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논란·멍든 외주 PD'…KBS 파업이 남긴 상처
by양승준 기자
2010.07.30 11:34:46
| ▲ KBS 새 노조 파업 중 편집 실수로 논란이 된 '승승장구'(사진 위)와 '해피선데이-1박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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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양승준 기자] 파업은 끝났지만 상처는 남았다. 지난 1일 총파업에 돌입한 KBS 새 노조(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29일 자정 부로 전원 업무에 복귀했다.
하지만 파업은 KBS에 생채기를 남겼다. 새 노조 파업 기간 KBS는 연이은 편집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KBS는 최근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과 '승승장구'에서 편집 실수로 말미암은 방송 사고를 내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1박2일'은 지난 18일 이수근이 트럭 밑에 들어가 라면을 먹는 방송이 그대로 방송돼 위험성 논란이 제기됐고, 25일 방송에서는 은지원의 흡연 장면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타 시청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또 '승승장구'는 지난 27일 방송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이하늘이 "머리를 미는 이유는 탈모 때문"이라며 길,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 김진표 등이 같은 이유라고 설명하는 장면에서 개코 자막 자료 사진으로 걸그룹 2NE1 멤버 씨엘과 개코의 합성 사진을 써 문제가 됐다. 2주 동안 세 번의 편집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시청자들은 이런 KBS의 편집 실수를 새 노조 파업의 여파로 봤다.
'해피선데이'·'승승장구'·'야행성' 등 KBS 예능 프로그램 팀장급 이하 PD 상당수는 지난 1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 프로그램 제작을 중단했다. '1박2일'의 경우 나영석·신효정 PD가, '승승장구'의 경우 윤현준 PD 등이 새 노조 파업에 참여했다.
KBS는 이에 CP(Chief Producer)및 외주사 PD 등 대체 인력을 투입해 방송 촬영 및 편집 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제작 중심 인력이 빠진 상태에서 제작된 방송은 완성도가 떨어졌다. 편집은 촬영된 장면을 여과하고 내용을 입체화시키는 과정이다. 하지만, 대체 인력 투입으로 만들어진 방송은 '방송의 재미가 반감됐다'는 지적과 함께 방송 사고가 잇따랐다.
'1박2일'의 경우 일부 시청자들은 편집의 질을 거론하며 "편집이 '섭섭'하다. 편집이 장면의 연속인 느낌만 들었다. 원래 '1박2일' 편집의 묘미는 인과관계 있는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아니였나?"며 아쉬워했다.
새 노조 파업으로 멍이 든 것은 KBS뿐이 아니었다. KBS와 손잡고 일했던 외주사 PD들은 연이은 편집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편집 실수가 오롯이 외주 PD들의 책임으로만 외부에 비쳤기 때문이다.
한국독립PD협회(이하 독립PD협회)는 '외주 PD들 때문에 프로그램 질이 떨어졌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독립PD에 대한 모욕행위"라며 지난 28일 공식 입장을 밝혀 불만을 토로했다.
독립PD협회는 또 "(문제가 된 편집은)KBS 내부 게이트키핑을 통해 마땅히 사전에 걸러내야 했다"며 "자신들(KBS)의 잘못으로 말미암은 문제를 왜 무책임하게 외주사 PD들에게 돌리고 있나?"라고 비판했다. 독립PD 협회는 '파업이 계속되면서 편집을 대신한 외주 PD들이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을 아직 편집하지 못하고 안이하게 대응한 것 같다'는 한 매체의 인터뷰를 문제 삼아 KBS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독립PD협회 한 관계자에 따르면 독립PD협회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KBS의 견해를 듣기 위해 예능팀 간부 몇 명과 29일 직접 만났다.
독립PD협회 한 관계자는 "KBS 측과 만나 문제가 된 발언에 대한 사실 여부와 경위에 대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다소 오해가 있다는 KBS 측의 입장을 전해들었지만 협회의 최종 입장은 내부 의견을 모아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임금 단체 협상과 공정방송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하며 이달 1일부터 파업을 벌인 KBS 새 노조는 공정방송위 설치와 수신료 현실화 등을 위해 노력한다는 합의서를 바탕으로 29일 자정 부로 파업을 철회했다.