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홍 감독, "형제같았던 장훈 감독…안타깝다"(인터뷰)

by장서윤 기자
2011.06.16 10:42:38

`풍산개`로 두 번째 영화 내놓은 전재홍 감독
"새로운 영화 제작의 길 열고 싶었다"

▲ 전재홍 감독

[이데일리 스타in 장서윤 기자] "훈이 형과는 형제같이 지냈죠. 형이 반듯한 장남이라면 저는 사고뭉치 둘째같은…. `고지전` 제작보고회 끝나고 형과 통화했는데, 지금으로선 이런 상황이 많이 안타깝네요"

김기덕 감독이 각본·제작을 맡은 영화 '풍산개'(23일 개봉)로 관객들과 만나는 전재홍 감독이 동고동락해 온 장훈 감독에 대한 마음을 들려주었다.

최근 김기덕 감독이 신작 `아리랑`을 통해 제자인 장 감독을 실명 비판하고 이에 대해 장 감독이 "죄송스럽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안타깝다는 마음을 드러낸 것.

김기덕 감독의 애제자로 알려진 두 사람은 함께 김 감독의 수하에서 조감독으로 동고동락해왔다. 그러다 장 감독이 지난해 영화 `의형제`를 연출하면서 둥지를 옮겼고 김 감독은 영화 `아리랑`을 통해 이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 감독은 "이번 칸 국제영화제에 김기덕 감독님과 함께 갔는데 사실 `아리랑`은 감독님의 영화에 대한 여러 생각이 묻어난 작품으로 봐야 한다"라며 "장훈 감독을 언급한 한 부분만 필요 이상으로 크게 비춰져 논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최근 각각 영화 `풍산개`와 `고지전` 개봉을 앞두고 장 감독과 오랜만에 전화 통화도 했다는 전 감독은 "오랜 시간 얘기를 했는데 지금으로선 그저 안타깝다는 마음 뿐"이라며 "슬픈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다시금 편하게 마음을 나눌 날도 올 것 같다"고 들려주었다.
▲ 전재홍 감독


 
새 작품을 준비하면서 마음 고생을 겪은 탓에 이번 `풍산개`가 그에게는 적지 않은 의미로 다가온다. 2008년 첫 장편영화 `아름답다`가 베를린국제영화제, 도빌아시아영화제, 후쿠오카 아시아영화제 등 유수 해외영화제에 초청되면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두 번째 영화 `풍산개`를 내놓기까지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아름답다`를 통해 제가 예술 영화하는 감독 이미지로 굳혀졌는지 새 작품을 제작할 여건이 잘 주어지지 않더라"라며 "스승 김기덕 감독님이 `너 스스로 한번 차고 나가봐라`라며 직접 쓰신 시나리오를 주시면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라고 고백한다.

한반도의 분단 현실을 바탕으로 남북을 오가며 실향민들의 메시지를 전해주던 정체불명의 남자(윤계상)가 북한 최고위급 간부의 애인을 평양에서 서울로 데리고 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풍산개`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블랙 코미디를 가미해 풀어낸 대중적인 작품이다.

전 감독은 "분단이라는 주제를 내 나이에 맞게 젊으면서도 경쾌한 시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라며 "그저 가족·친구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로 봐 주셨으면 한다"고 귀띔한다.



물론 제작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배우들의 노 개런티 참여와 스태프들의 공동 투자로 완성한 `풍산개`는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의 1/10에도 못 미치는 2억원대로 일궈낸 영화다.

비무장지대를 재현해 낸 세트나 수중 촬영 장면 등 영화의 스케일을 감안할 때 믿기지 않을 만한 낮은 제작비이기도 하다.

"대기업 위주의 수직계열화된 제작 시스템 속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보고 싶었다"는 전 감독은 "배우와 스태프들의 그야말로 `열정`이 모여 현장의 팀워크는 최고였다"고 전한다.

▲ 전재홍 감독



 
작품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뛰고 구르며 몸을 아끼지 않은 윤계상이라는 배우에 대한 믿음도 영화의 완성에 큰 몫을 차지했다.

"대중적인 색깔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더 보여줄 수 있는 깊은 연기톤이 분명히 있는 배우인데 그런 부분을 드러낼 기회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이번에 원 없이 보여주려 노력했다"는 것.

영화가 공개되면서 한편으로는 전 감독의 화려한 이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미술계의 거장 김흥수 화백의 외손자인 그는 어릴 적 미술을 공부한 데 이어 대학에서는 성악과 경영학을 동시에 전공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에서 8년간 유학생활을 마치고 뜬금없이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했을 때 아낌없이 후원해 준 건 그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아직도 미국에서 샌드위치 가게를 하시는데 한번은 김기덕 감독님이 뉴욕에 오신다는 얘기를 듣고 저와 만나게 해 주려고 뉴욕의 모든 한인식당을 뒤져 김 감독님을 수소문했을 정도로 열정의 소유자"라며 "이후 2005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김기덕 감독님을 만나고 감독 데뷔를 하기까지의 과정은 모두 어머니 덕"이라며 뜨거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전 감독은 "관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도 뻔하지 않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며 두 번째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소회를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