벌 예대출신이었다. 특히 최희준은 최초의 학사 가수다. 그의 히트곡 `빛과 그림자`, `하숙생` 등은 정적을 깨지 않고 읊조리는 시(詩) 수준의 품위를 지닌 노랫말과 아름다운 선율을 자랑한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본격적으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 및 외국 유명 대학 출신의 소위 `엄친아 가수`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유희열, 정재형, 김동률, 이적, 루시드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화려한 입담과 작곡 능력,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 고학력이라는 화려한 조건까지 갖추고 있어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적(사회학과) 유희열(작곡과) 장기하(사회학과)는 모두 서울대 출신이며 김동률(건축공학과)은 연세대, 성시경(사회학과 출신)은 고려대 출신이다. 한양대 출신인 정재형은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파리 고등사범음악원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했다. 루시드폴은 해외파 박사다. 서울대 화학공업학과를 졸업한 후 그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 대학원에서 생명공학 박사를 취득했다.
이들의 촌설살인 입담은 노래에도 잘 나타난다. 멜로디만 들으면 서정적이지만 노랫말은 제법 진지한 고민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 학번 세대인 이들은 몸과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한 시대적 저항의식과 그러면서도 사랑을 쫓는 젊은 감성을 대변하는 시대의 향기를 담아냈다.
요즘 신진 세력으로 떠오른 고학력 가수들의 장르와 노래는 더욱 파격적이고 세졌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인 래퍼 버벌진트와 타블로가 그 선두 주자다.
최근 제2회 올레뮤직 인디어워드 대상 격인 `이달의 앨범상`을 받으며 힙합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그는 동료 아티스트에 대한 거침없는 독설과 디스(DISS)로 유명하다. 그는 이미 DJ DOC, 조PD, 원타임, 배치기 등 수많은 현역 아티스트들을 언급하며 비판해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항상 자신감 넘치는 가사와 무대 매너는 그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꼽힌다.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에 대한 학력 논란으로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가 오는 30일 첫 컴백 무대를 갖는 타블로는 더욱 성숙해졌다는 평가다. 그는 에픽하이 시절 사회 비판적이며 철학적인 노랫말로 젊은이들의 큰 공감을 산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지난 2년간 학력 논란으로 많은 시련을 겪는 동안 깨닫고 느낀 자전적 이야기를 이번 앨범에 담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
타블로의 신곡을 접한 부활 기타리스트 김태원은 "궁금했다. 대양을 가르던 이가 심해를 경험한 후 떠올릴 깊은 음악이…"라며 "이제 알았다. 그토록 내가 그대를 궁금해했던 이유를!"이라는 글로 타블로를 대견스러워하기도 했다.
윤상길 대중문화평론가는 "연예계는 일반 사회에 팽배한 학력 지상주의에 관한 한 치외법권 지역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학력이 어느 정도인가는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안다고 했다. 연예 스타들의 고학력 열풍은 뜨거울수록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