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억 `로드 넘버원`이 참패한 3가지 이유

by김은구 기자
2010.08.27 11:56:47

▲ MBC `로드 넘버원`


[이데일리 SPN 김은구 기자] MBC 수목드라마 `로드 넘버원`이 26일 5.3%(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13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블록버스터급, 한국전쟁 발발 60주기에 맞춰 기획된 의미 있는 드라마, 한류스타 소지섭과 김하늘, god 출신으로 연기자로 입지를 다진 윤계상이 주연을 맡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점을 감안하면 초라한 퇴장이다.

뿐만 아니라 `로드 넘버원`은 방송이 시작되면 1주일에 60~70분 분량으로 2회씩 촬영이 진행되는 국내 드라마 제작환경에서 드물게 준비된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성공여부가 주목받았다.

그러나 모든 기대가 무색하게 `로드 넘버원`은 적어도 국내에서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방송 3사 수목드라마 중 시청률 꼴찌로 오히려 `참패`라는 표현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았다.

 




`로드 넘버원` 참패의 가장 큰 요인은 편성이었다. 대진운이 나빴다는 얘기다.

MBC는 1년 넘게 수목드라마 시청률 경쟁에서 부진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 3~5월 방송된 이민호, 손예진 주연의 `개인의 취향`이 모처럼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MBC의 수목드라마 부진 탈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듯했다.

하지만 이후 `로드 넘버원`이 방송되기에 앞서 각각 4부작인 `나는 별 일 없이 산다`와 `런닝, 구`가 방송되면서 MBC 수목드라마의 기세는 또 다시 꺾였다. 짧은 4부작 드라마 2편이 연속 방영되는 것으로는 고정 시청층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 사이 기존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 `신데렐라 언니`의 기세를 이어받아 6월9일 첫 방송된 KBS 2TV `제빵왕 김탁구`는 `로드 넘버원` 첫 회 방영일에 27.1%까지 치솟았고 다음날인 6월24일에는 30%를 넘었다. `로드 넘버원`으로서는 초반부터 반격의 기회를 상실한 것이다.



 




`로드 넘버원`은 또 초반 1, 2회에서 시청자들의 눈길 끌기에 실패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인 데다 1, 2회를 가장 마지막에 촬영한 것으로 전해져 시청자들은 초반부터 완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첫회 시작은 1948년, 주인공 장우(소지섭 분)가 참전한 빨치산 전투였다. 그러나 배경에 비닐하우스가 언뜻 보이는 등 `옥에 티`가 드러나면서 일부 시청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장우와 수연(김하늘 분)의 어린 시절과 장우가 군 입대를 한 계기, 전사소식이 전해진 뒤 2년 만에 돌아온 장우, 그 사이 태호(윤계상 분)와 결혼을 약속한 수연 등의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됐다며 호평을 한 시청자들도 있었다. 하지만 장우가 2년 간 연락 한번 없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등의 지적도 있었다.

그러면서 이후 전쟁과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CG를 통해 전투장면도 완성도를 높였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돌려놓지 못했다.

 



`로드 넘버원` 실패의 마지막 이유로는 진부함이 꼽힌다. 전쟁 속에서도 이어진 사랑이라는 소재 자체도 그렇고 드라마에서 그려진 1950년대의 사랑 방식도 시청자들에게는 진부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엇비슷한 기간에 방송된 KBS 1TV `전우`는 지난 22일 14.4%의 시청률로 종영했다. `로드 넘버원` 최종회보다 9.1%포인트 높았다.

`전우`는 국군과 북한 인민군의 전투를 주요 소재로 삼았다. 반면 `로드 넘버원`은 대규모 전투장면이 스펙터클하게 묘사되기는 했지만 상당부분을 차지한 멜로, 전쟁이라는 상황에서도 자주 보이는 군인들의 평온한 모습 등이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물론 `로드 넘버원`이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리얼리티를 더 살렸다고 볼 수 있지만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로드 넘버원`이 너무 앞서간 것일 수도 있다.

여기에 삼각, 사각의 복잡한 러브스토리에 익숙한 요즘 시청자들에게 장우와 수연의 흔들림 없는 일편단심 역시 그다지 재미를 주지는 못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